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도 정치인도 추기경도 없는 나라”

세월호 희생자 위한 거리 미사, 어린이날 대한문 앞에서 열려

어린이날인 5일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탐욕스런 자본과 무능한 정권에 희생된 세월호 희생자와 모든 이웃을 위한 참회의 거리 미사’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에서 주최한 이날 미사에는 예수회 김정대 신부 등 6명의 사제가 공동집전한 가운데 600여 명의 수도자와 신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성소국장)는 “오늘은 가장 아프고 쓰라린 어린이날로 기억될 것 같다”면서, “우리 어린이들이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의 참혹한 죽음을 보면서 두려워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이날 미사에는 천주교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모여 참회하면서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 [출처: 지금여기 한상봉 기자]

상 신부는 “이곳 대한문 앞마당은 생명의 광장이 되었다”며, 쌍용차 노동자들뿐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참혹한 죽음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처 피어나지 못하고 스러져간 우리 아이들의 넋을 기리고, 우리 안에 찬란히 부활시키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이어 “차마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 없어, 행여 누가 앗아갈세라 가슴 깊은 곳에 아이들을 곱게 묻은 이 땅의 죄 없는 엄마, 아빠들과 함께하고자 우리는 다시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상지종 신부는 이날 편지를 통해 “싱그러운 생명 가득 머금은 채 죽음의 바다를 먼저 건너간 아이들에게 피눈물로 사죄하고, 그저 여러분과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한편 “해맑은 희망으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아이들을 무참히 내팽개치고 업무성과와 밥그릇 싸움에 매달렸던 썩어빠진 정부 관련 기관들과 선박 관계자들이 떵떵거렸던 죽음 같은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모든 이, 특히 약하고 여리고 가난한 이의 고귀한 생명이 온전히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나라의 모든 공권력이 합심하는 살맛나는 시간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비통해 하는 신자들은 저녁 찬 공기에도 아랑곳없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출처: 한상봉 기자]

미사 중에 이뤄진 발언 시간에 지요하 작가는 ‘참회하는 추모 시’를 낭독하며 “꽃피는 사월 한창에 봄을 훼방하는 검은 악귀들이 숨어 있었음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하고, 가엾은 희생자들을 지켜주지 못했음을 사죄하며 “세상을 깨어나게 한 아들딸들아, 저 하늘에서는 영생불멸하는 꽃으로 피어나기를 두 손 모아 눈물로 축원한다”고 말했다.

소희숙 수녀(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서울수녀원)는 ‘줄탁동시’라는 말을 인용하며 “계란 안에 들어있는 것은 세월호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며, 하느님이며 예수님”이기 때문에 “밖에서 우리가 계란을 쪼지 않으면 계란 안에 있는 아이들과 하느님과 예수님도 부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신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엉터리 구조’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김근수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종교지도자들을 모아놓고 ‘국가 개조’를 입에 담았지만 “개조될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종교인들의 설교를 지적하면서, “그들은 우리가 모두가 죄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진짜 죄인을 도와주는 설교”라고 말했다. 먼저 회개할 죄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김근수 씨는 종교인들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지만, “먼저 책임지고, 먼저 반성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책임을 묻는 데 종교인들이 나서 주기를 요구했다. [출처: 지금여기 한상봉 기자]

덧붙여 김근수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17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을 때의 처신을 소개했다. 김근수 씨는 당시 교황이 소방차와 앰뷸런스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가 구조 활동을 도왔다며, “지금 우리나라에 그런 추기경, 그런 주교가 있는가” 물었다. 또한 그때 교황은 정부의 엉터리 구조를 비판하고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지금 우리나라에 이런 추기경, 주교가 있는가” 물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에는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믿음을 주는 그런 대통령, 그런 정치인, 그런 추기경이 없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5.18 광주 학살이 군인들에 의해 국민이 살해된 국가폭력 사건이라면, 세월호 사건은 우리 정부와 언론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국민들에게 절망을 선사한 국가폭력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근수 씨는 국민들의 행동을 호소하면서 “이런 국가폭력에 대해 질문하고 항의하고 저항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본이라도 차고, 분향이라도 하고, 촛불시위와 침묵행진에 참여하고, 이웃에게 알리고, 집안 식구에게 설명하라”면서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기사제휴=카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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