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사무직 노조와 회사가 기존의 성과중심 연봉제를 폐기하고 연공급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성과중심 연봉제가 임금격차를 심화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저하했다는 이유다. 이는 지난달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연공급 대신 직무급, 직능급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대기업 현장에서 조차 성과주의 임금체계에서 다시 연공급제로 회귀하는 사례가 발생해 노동부 매뉴얼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 사무직, ‘성과중심 연봉제’ 폐기 ‘연공급제’ 도입키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는 지난달 31일, 성과급 연봉제를 폐기하고 연공급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지엠은 이미 1999년부터 성과중심 연봉제를 도입했고, 2003년에는 전체 사무직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임금차별과 조직문화 파괴, 업무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나며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이재수 한국지엠 사무지회 교선실장은 “같은 차장 직급이라고 해도, A는 3,400만원을 받고 B는 8,400만원을 받는 등 임금격차가 심각했다. 거의 5천 만 원의 차이가 났던 셈”이라며 “심지어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원이 10년차 보다 임금을 더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성과중심의 연봉제가 도입된 후, 팀장이 혼자서 사원을 평가하고 임금 수준을 판단했다. 업무 평가에 대한 기준도 애매하고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동료간의 불신과 지나친 경쟁이 심화됐고, 업무 조정이나 협력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조직문화가 훼손됐고 업무의 비효율성 문제도 심화됐다.
성과중심 연봉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도 깊었다. 노사가 작년 6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무지회 조합원 83.1%가 성과중심의 연봉제를 불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승진제도와 관련해서도 81.3%가, 평가제도는 82%가 불신한다고 답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노사는 지난해 8월부터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교섭을 진행해 왔으며, 8개 월 간의 논의 끝에 다시 연공급제를 기초로 하는 임금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이재수 교선실장은 “회사 측도 연봉제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업무 평가 기준도 미비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노조와 합의를 통해 연공급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중심 임금체계’가 노동자 고용불안 심화시켜
노동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타격 입나
한국지엠 노사는 교섭을 통해 △연공급제를 기초로 하고 성과에 대한 인정을 함께 도모 △직급별 최저초임 설정 △성과평가에 의한 임금인상 차이 축소 △임금인상 요인과 인상률의 공식화 △직급 내 임금격차 축소 방안 △인사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제고 방안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연공급제를 기초로 하되, 일부 성과에 의한 임금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수 실장은 “만약 5%의 임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3.62%의 일률적인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나머지 1.38%에 대해서는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식”이라며 “이렇게 되면 임금 격차가 차차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사 합의에 따라 한국지엠 사무지회는 다음 주 까지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며, 셋째 주에 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합의안이 총회에서 통과될 경우 즉시 연공급제가 도입되며, 올해 1~3월 분은 소급돼 적용된다. 현재 한국지엠 사무지회에는 약 4,3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한편 한국지엠은 지난 2월 7일 사무직 직원 6천 명과 생산직 150여 명 등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방적 구조조정 논란이 일었다. 유럽시장 철수에 따른 물량감소와 높은 고위 상급자 비율에 의해 효율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노사 합의로 파국은 막아 놓았지만, 여전히 구조조정의 위험과 휴업으로 현장은 뒤숭숭한 상태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표하며,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기업의 임금 부담을 감소시켜 구조조정 등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경우, 기존의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사실상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작동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계 전반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재수 실장은 “성과중심 연봉제가 오랫동안 이어져오면서, 이것이 하나의 ‘자연퇴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임금격차와 조직 내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다 보니 노동자들이 버티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 역시 “직무급, 직능급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에서는 회사가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전에, 평가를 계속 나쁘게 받거나 승진이 늦은 사람들이 스스로 회사를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직무급, 직능급이 도입돼도 정년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한국지엠은 현재 (구조조정의) 위험이 있는 상황이지만 정년연장법이 통과된 상황이라 노조는 이를 최대로 막아야 한다”며 “현재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연령이나 근속이 낮은 편이라 회사로서도 연공급을 도입해도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