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Jakub Żerdzicki
아르헨티나는 일요일에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나를 포함해 이번 선거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의 ‘전기톱을 휘두르는 친구’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와 연계된 정당이 최다 의석을 차지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복지국가를 파괴하겠다는 계획을 상징하기 위해 전기톱을 흔들었다.
무능하고 부패해 보이는 밀레이가 (트럼프의 재무장관이 승인한 400억 달러 대출의 도움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그런 방향으로 표를 던진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전 좌파 정부들은 경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세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을 남겼다.
전체 이야기는 복잡하다. IMF는 의도적으로 정부를 방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 사항을 제쳐두더라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좌파 성향 정부의 결과에 불만을 가질 이유는 충분했다. 그들이 밀레이의 전기톱식 접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최근 역사적 세부사항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진보 세력이 진보적 성과를 얻기 위해 시장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해서는 안 된다. 우파는 시장을 조작해 끊임없이 소득을 위로 재분배한다. 진보 진영이 이런 조작을 방치한다면, 세금과 이전 정책만으로 공정하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이 극단적인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인 ‘규칙들’을 바로잡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부여한 특허와 저작권 독점, 다시 말하지만 시장이 아니다
나는 항상 특허와 저작권 독점에 대해 강조한다. 여기에 엄청난 돈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이런 독점이 시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허와 저작권이 없는 시장도 여전히 시장이다. 이런 제도들은 혁신과 창작을 촉진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이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만든 정책이다. 특허와 저작권 독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유시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개입’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분명하듯, 이 독점에는 막대한 돈이 걸려 있다. 우리는 올해 특허 독점 때문에 처방약과 제약 제품에 7천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게 될 것이다. 가구당 5천 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만약 특허 독점이 없는 자유시장이었다면, 이 약들은 약 1,500억 달러 정도에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독점은 일부 사람들을 매우 부자로 만든다.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허락 없이 복제하는 사람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았다면, 빌 게이츠는 여전히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약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제품에 얼마를 지불하고,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부자가 되는지는, 특허와 저작권 독점을 더 길고 강하게 만들지, 아니면 더 짧고 약하게 만들지에 달려 있다. 이것은 정책 결정이지 시장이 아니다.
사모펀드가 악용하는 파산법은 시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모펀드의 파트너가 되어 부자가 되었다. 사모펀드들이 수십억 달러를 번 방법 중 하나는 기업 파산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들의 일반적 관행은 회사를 인수한 후 가능한 한 많은 부채를 끌어오고, 토지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챙기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이렇게 모은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인수한 회사가 성공하면 상장시켜 막대한 돈을 벌고, 실패하면 파산을 선언하고 떠난다.
이런 사기적 행태는 의도적으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뿐 아니라, 임금이나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직원, 거래업체, 건물주 같은 비의도적 채권자들까지 피해를 입힌다. 현재의 파산법 구조는 시장이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모펀드처럼 사실상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기업이 그 자회사의 부채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지도록 법을 다시 쓸 수도 있다.
지금의 파산법 구조는 시장이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다.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도 시장이 아니다
2008~2010년 금융위기 동안, 연방정부는 대부분의 주요 금융기관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구제했다. 이것 역시 시장의 결과가 아니라 정책 결정이었다.
이런 구제금융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2023년 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여러 대형 은행이 연준의 지원을 받아 구제된 것을 보라. 대형 금융기관들은 위험이 잘못되더라도 정부가 비용을 떠안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운영된다.
게다가 예외적 구제금융만이 정부의 금융산업 지원 방식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FDIC)가 운영하는 예금보험은 현대 은행 산업의 핵심적 안전망이다. 이는 좋은 정책이지만, 자유시장은 아니다.
정부는 또 다른 방식으로도 비대해진 금융 부문을 지원한다. 금융거래는 사람들이 음식, 의류, 일반 상품을 살 때 내는 소비세에서 대부분 면제되어 있다. 주식·채권·파생상품 거래에 이런 특혜를 주는 것 역시 정책 선택이다. 이런 거래에 단지 소규모의 거래세를 부과하더라도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을 걷을 수 있으며, 금융 부문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부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불평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설계하는 방식이 불평등을 만든다
노동법, 기업지배구조, 오염 책임 규정 등도 모두 부유층에게 유리하도록 짜여 왔다(더 자세한 논증은 내 책 ⟪Rigged⟫에서 볼 수 있다). 핵심은 시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연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자들이 규칙 제정 과정을 장악하도록 허용했고, 그 결과 막대한 소득이 위로 재분배됐다.
이 규칙을 정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기술적이어서 거의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부자들은 직접 이익이 걸려 있기에 항상 집중한다. 대표적 사례가 1995년 WTO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채택된 TRIPS 협정(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이다. 이는 미국식 특허·저작권 규칙을 전 세계에 적용한 것으로, 제약사 화이자의 로비스트들이 강력히 추진했다. 파산법 세부조항이나 기업지배규칙 또한 관련 기업에 고용된 사람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불투명성이 그 중요성을 없애지는 않는다. 규칙 설정이 사람들의 복지와 소득 분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규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무시한 채, 부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놔두는 것은 놀라운 수준의 정치적 직무유기다. 세금과 이전 정책만으로는 이런 불평등을 되돌리기 거의 불가능하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이용해 정치인을 사서 세금을 최소화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좀 더 의욕이 생기면, 불평등을 줄이면서 동시에 시장이 어떻게 조작되어 왔는지 주목하게 만들 수 있는 구체적 조치들을 제시하겠다. 오늘은 한마디로 이렇게만 말하겠다. 우파를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이며, 아마 다른 편에서 일해야 할 사람일 것이다.
[출처] The Left Needs to Learn to Love the Market; The Market is a Tool, Not the Enem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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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