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사용될 교재에는 단기적으로 상여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비롯해 ‘판례 및 지침상의 예외 활용’이 사용자에게 유리하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반대해 왔던 경영계를 위해 정부가 ‘통상임금 회피 매뉴얼’까지 마련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사업주들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을 통해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시도하고 있는데도 노동부가 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간 일방적인 통상임금 지침 및 예규로 혼란을 가중시켜 왔던 노동부는, 보다 명확한 통상임금 규정을 위한 국회의 입법논의에 대해서는 새로운 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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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용욱 기자] |
해도 너무한 고용노동부, 사용자 상대로 ‘통상임금 축소 꼼수’ 교육
10일 오전 10시 국회 환노위가 개최한 ‘통상임금에 관한 공청회’에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동부가 사용자를 상대로 통상임금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노사발전재단에 ‘내일 희망 일터혁신 교육’ 사업을 위탁해 추진 중이다. 해당 교육은 기업CEO와 인사노무담당자, 근로자대표 및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CEO와 인사노무담당자 등 기업 측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교재 내용은 거의 정부 매뉴얼의 핵심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골간으로 직능급, 직무급, 성과급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설명돼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는 통상임금에 편입될 수 있는 수당은 기본급으로 편입하되, 통상임금에 편입되기 어려운 제수당을 신설하고 나머지는 성과급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금간소화 방안’이라는 목적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 전체적인 총임금 수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은수미 의원은 “노동부가 희한한 교재를 만들었다. 기본급은 늘렸지만 전체 임금은 줄이고 성과급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통상임금을 줄이는 효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동부는 통상임금 개선방안과 관련해 ‘판례 및 지침상의 예외 활용’이 사용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교재에 적시했다. 심지어 통상임금과 관련한 단기적 절충안으로 상여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은수미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아예 상여금을 폐지하라는 교재를 만들어 기업CEO와 노사전문가 등 2000명에게 교육을 시키겠다고 한다”며 “저런 식으로 하면 노조가 없는 90%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임금이 깎인다. 현장 혼란도 가중된다. 고용노동부는 교재를 모두 수거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사업주들이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기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강행하고 있지만 노동부가 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월 접수된 취업규칙 변경신고는 작년 대비 335건이 많았다. 하지만 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인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사건을 단 한 건도 적발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1월 23일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 발표 이후 130회에 달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1임금지급기’ 꺼내든 경총
통상임금 둘러싸고 노사정 이견 여전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지만, 노사정의 이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노총은 통상임금 정의규정을 입법화 하고,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이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는 정의를 적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의 정의규정과 엇비슷하지만, ‘총근로의 대가’를 개념 정의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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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용욱 기자] |
반면 경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지부를 찍은 ‘1임금지급기’ 문제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1988년부터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산정치침’ 예규를 통해 적용해 왔던 ‘1개월을 넘어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방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정의규정은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금품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나열하는 방법으로는 무수히 다양한 사업장별 임금항목을 포괄할 수 없다. 다시 해석상 논란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고정성’ 여부다. 고용노동부는 정기상여금의 경우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고 일할 계산하지 않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재직자 기준이 통상임금 포함 여부의 기준이 될 경우, 기업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 이외의 모든 임금을 재직자에 기준을 둔 임금형태로 변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소위 대표지원단은 권고안을 통해, 재직 요건과 관련한 판례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입법적 결단을 통해 이를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원단 대표인 이철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판례 법리의 발전을 기다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적 결단이나 명확한 판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제안한 통상임금 범위의 구체적인 나열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판례 발전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노사간 분쟁을 더욱 촉진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20년간 판례축적을 했으면 됐지 더 이상 무슨 판례 축적이 필요한가”라며 “이번 기회에 통상임금에 대한 법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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