헌법재판소는 27일,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 시위를 허용하지 않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관련 법률 조항이 모두 위헌은 아니고 자정까지 금지한 내용만 헌법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6(한정위헌) 대 3(전부위헌) 의견으로 한정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지나친 제한”이라며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 평일에는 직장인이나 학생이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돼 시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는 시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정 이후의 금지를 합헌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시간대에서 이 사건 법률 적용을 중지하면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밤 12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2009년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일정 시간 동안 추가 입법을 하지 않으면 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는 의미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의 별도 조치가 없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옥외집회가 아닌 시위에 대해서는 해당 법 조항이 계속 적용돼 왔다. 2008년 촛불시위를 하다 기소된 강 모씨와 조 모씨는 이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한편, 헌재의 이 같은 한정위헌을 두고 시민사회는 물론 법조계 안팎에서도 논란이 거세질 조짐이다.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은 “야간 시위는 장소소음, 신고 문제 등으로 주간시위와 같이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간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을 두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도 자정 이후 집회를 막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는 한정위헌에 대해 일부 진전된 판결이라 환영을 하면서도 야간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것은 모두 위헌이라 위헌결정이 확실히 내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헌재가 15개월만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대법원과의 법률해석 갈등을 유발할 소지도 다분히 커졌다. 한정위헌에 대해 대법원은 “헌재는 위헌 여부만 판단하고, 법률 해석은 대법원의 권한”이라 주장해 왔다.
전부위헌 의견을 낸 김창종, 강일원, 서기석 헌재 재판관도 “위헌적인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히 구분해 특정할 수는 없다”면서 “원칙적으로 전체위헌을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법관 출신의 헌재 재판관들이다.
따라서 법원에서 이번 헌재 판결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를 두고도 문제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야간시위로 처벌받은 이들이 재심을 요청하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서 자정 이후까지 시위가 이어졌을 경우에 대한 판단이 재판마다 모두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또한 지난 15개월 전 한정위헌 논란과 같이 대법원이 이에 불복하고 헌재가 다시 대법원의 판결을 깨는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적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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