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학자 바버라 터크먼(Barbara Tuchman)이 “노쇠한 제국들의 호전적 경박함(bellicose frivolity of senile empires)”이라고 부른 저주에 사로잡혀 있다.
미국사회주의연방공화국산(Made in the USSA). 출처 : Mr. Fish
“국제적 예의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 제이크. 그 현실 세계는 힘에 의해, 강제력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배된다. 이것이 태초부터 존재해온 세계의 철칙이다.” —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2026년 1월 5일, CNN에서 제이크 태퍼(Jake Tapper)와의 인터뷰에서
“살고자 하는 자는 싸워야 한다. 생존을 규정하는 법칙이 영원한 투쟁인 이 세계에서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살아갈 권리가 없다. 이런 말은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것이 현실이다.” —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나의 투쟁⟫(Mein Kampf)
“파시스트 국가는 권력을 행사하고 명령하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여기에는 힘에 대한 개념 속에 로마의 전통이 구현되어 있다. 파시스트 교리가 이해하는 제국적 권력은 단지 영토적이거나 군사적이거나 상업적인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정신적이며 윤리적이다. … 파시즘은 제국주의적 정신, 즉 국가들이 팽창하려는 경향 속에서 그들의 생명력의 발현을 본다.” —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파시즘의 교리⟫(The Doctrine of Fascism)
모든 제국은 죽어갈 때 전쟁이라는 우상을 숭배한다. 전쟁이 제국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전쟁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것이라고 믿는다. 전쟁이 말을 듣지 않는 세계를 복종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과잉 남성성과 오만에 눈이 먼 채 전쟁의 우상 앞에 무릎 꿇는 자들은, 우상이 처음에는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제물로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고대 스토아학파가 말한, 세계를 파괴하는 필연적 대화재인 에크피로시스(Ekpyrosis)는 시간의 순환적 본성의 일부다. 탈출구는 없다. 포르투나(Fortuna). 개인의 죽음에도 때가 있고, 집단의 죽음에도 때가 있다. 결국 시민들이 소진되어 소멸을 갈망하게 될 때, 제국은 스스로의 장작더미에 불을 붙인다.
우리의 전쟁 대사제들, 도널드 트럼프, 마코 루비오, 피트 헤그세스, 스티븐 밀러, 그리고 합참의장 댄 ‘레이진’ 케인 장군은 과거 제국들을 파멸로 몰아넣은 어리석은 자들과 사기꾼들과 다를 바 없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오만한 지도자들, 제국 독일의 군국주의자들, 차르 체제 러시아의 무능한 궁정이 그러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베니토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 파시스트들,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그리고 일본 제국의 군사 통치자들이었다.
이 정치적 실체들은 집단적 자살을 저질렀다.
그들은 밀러와 트럼프 백악관 인사들이 마시고 있는 것과 동일한 치명적 영약을 들이켰다. 그들 역시 산업적 폭력을 통해 세계를 재편하려 했다. 그들 역시 자신을 전능하다고 여겼다. 그들 역시 전쟁의 우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다. 그들 역시 복종과 숭배를 요구했다.
그들에게 파괴는 창조다. 반대는 반역이다. 세계는 단선적이다. 강자 대 약자. 오직 우리 국가만 위대하다. 다른 나라들, 심지어 동맹국들조차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 제국적 어리석음의 설계자들은 광대이자 살인자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이들에게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절망하고 배제된 이들에게는 맹목적으로 추종된다. 메시지가 단순하다는 점이 바로 그 매력이다. 주문 하나면 사라진 세계, 신화적일 뿐인 황금시대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현실은 초국수주의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해석된다. 초국수주의의 이면은 인종주의다.
“민족주의자는 정의상 무지한 인간이다.” 유고슬라비아-세르비아 소설가 다닐로 키시(Danilo Kiš)는 이렇게 썼다. “민족주의는 저항이 가장 적은 길, 가장 쉬운 길이다. 민족주의자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거나 안다고 믿는다. 즉 민족적 가치, 자신이 속한 민족의 윤리적·정치적 가치다. 그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 다른 민족, 다른 부족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조사할 필요조차 없다. 민족주의자는 타인을 자기 모습 그대로, 즉 민족주의자로 본다.”
이 왜소한 인간들은 타인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 그들은 위협하고, 공포를 조성하고, 살해한다. 국가 간 혹은 개인 간 권력 정치의 기술은 그들의 빈약한 상상력을 한참 벗어난다. 그들은 오래된 동맹과 새로운 동맹이 끊임없이 변하는 복잡한 현실을 감당할 지적·정서적 능력이 없다. 그들은 세계가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지 볼 수 없다.
외교는 종종 어둡고 기만적인 기술이다. 본질적으로 조작적이다. 그러나 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적과 동맹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와 그의 졸개들에게 이는 불가능하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외무장관이자 나폴레옹 패배 이후 유럽 정치를 지배했던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 공작 같은 유능한 외교관들은 유럽 협조체제와 빈 회의 같은 협정과 조약을 만들어냈다. 자유주의의 적이었음에도, 메테르니히는 1848년 혁명까지 유럽의 안정을 유지했다.
