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관계는 파탄 직전...정리해고, 손배가압류 등 이견만 확연

[환노위 공청회] 경총, ‘정리해고 요건 완화’, ‘손배가압류 정당’ 주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9일, ‘노사(노정) 관계 개선에 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노사정의 이견차이만 확연히 드러낸 채 끝이 났다. 노동계의 정리해고 요건 강화 요구에, 재계는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고,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제한 요구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경영계는 기업의 사전적, 예방적인 직장폐쇄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사용자에게만 부당노동행위가 규정되고 있다며, 노동조합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소위 지원단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기한 15개 입법 현안 문제 중 11개를 노사정위로 이관하거나 추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가장 큰 쟁점인 경영상 해고 요건이나 손배·가압류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내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노사정 관계는 파탄 직전...정리해고, 손배가압류 등 이견만 확연

노사정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경총은 노사(노정) 관계 개선과 관련한 의제 8가지를, 한국노총은 7가지의 의제를 각각 제시했다. 소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도 이번 공청회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11개의 의제를 제시했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제안과 관련한 의제였다.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쌍용차의 정리해고 사태와 최근 고등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을 언급하며 정리해고 요건 강화에 힘을 실었다.

우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현재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는 경우’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경총은 정리해고 요건을 ‘경영합리화’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대립했다. 해고회피노력 의무 등의 구체적인 규정이 구조조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점도 덧붙였다.

노사정소위 지원단의 경우 정리해고권한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에는 공감했으나, 향후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해고회피 노력 등 절차적 요건은 노사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구체화할 것을 제안하며, 실체적 요건 강화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배가압류로 인한 노동자 자살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1999년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강우 장은증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와 한진중공업 김주익, 최강서 열사를 언급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손배가압류가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근로자 생계에도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안타까운 희생자도 발생했다”며 “폭력이나 파괴 등의 직접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경감이 어렵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손배가압류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한하는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손배가압류는 노동3권을 원천 부정하는 것이다. 극단적 형태의 손배가압류 남용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양대노총은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폭력, 파괴행위로 인한 직접적 손해’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활동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강제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가압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가압류 제한 요구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경총은 노동계의 요구가 헌법에 보장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총은 “기업에게 불법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생산차질, 계약 불이행,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의 피해를 그대로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는 불법쟁의행위를 예방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사용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도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만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쟁의의 특수성을 감안해 입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입법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도 어렵다”며 “결국 파업 행위 과정에서 노조와 사용자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법원도 가압류 재판에 있어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 정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은 “노동부의 입장을 듣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다시 절망에 빠지게 될 것 같아 내가 다 부끄럽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노사정 합의가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경영계가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현재 민주노총 손배가압류 총액은 1,691억이다. 경총에 손배가압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맹수에게 풀을 먹이는 격”이라며 “현재 노사 및 여야 이견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뤄질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전면 부정
“노조도 부당노동행위 주체 돼야” 주장도 제기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방안과 관련한 이견도 엇박자가 났다. 경영계 측은 “특수형태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라고 주장하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나섰다. 대다수의 특수형태종사자는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는 것을 희망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양대노총은 근기법 및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규정을 확대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산재법이나 고용보험법 등 사회보험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적절한 보호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근로자와 동일하게 간주되며 (방안마련이) 진행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반대 입장을 개진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총은 노동자와 구별되는 특성이 있음에도 근로자개념을 확대해 억지로 노동자성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대다수 특수형태종사자들은 노동법상 근로자로 간주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며 “현재에도 특수형태종사자는 사회보험 혜택을 당연히 적용받을 수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 실질적인 보장성이 높은 민간 상해보험을 선호하거나 소득감소를 우려해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경총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용자와의 종속성의 정도가 일반 근로자보다 낮고, 취업형태도 상이하여 일률적으로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경영계는 개별적 근로관계법 분야와 관련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업무성과 부진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파견근로 범위 및 사용기간 예외사유의 확대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법제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집단적 노사관계법 분야에 있어서는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필수공익사업을 비롯해 일반사업장에도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했을 시 부분적, 병존적 직장 점거를 허용하고 있어 노조가 이를 남용하고 있다며 사업장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아울러 경총은 사전적, 예방적인 직장폐쇄를 인정하는 등 직장폐쇄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심지어 노조법에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법률을 개정해 노조도 부당노동행위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노정관계 개선도 암울...노사정소위는 ‘노사정위원회’ 부활의 신호탄?

노정관계 개선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았다. 양대노총의 ‘교사,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과 교원은 자격, 신분의 특수성, 직무의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노동기본권에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와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 결과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ILO의 권고문에 대해서도 “공무원, 교원은 외국에서 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보는 시각의 차이가 크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업의 이해와 직결되는 문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노동기본권 문제는 법원에 떠넘기는 것은 정부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국내에서 보는 입장과 외국에서 보는 입장이 다르다고 하면, 한국은 무엇 하러 국제사회 일원으로 ILO에 가입했나. 경영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야기하려면, 노동에 대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계획으로 공공부문 노정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노정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은수미 의원의 경우, 노사정소위 차원에서 공공부문 노정교섭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양대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과 노정 교섭을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국회 기재위와 환노위가 연석회의를 통해 풀어내는 방식과 노사정위 차원의 사회적 대화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철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노정교섭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정교섭 틀에 있어 노사정위원회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노정대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적 정상화 대책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노정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화진 정책관은 “대화는 필요하다”며 “노동부는 나름대로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접촉하고 있고, 노동계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노사정소위가 사실상 노동현안을 노사정위원회로 이관하기 위한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 해 왔다. 이 날 공청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불참을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소위 결과가 사실상 ‘노사정위 살리기’의 일환이었다며, 국회 환노위 차원에서 노동현안과 관련해 조속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은 “노사정대화에서 빠진 민주노총은 수 틀리면 투쟁으로 간다. 투쟁으로 얻은 게 뭐가 있나. 같이 들어가서 회사를 살리는 공생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수가 틀리더라도 합법적인 기구를 배척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서 “민주노총이 계속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간에 들락날락 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한국노총이 뒤집어썼다. (민주노총은) 투쟁이 먼저인지 면피가 먼저인지 노조 간부가 먼저인지 소신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들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승철 기획실장은 “과거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해 합의를 한 바도 있지만, 합의 이후 정부는 정리해고 도입 등 사용자에게 유리한 것은 곧바로 입법화하고, 전교조 합법화 등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거나 유예했다. 노사정위에 부정적인 이유는 합의사항 불이행과 노사정위 구조 등에 대한 과거 경험 때문”이라며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불참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보다 노사정위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다. 그만큼 노사정위는 존재감이 없다. 이에 대한 우선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를 보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사정위를 해체하고, 국회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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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

    박강우 전 위원장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요?
    아직 살아계신거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