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은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안 일정에 맞춰 환영행사 및 미사 참여, 면담 등의 일정에 참여하게 된다. 강우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광화문 농성장 강제 퇴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광화문 광장 농성장도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세월호 유족 “교황님,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세요” 호소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세월호 가족대책위)는 13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관련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4월 16일로부터 12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참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대통령, 정부 및 국회 모두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우리는 국가, 대통령, 정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국회는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어왔고, 선거 등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논의됐던 특별법 제정 논의는 철저한 진상조사라는 그 목적과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습니다”라며 “우리는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대통령과의 대화가 2,000미터 앞에서 가로막힌 광화문에서 교황님, 가톨릭 신자들, 국민들과 우리의 뜻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씨도 ‘교황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혜숙 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호소문을 낭독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경찰병력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정혜숙 님은 박근혜 대통령을 뵙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으나, 공권력이 청운동사무소 앞을 봉쇄해 강제로 끌려나온 뒤 그 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약속한 바 있어 그 말을 믿고 찾아갔지만,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왔다. 어머니와 아버님 한 분 씩은 실신해 병원에 이송됐다. 2주 전에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혜숙 씨의 호소문을 대독한 고 박성호 군의 누나 박보나 씨는 “안타깝게도 참사가 일어난 지 120일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 가족들은 왜 우리 아이가 죽어야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라며 “낮은 곳으로 한없이 내려오시는 교황님,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현재 31일 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도 ‘교황님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영오 씨는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관심 가져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유족, 14~17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일정 진행
방한준비위원회 ‘광화문 농성장 강제퇴거 반대’입장, 유족들 “격려와 위로 기억할 것”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미사 참석 및 면담 등의 일정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국하는 14일에는 세월호 유족 4명을 포함해 각계 각층인사 30여 명이 서울 공항에서 교황을 맞는다. 15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도 유족들이 참여하며, 미사 직후에는 유족 10명이 교황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다. 특히 이 날 면담에서는 십자가를 지고 전국 도보 행진을 하고 있는 3명의 유족들이 교황에게 십자가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유경근 대변인은 “이 날 비공개 면담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교황에게 직접 설명하고, 왜 유족들이 30일 넘게 단식을 하며 거리에 나와 있는지를 알릴 예정”이라며 “아울러 정부와 국회의 진상규명 약속에도 120일 넘게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며, 교황과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시민들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관심과 성원을 부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6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미사에도 참가하게 된다. 시복미사에는 최소 50만 명 이상의 신자 및 시민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애초부터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강제 철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세월호 유족 측의 합의로 농성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경근 대변인 역시 “방한준비위원회의 배려로 농성장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다만 교황이 미사 전 광화문을 한 바퀴 돌 예정이어서, 동선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농성장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에는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직접 참석하게 된다.
한편 세월호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지난 12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신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16일 열리는 시복미사로 세월호 유족 농성장을 비롯해 광화문 인근 농성장이 강제 철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강우일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행사 때문에 그분들이 물리적으로 퇴거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예수님께 사랑의 성사인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 그분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유경근 대변인은 “한국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가 많은 격려와 위로, 그리고 대화를 통해 도와주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강우일 주교께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예수님께 사랑의 성사인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는 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늘 함께해 주시는 한국가톨릭천주교회가 돼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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