나는 국무차관보 리처드 홀브루크가 보스니아 전쟁 종식을 협상하는 과정을 취재했다. 그는 허세가 심했고 자기 명성에 도취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발칸의 군벌들을 서로 맞부딪치게 하여, 나토 전폭기의 사라예보 인근 세르비아 진지 공습이라는 도움과 함께, 결국 데이턴 평화협정에 서명하도록 만들었다.
홀브루크는 제네바 회의장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외교관들을 경멸했다. 그 사이 보스니아에서는 10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약 90만 명이 난민이 되었으며, 130만 명이 국내 실향민이 됐다. 그는 위험을 회피하는 군 지휘관들을 혐오했고, 협정에 서명하도록 몰아붙여야 했던 크로아티아·세르비아·무슬림 지도자들을 증오했다.
그의 폭발적 성격은 많은 원한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적을 회유하고 굴복시키는 법을 알았다. 그는 유럽에서 프랑스의 패권을 굳힌 17세기 정치가 쥘 마자랭 추기경에 비유되었다. 데이턴 협상 당시 한 프랑스 외교관은 르 피가로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첨하고, 거짓말하고, 모욕한다. 잔인하고 분열적인 마자랭이다.”
사실이다.
그러나 홀브루크는 힘과 외교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했다. 이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국가에는 외교관이 있고, 위대한 외교관은 위대한 장군만큼 중요하다.
갱스터 국가에는 외교가 필요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루비오는 국무부를 해체했고, 유엔, 국제개발처, 미국평화연구소, 미국의 소리 방송 같은 비군사적 영향력 수단도 파괴했다.
갱스터 국가의 외교관은 심부름꾼으로 전락한다. 히틀러의 외무장관 리벤트로프는 외교 경험이라곤 영국에서 가짜 독일 샴페인을 팔던 것이 전부였다. 무솔리니의 외무장관은 사위 갈레아초 치아노였다. 무솔리니는 훗날 그를 처형했다. 트럼프의 중동 특사는 부동산 개발업자 스티브 위트코프이며, 종종 무능한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동행한다.
이탈리아 철학자 베네데토 크로체는 파시즘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적 세 체제에 더해 “나귀 정치(onagrocracy)”라는 네 번째 정부 형태를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우리의 지배계급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해체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헌정국가는 파시즘 이전에 이미 붕괴했다.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그는 시체를 물려받아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나는 해외에서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헌신이 필연적으로 국내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결국에는 군사 독재나 그에 준하는 민간 형태의 독재를 낳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은 20년 전 자신의 저서 ⟪네메시스: 미국 공화국의 마지막 나날⟫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 국가의 건국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공화국이라는 형태의 정부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거대한 상비군, 거의 끊이지 않는 전쟁, 군사적 케인스주의, 그리고 파괴적인 군사 지출이 결합하면서 공화적 구조는 붕괴했고, 그 자리를 제국적 대통령제가 차지했다. 우리는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잃을 문턱에 서 있다. 일단 한 나라가 이 길로 들어서면, 모든 제국에 공통으로 작동하는 역학이 나타난다. 고립, 과도한 팽창, 반제국주의 세력의 결집, 그리고 파산이다. 네메시스는 자유 국가로서의 우리의 삶을 뒤쫓고 있다.
미국 제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했고, 그 이전에는 피그만 침공과 베트남에서도 패배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이전의 군사적 참사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매번 새로운 군사적 재앙으로 뛰어든다. 동맹은 필요 없다고 믿는다.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린란드를 점령해 나토가 붕괴한다면, 그게 뭐가 문제인가?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수행하도록 자금을 대고 무장시키고, 이란과 예멘을 폭격해 글로벌 사우스의 광범한 지역을 소외시키고 무슬림 세계를 분노하게 만든다 해도, 누가 신경 쓰겠는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침공하고 납치한 일이 미국식 제국주의의 악취를 풍긴다면, 어쩌라고? 다른 누구도 중요하지 않다.
킹콩처럼 세계를 짓밟고 다니는 국가들은 스스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존슨은 로마 공화국이 그랬듯, 우리가 계속 제국에 매달린다면 결국 “민주주의를 잃고, 제국주의가 만들어내는 불가피한 역풍을 음울하게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역풍은 이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미국 제국이라는 허물어져 가는 건축물의 붕괴가 찾아올 것이다. 이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다만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판 ⟪우부 왕⟫Ubu Roi, 프랑스 극작가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가 1896년에 발표한 희곡. 미국 지배 엘리트가 폭력적이고 허망하며 우스꽝스러운 폭군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강한 풍자)의 궁정에 틀어박힌 부적응자 집단에게는 끔찍한 충격으로 다가올 뿐이다.
[출처] Grand Illusion
[번역] 이꽃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