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가진 책임의 무게 알려주고 싶었던 교사들

퇴진선언 교사들, 2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학생들이 그래요, 자유민주주의라 자유게시판에 글 써도 안 잘린다고”

21일 오후 5시 50분께 청와대 앞 분수대 주변엔 학교를 마치고 온 5-6명의 교사들이 서성거렸다. 이들은 지난 13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퇴진 선언 운동’을 제안한 교사들이었다. 정부에선 이들의 신원을 파악해 중징계를 내리려 혈안이 됐지만 정작 이들은 청와대 코앞에서 세월호가 잊히지 않도록 재차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어제 대통령 담화를 보면서, 전혀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벌써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부터 대통령 퇴진운동을 더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이 청와대까지 와서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분명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허무감이 제자들을 덮칠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었다.


퇴진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이날 1인 시위에서 처음 만난 사람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퇴진 선언에 동참할 교사들을 모았기 때문에 얼굴을 몰랐고, 퇴진을 주장한 이유도 서로 조금씩 달랐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A교사는 “대통령이 한 잘못으로 보면 퇴진할 만한 일이지만, 제가 바라는 건 퇴진이 목적이 아니”라면서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대통령에 대고 ‘잘해주세요’, ‘제대로 해 주세요’ 말해봐야 콧방귀도 안 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퇴진운동에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교사는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는 그런 대한민국을 바라는 건데 그렇게 해주신다면 굳이 퇴진을 안 해도 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할 의도가 보이지 않으니까 퇴진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 교사인 A교사는 정부의 중징계 방침에 관해 “제가 학생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얘기해 왔는데, 생명감수성이 없는 정부에서 악한 행동이 벌어지고 그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양심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양심에 따라 행동한 거라 거리끼는 건 없다”고 했다.

B교사는 권력자들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학생들이 무력감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세월호로 학생들과 대화를 하거나 쓴 글을 보면 가장 큰 슬픔이 ‘이렇게 또 잊힐 것이다’라는 무력감이에요. 아이들이 굉장히 슬퍼하면서도 ‘이렇게 잊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고등학교 교사인 B교사는 학생들에게 사회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B교사는 “이 정도의 일이 있었으면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저에게 퇴진 선언의 의미는 권력이 가진 책임의 무게”라고 했다.

그는 “가장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책임을 질만한 사건이 났고 이 정도의 잘못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래서 무력감에 젖어들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B교사의 제자들은 B교사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리가 절대 없다고 했다.

“몇몇 학생들이 사실을 알고 저에게 그래요. 선생님 안 잘려요~. 자유게시판에 (글) 올린 거 갖고 잘려요? 우리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니에요? 오버에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걱정 마세요”

B교사는 “학생들은 그런 믿음이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우리사회 믿음이 깨졌다는 게 드러났다”며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징계를 각오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민인 제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각오를 하고 글을 올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국가의 공복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교육해왔다

C교사는 고3 아들이 단원고에 다니는 단원고 학부모이면서 안산 주민이다. C교사의 아들도 지난해 똑같이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이 주는 무게는 남달랐다.

안산지역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C교사는 이번 참사에 차별문제가 얽혀 있는 게 보여서 화가 났다. 작년에 자신의 아들도 똑같이 갔던 단원고 수학여행. 2박 3일짜리 수학여행을 왕복으로 13시간씩이나 배를 타고 간다는 게 영 걸렸었는데 그게 사고 소식을 듣고 머리를 스쳤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은 평준화 1세대였다. 그러다보니 지역밀집도가 컸다.

“배를 한번만 타면 좋겠는데, 경비부분도 있을 거고. 나중에 들은 얘기는 로비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단원고 양옆 주변에 있는 사립고인 강서고와 경안고는 (제주에 가도) 한 번은 비행기를 탄다. 제가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곳이 반월공단 노동자 밀집거주지역이다. 결국 노동자의 자녀들이 희생됐다. 강남 애들은 그렇게 수학여행 안 간다. 그런 측면에서 오랫동안 화가 났고 선언에 참가한 중요한 배경이 아닐까 싶다”

크리스찬이었던 C교사는 이날 아침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부활의 의미를 생각했다. 아이들이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구명조끼를 나누고 함께 살아보려고 하는 모습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

C교사는 “부활을 위해선 희생과 단죄가 필요하다”며 “단죄의 대상은 다른 누구가 아니라 가장 권력을 쥐고 있는 최고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한 번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돈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변곡점으로써 대통령 사퇴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C 교사는 특히 자신이 21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왔던 과정도 되돌아봐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도 현장학습을 가거나 통솔해야할 때 ‘거기 가만히 있어라’, ‘모여서 함께 가야한다’는 지시조의 인솔을 많이 했던 것 갔다”며 “아이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게 하는 것보다 국가의 공복으로서, 국가공무원으로서의 그런 교육활동들을 많이 반성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게 적어도 자기존재의 의미로서 교육운동을 하는 교사들이라면 제일 뼈아프게 반성하는 부분”이라며 “그것을 넘어서지 않으면 교육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퇴진 선언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퇴진 선언 교사들은 이후에도 광화문 광장 등 시민들이 많은 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퇴진 운동의 필요성을 알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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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원

    감사합니다 선생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