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일 소아마비 바이러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시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소아마비가 확산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WHO는 소아마비가 확산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파키스탄, 카메룬과 시리아 등 3개국을 지명했고 3개국의 모든 거주자는 전 연령대에 걸쳐 해외로 출국할 경우 예방주사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WHO는 또,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7개국 방문 예정자들에 대해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5년 전 신종인플루엔자 발생 이후 처음이다.
소아마비는 지난 25년 간 어린이 수억 명에 대한 예방접종 덕분에 거의 근절됐었다. 그러나 야생 폴리오바이러스(소아마비병원체)로 인한 감염 건수는 올해만 74건이 발생했다. 이 중 59건의 소재지는 파키스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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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democracynow.org/ 화면캡처] |
빈 라덴 잡으러 예방접종으로 위장한 CIA, 예방접종 금한 탈레반
소아마비가 유독 파키스탄에서 확산된 데에는 CIA의 책임이 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독립방송 <데모크라시나우>에 따르면, CIA는 파키스탄 의사를 동원, 빈 라덴 가계의 DNA를 얻기 위해 아보타바드 시내에서 가짜 소아마비 예방접종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예방접종 캠페인이 빈 라덴 체포를 위한 CIA 비밀 작전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탈레반은 이 캠페인을 금지하고 의료인들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에 나서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이후 파키스탄에서 거의 근절됐던 소아마비는 빈 라덴 사살 3년 만에 급격히 확산됐다.
정치적 분규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인도와의 국경지에서 소아마비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탈레반 장악지와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왕래가 빈번한 대도시에서는 발병 빈도가 높다.
열악한 보건서비스와 기만된 보건 사업에 대한 낮은 신뢰
소아마비 확산 배경에는 CIA의 비밀 작전 그리고 이 때문에 예방접종을 금하고 의료진을 공격한 탈레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키스탄 인터넷 신문 <던(Dawn)>의 칼럼리스트 라피아 자카리아는 “파키스탄 여성과 어린이에게 특히 엄청난 보건상의 재난을 야기한 것은 여러 이유가 합산된 결과”라며 “예방접종에 대한 열악한 재정 지원”을 문제로 꼽았다. 예방접종을 하는 의료노동자들은 하루에 2.50 달러를 받을 뿐이다. 보수도 적을 뿐 아니라 치안도 불안해 그들은 쉽게 탈레반의 표적이 되니 누구라도 쉽게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백신접종프로그램에 대한 파키스탄 주민들의 낮은 신뢰도 예방접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자카리아에 따르면, 산업화된 서구 국가들이 일개인을 추적하기 위해 대중 보건사업을 위장해 비밀 작전을 진행했다는 것은 파키스탄 주민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시골 사람들은 백신을 믿지 않는다.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이 백신으로 불임된다는 소문도 돌았다. 교육받은 사람들도 백신이 조작되지 않았나 의심한다.
파키스탄 정부의 부족한 대응도 문제다. 1억7천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사는 파키스탄에서 유동인구는 내전 때문에 중동에서 탈출한 이들까지 포함해 수백만 명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병원 130개에 예방접종센터를 마련했지만 공항이나 주요 시설을 포함해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테러와의 전쟁, 근본주의 세력은 확대하고 공공보건은 해체
그러나 소아마비 확산은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지구적인 전쟁과 보다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다.
파키스탄 카라치 아가칸대학 여성및아동건강우수센터 설립이사인 출피콰 부타 박사는 “파키스탄에서 소아마비 프로그램은 내전과 전쟁의 장벽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제기한다. 사실 소아마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지역은 모두 내전을 앓고 있는 곳들이다.
내전 상태의 파키스탄 외에도 WHO가 경고한 소말리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은 모두 내전 또는 전쟁으로 보건서비스가 모두 무너져 내린 곳이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바로 이 곳에서 창궐하고 있다.
결국 한편에서는 미국, CIA가 각종 비밀 작전과 드론 공격으로, 다른 편에선 탈레반이 테러 등으로 파키스탄을 파괴하고 누구도 주민들을 돌보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라피아 자카리아는 “그러니까 테러와의 전쟁이 수행한 것은 근본주의 세력을 확대시킨 것 뿐 아니라 이제 파키스탄에서 공공보건을 거대한 위기로 빠트렸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위기는 현재 지구적인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WHO는 확인했다.
브루스 아일 워드 WHO 전염병 부국장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지만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이 질병을 지구상에서 근절하는 데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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