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언론으로 이어지는 부패 카르텔과 국가의 무능력함에, 여론은 ‘국가의 시스템’이 오작동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치, 언론, 노동, 사회의 시스템의 불량은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라는 체제 속에서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교수 및 학자 등은 15일 오후 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불안정 사회, 무책임사회,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한다’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수들은 한국의 신자유주의체제의 변화 없이는 세월호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세월호 참사, ‘국가개조’로 무장한 정권 공고해 지나
발제에 나선 권영숙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2014년 4월 16일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나는 회의적이고 비관적이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의 대 사건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소소한 사건으로 잊혀 질 것인지는 앞으로 이를 어떻게 의미화해 낼 것인가에 달렸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에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자칫하다가는 박근혜 정권의 신자유주의를 공고히하는 기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가 국가의 무능함과 관피아, 부패와 비리,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여론을 흡수해, 신자유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국가 개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영숙 교수는 “국가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과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 일치가 이르는 지점은 바로 국가 개조론이다. 관경유착을 끊고, 관피아를 척결한다는 국가개조론은 공안논리로 직결될 수 있는 논리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 실패 담론을 덥석 받아 안아 국가개조론을 내 놓았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관피아 척결의 결과는 국가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으로 박 대통령은 사회를 다시 재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의 무능함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를 상대로 요구하고 협상하는 경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가의 체제를 오히려 공고히 하는 독약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 교수는 “80년대와는 다르게 현재는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줬나’고 묻는 단계다. 국민들은 국가에 요구를 하고 교섭을 하고 계약서를 쓰자고 한다”며 “신자유주의적 형태로 모든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는 이를 덥석 물어서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권 교수는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속죄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만든다. 재난이 거국적 애도와 모금운동을 만들어내고, 사회는 도덕적 캠페인을 벌여 나가는 식의 국가개조를 많이 봐 왔다”며 “초반에는 국가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강하지 않았다. 배가 침몰하면 이제 공권력과 해경의 책임이 돼야 하는데 도덕적 비난으로 가며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식의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선장에 대한 ‘윤리적’ 비난과는 별개로, ‘불안한 노동 시장’이라는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권영숙 교수 역시 “선장을 윤리적으로 비난할 수 있지만, 노동자로서의 선장을 비난할 수 있나.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을 받는 사회다. 자기 노동의 대가만큼 일을 하는 것이지, 왜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하나”며 “교대선장인 자에게 하얀 제복을 입은 영국의 장엄한 선장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숙련노동, 정규직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가 불안전한 사회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 ‘변화’의 갈림길...문제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해체
이도흠 한양대 교수도 세월호의 진정한 살인자는 ‘신자유주의 체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부가 해피아와 같은 부패 구조를 끊기 위해 내놓은 공무원 개혁이나 국가안전처 설립 등은 또 다른 악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도흠 교수는 “공무원 개혁, 국가안전처의 설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무원의 개혁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으며 국가안전처는 새로운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문제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자본-국가 및 관료-대형교회-보수언론-어용학자로 이어진 부패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지고 구조화하였는데 이를 감시하거나 견제할 세력이 붕괴됐다는 점”이라며 “검찰, 국세청, 국정원, 감사원 등은 권력 및 부패 카르텔의 시녀로 전락했는데, 언론은 통제되고 시민사회는 미약하고 진보는 괴멸돼 있으니 권력과 자본의 탐욕과 부패를 견제하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마저 해체하고 있어, 이것이 향후 ‘전도된 전체주의’로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무기력하고 공포에 휩싸인 대중과 폭력적이면서도 언론과 시민의 견제를 받지 않는 국가-자본의 연합체가 만나면 무엇이 될까. 바로 신자유주의식 전체주의”라고 꼬집었다.
시장의 일부 개혁을 통한 ‘건전한 자본주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토대의 변화가 없다면 미봉책으로 남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교수는 “혹자는 시장의 균형과 공정성 확보를 통해 ‘건전한 자본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신자유주의체제에서 물적 토대의 변화에 따라 인간성과 도덕성이 파괴된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토대의 변화 없는 상부구조의 변화 미봉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제 이 나라가 효율과 이윤, 결과, 속도보다 인간과 생명, 과정, 안전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삶, 노동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며 “이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무엇보다 정권과 자본 등의 비리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태 교수는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논문을 발표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삼풍백화점 사고와 내용이 똑같았다”며 “40년전이나 20년 전이나 현재나,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똑같다. 비리에 의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비리의 먹이사슬만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한국은 위험사회가 아닌 사고사회이며 비리사회다. 관피아, 법피아 등이 국가공인의 권력을 사용해 국가를 사유화 하고 사익을 추구하며 세월호와 같은 대참사를 일으킨다”며 “재난대책에 앞서 비리대책부터 명확히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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