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곳곳에 ‘세월호’가 떠다니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단과 대안 증언대회, "노동현장 근본적 정책 전환 시급"

"기관사들끼리 얘기할때 지하철에는 '설마..'라는 마귀가 있어서 언젠가 사람 생명 잡아먹을 수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잘 하자고 얘기한다"

"잉태되는 순간부터 영안실을 이용하는 순간까지, 요람에서 무덤 전까지 이용하는 병원에 의료민영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시커멓게 몰려오고 있다"

"노조가 없는 곳은 단 한명의 도시가스 점검원이 70km 배관을 혼자 담당한다"

"87% 비정규직으로 돌아가는 인천공항, 사고 시 지휘권도 없는 비정규직 보안 업체 직원 60여명이 공항 전체를 담당한다"

"국내 건설현장은 담이 10m,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공장장은 불산이 유출됐는데도 도망가고, 소방관들은 불산업체인 줄도 모르고 물만 뿌렸고,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쳤다"

"화재경보가 울려도 3천명 조선노동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계단은 30m 높이의 폭 1m 계단 3개가 전부다. 대피 계단까지 이동하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지하철, 병원, 발전소, 도시가스, 공항, 건설현장, 화학공장, 조선소. 각 산업 현장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리 사회 곳곳에 미처 보이지 않던 다종다양한 모습의 '세월호'들이 떠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민주노총과 설훈, 김현미, 심상정, 이인영, 김기식, 박원석, 서기호, 은수미, 장하나 9인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현장에서 바라본 세월호 진단과 대안 - 자본의 탐욕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렸다.

분야와 장소만 달랐을 뿐, 이들이 지목하는 위험의 본질적 원인은 같았다. 현장증언에 나선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외주화, 사유화 등을 내세워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노동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진상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서형석 서울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현장에 내려오기까지 했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 정권에서는 좀 더 제대로 정치를 하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했었다"면서도 "결과는 같았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 정책 전체가 신자유주의 방향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회 전체가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는데 잘한 놈, 못한 놈을 어떻게 가리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고 88일 동안 조합원들이 재발방지안을 요구하면서 길바닥에서 파업하고 투쟁했다"며 "100여명이 징계됐고, 아직도 13명의 해고자가 복직하지 못 했다. 노무현 정부 때였다"고 말했다.

이어 27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3호선 화재 사고를 언급하며 "대구지하철 참사 때와 똑같았다. 답은 하나다. 사람이 있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다. 신분당선은 아예 사람이 운행하지 않는 무인운전 구간이다. 누군가 방화를 저지르면 승객들이 끄고 탈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정남 보건의료노조 중앙대의료원 지부장은 29일 발생한 전남 장성의료원 화재사건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의료민영화가 전면화 되면 전체 국민의 15%가량, 300만 명의 저소득층에 대한 대학살극이 벌어질 것이다"며 "안정성이 검증 안 된 원격진료는 환자를 마루타로 만들 것이다. 직접 의사가 보고, 듣고, 청진하고, 첨단기계를 동원해 검진해도 오진이 날 수 있는데, 그 작은 의료기기에 자기 몸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지부장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인력을 더 확충하고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서 환자들이 좀 더 안전하고 생명을 가치 있게 존중받아야 한다"며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를 하려는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이 철퇴를 내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광원 도시가스노조 협의회 사무처장은 1994년 아현동 밸브기지 폭발사고, 1995년 대구 상현동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1996년 대한 도시가스 정압기 연쇄분출 사고 이후 2000년대 들어 사고가 잠잠해지자 안전관리와 규제를 완화하려는 흐름이 등장했다고 지적하며 "전국에 노조가 있는 도시가스 회사는 전체 33개 중 13개에 불과하다. 노조가 없는 곳은 안전에 대한 견제세력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한 사업장에서 새벽에 현장 안전관리를 하던 가스안전점검원이 음주뺑소니 차에 치여 순직해 오늘이 발인이다"며 "사고가 나자 도시가스공사는 사고처리와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현장에 안전 장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안전수칙은 지켰는지부터 따졌다. 유족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깎겠다는 심산이었다"고 탄식했다.

최 사무처장은 가스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배관 15km마다 안전점검원을 선임하는 원칙을 예외없이 강화하고 안전순찰 기준 역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민원서비스를 담당하는 외주화 된 고객센터를 공사가 직접 투자해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국장은 "인천공항은 화려한 겉모습 뒤로 87%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한다"며 "9년 연속 세계 공항 평가 1위라고 자랑하는데 평가 1위 항목은 정확히 '서비스' 부문이다. 서비스 부문이란 승객들 수하물을 얼마나 빨리 찾아주느냐로 결정된다. 이런 평가는 안전에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공항공사가 인력구조개선에 대해 연구용역에 맡긴 상태다"며 "세월호 참사가 터졌으니 안전부문에 아주 일부를 직고용하자고 할 것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배려 받지 못 하고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사고 발생 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현재순 화학섬유연맹 노동안전실장은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누출 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현 실장은 "예방의 측면과 규제완화, 사건 발생 당시 안일한 초기대응이 구미 불산유출 사건 당시와 너무나 유사하다"며 "현재도 전국 1만 6천 화학섬유 사업장 중에 취급하고 있는 화학물질을 공개한 곳은 10%에 불과하다. 그 정보를 모르는데 정부라고 어떻게 관리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실장은 유일한 대안은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감시를 보장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최근 은수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사회알권리 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마지막 증언자로 나선 김덕규 현대중공업노조 노동안전실장은 "현대중공업에 직영 소속 노동자가 2만 7천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3만 7천명이다. 재하청 비정규 물량팀까지 포함하면 7만이 넘는다"며 " 그 전체 인원에 안전관리요원이 200여명에 불과하다. 안전 관련 자격증도 없는 알바생들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 사망 시 원청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는 법을 제정할 때만이 조선업 현장의 안전 시스템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언제든지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데 동의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권의 강화와 단체협상에서의 안전조항 삽입 확대 등 노동현장에서부터의 근본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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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 세월호 진단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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