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국가와 석유국가: 혼란스러운 구분의 핵심

작년 어느 시점부터 전기국가(electrostates)와 석유국가(petrostates)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중국은 전기국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었다도널드 트럼프 하의 미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자국의 집착을 과시적으로 드러냈다그 결과 전기국가와 석유국가를 대비시키는 헤드라인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나 역시 가을에 런던 서평(LRB) 강연 제목을 통해 이 흐름에 한몫했다.

그 이후 나는 이 대비가 점점 더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되었다왜냐하면 사설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이 구분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실제로는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구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나라가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의 형태로 사용하는 비중이 크고 계속 증가할 때그 나라를 전기국가라고 부른다.

이는 산업과 가정에서든혹은 자동차·트럭·선박·항공기에서든 가스·석유·연료를 직접 태우는 데 크게 의존하는 사회와 대비된다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받는지는 중요하다왜냐하면 청정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 구호는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이기 때문이다전기는 우리가 청정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에너지 형태 가운데 하나다물론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은 아직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그러나 에너지 전환의 전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기화라는 문제는 중요성을 가지며, “전기국가라는 개념은 더욱 강력한 의미를 얻게 된다.

중국은 전형적인 전기국가의 사례로 지목되어 왔다중국은 최종 에너지 사용 가운데 전기의 형태로 공급되는 비중을 확대해 왔다여기에 더해 지난 5년 동안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더 나아가 중국 제조업체들은 전기차(EV) 산업을 지배하고 있으며내연기관이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현실로 끌어오고 있다초고속(전기화된철도는 중국 내 지역 간 항공 이동과 경쟁하고 있다그리고 중국은 국가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혼합경제 체제이기도 하다따라서 중국은 전기국가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잠깐만 이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전기국가 발전이라는 비전이 본질적으로 특정 국가들과 나라들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석탄과 수력이 가장 값싼 전력 생산 수단이었고 가스는 파이프라인이 아니고서는 장거리 수송이 불가능했을 때에는전기화에서 유리한 쪽은 적합한 강을 가진 산악 국가들과 대규모 석탄 매장량을 가진 국가들이었다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의 등장과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의 도래는 이제 전기화를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가능한 선택지로 만들었다.

누가 다용도 전력을 선택하지 않겠는가특히 그것이 청정하고 값싼 원천에서 공급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소련은 전기공학 강국이었고중화인민공화국의 1세대 전기공학자들은 그곳에서 기술을 배웠다브라질은 수력발전 국가다걸프 국가들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수입해 왔다미국에서는 텍사스주가 대규모 설비형 재생에너지의 최대 발전 지역이다하루 중 긴 시간 동안 미국 최대의 석유·가스 생산 지역은 배터리의 지원을 받는 태양광과 풍력에 크게 의존해 전력망을 운영한다.

2026년에 “AI를 돌릴 컴퓨터 처리 능력(compute)”에 6,50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인 초대형 인공지능 기업들은 미국을 전기국가로 구축하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이들의 문제는 미국이 가장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수입을 거부하고트럼프 하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전반을 방해한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백악관에 누가 앉아 있든 상관없이전력망 확장과 연결상호연결 과정 자체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어서발전 설비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접속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요컨대 어떤 경제든 전기국가가 될 수 있다막대한 양의 석유·가스·석탄을 생산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한 나라가 어느 정도 전기국가인가 하는 문제는 기초적인 자원 조건이나 경제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정부적 합리성의 표현이다그것은 현대적 경제·기술 발전 역량을 보여주는 복합적인 지표다미국은 전기국가가 아닌 것이 아니다미국은 전기국가이지만초저비용 전력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질주하기보다는 느릿하게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석유국가라고 부르는 일이 점점 흔해졌다대체로 이는 호의적인 표현이 아니다왜 그런가?

셰일 혁명은 미국을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만들었다동시에 주요 수출국으로도 만들었다그러나 석유국가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임대수익(GDP), 부가가치(GDP), 수출 수입(달러), 혹은 정부 재정 수입(세금), 또는 이 네 가지 모두를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경제와 국가를 가리키는 데 사용해 왔다다시 말해 석유국가로 분류된다는 것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경제 발전 단계나 낮은 국가 역량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앙골라와 같은 경제에 적용된다걸프 국가들에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지만이들 국가는 경제 다변화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공식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서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지” 약 40~50% 수준이다사우디아라비아는 도시국가가 아니라 3,200만 인구를 가진 국가다억지로 적용한다면 러시아에도 이 용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특히 정부 재정 수입과 수출 수입 측면에서 그렇다그러나 고전적인 의미에서 보면 이 용어를 미국에 적용하는 것은 거의 타당하지 않다미국석유협회는 자신들이 대표하는 석유·가스 산업이 2021년 미국 GDP에 1조 8,000억 달러즉 7~8%를 기여했다고 평가한다텍사스에서는 석유와 가스가 GDP의 15~16%를 차지한다이는 의미 있는 수치이지만강한 의미에서 텍사스조차 석유국가라고 부르기에는 충분히 크지 않다만약 논객들과 정치인들이 미국을 석유국가처럼 말하기로 선택한다면그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이는 분명한 경제적 사실이 아니라 담론적 구성(discursive construction)”의 문제다미국 화석연료 영향력은 전제할 것이 아니라 설명되어야 할 대상이다그리고 전기국가와의 대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텍사스는 미국 석유·가스 생산의 42%를 담당하지만 동시에 미국 최대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지이자 배터리 전력 도입의 선도 지역이기도 하다왜 그런가그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텍사스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경쟁력 있는 석유·가스 생산국이라고 해서 낭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석유·가스와 같은 역동적인 부문이 지역 경제에 존재하면 다른 부문의 비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네덜란드병), 그 결과 다른 부문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다른 방법예컨대 값싸고 청정한 전력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석유·가스 생산국으로서 미국의 진정한 특징이자 석유국가라는 규정을 다시 문제로 떠오르게 만드는 요소는 생산 측면이라기보다 수요 측면에 있다미국 경제는 하루 1,300만 배럴이 넘는 석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일 뿐만 아니라하루 약 1,900~2,000만 배럴을 소비하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기도 하다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20퍼센트에 해당한다이에 비해 중국은 하루 1,500~1,600만 배럴을 소비하지만 자국 생산은 400만 배럴을 넘지 않는다유럽연합(EU)은 하루 1,000만 배럴을 소비하지만 생산량은 겨우 50만 배럴 수준이다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약 950만 배럴을 생산하지만 소비는 350만 배럴에 불과하다러시아는 하루 약 900만 배럴에 가까운 생산을 하며 약 390만 배럴을 소비한다.

따라서 이는 화석연료의 미래를 둘러싼 세 가지 서로 다른 입장을 설정하게 된다중국과 유럽연합은 수입 석유를 자국에서 생산한 (청정한전력으로 대체할 방법을 찾을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그래서 중국의 전기국가 발전 전략은 강한 설득력을 가지며유럽이 왜 같은 방향으로 훨씬 더 강하게 나아가지 않는지가 하나의 수수께끼로 남는다어쨌든 전반적인 흐름은 분명하다유럽연합과 중국은 점점 더 전기국가 모델에 전면적으로 부합하게 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그리고 러시아)는 보다 큰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이들은 공급자로서 석유국가이지만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자국 생산을 흡수해 줄 세계 시장에 의존한다이들은 파이프라인, LNG 터미널정유시설 같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그 세계 시장을 육성하고 고정시킬 수 있다그러나 결국 이들은 다른 에너지 형태특히 전력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한다해외 수요(그리고 종종 해외 자본과 기술)에 의존한다는 점은 고전적 석유국가의 또 다른 공통된 특징이었다중국(그리고 유럽연합)이 탈탄소화를 진행하면서 화석연료 수요의 전망은 밝지 않다이는 전통적 석유국가들로 하여금 경제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다변화해야 할 강력한 유인을 제공한다사우디아라비아처럼 부유한 생산국은 — 이라크나 앙골라와 달리 — 투자할 자금을 갖고 있다그리고 청정하고 저렴한 전력은 분명한 투자 방향이다그래서 걸프 국가들이 중국의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이들의 미래 경로는 전기국가 부문을 함께 갖는 석유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독특한 형태의 석유국가로 만드는 것은 단지 막대한 석유·가스 생산량이 아니라그 공급이 더 큰 수요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이는 미국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미국이 (녹색전기화로 향하는 세계적 흐름에서 이탈해탄화수소 기반의 국가적 또는 대륙적 모델을 고착시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경로는 아니다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훨씬 더 크고 정교한 경제를 가진 미국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경로는서로 다른 비중을 가진 혼합경제 모델즉 점점 더 친환경적인 전기국가이면서 동시에 큰 탄화수소 부문을 유지하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었을 것이다이것이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가 선호했던 모든 것을 병행하는 모델이다그러나 공화당과 트럼프는 이 길을 선호하지 않는다이들은 이념적 이유로 화석연료와 전기기술이 결합된 혼합 모델을 거부한다이는 비합리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이다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달리미국에서는 이런 선택이 적어도 가능하다익숙한 논리를 뒤집어 보면미국은 충분히 크고충분히 부유하며충분히 정교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 동안 20세기 후반의 모델을 그대로 고정해 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동 수단의 전기화 추진이 중단될 것이다내연기관은 미국의 국내 석유 생산이나 값싼 수입 석유에 의존하게 된다규제를 통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를 배제한다면미국은 2000년대 초반의 가스 기반 전력 모델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하는 전력 시스템은 미국에게 하나의 선택지다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는 모델보다 효율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그러나 이 경로의 주요 장애물은 경제성이라기보다 충분한 가스터빈을 생산하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와새로운 발전 용량을 신속하게 연결하지 못하는 전력망의 문제다이런 형태로 명확히 표현되는 경우는 드물지만바로 이러한 가능성이 미국을 석유국가로 보는 담론을 지속시키고 있다.

만약 이것이 미래가 된다면그것은 단순한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기존의 인과 관계 모델을 뒤흔든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석유국가라는 개념은 원래 자원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자연주의적 경제 발전 모델에 기반하고 있었다석유국가는 그 자연적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분업 속에서 틈새를 찾아 번영한 다변화된 경제보다 오히려 더 원시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그러나 미국이 자신의 화석연료 자원과 경제 규모를 활용해 20세기 초반의 상태를 고정하고그 결과 전 세계 전기기술 발전과 점점 더 어긋나게 된다면그것은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결과가 된다미국은 새로운 형태의 폐쇄적 석유국가의 선구자가 될 것이다.

[출처] Chartbook 439 Electrostates v. petrostates. Clarifying a tricky distinctio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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