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집회의 수적 규모를 애써 부정하던 극우 세력이 마침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북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자, 극우는 새로운 가상의 적을 설정했다. 반중과 혐중 정서를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계엄의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일상의 안녕을 회복하기 위해 거리에 모인 시민을 일순에 ‘중국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집회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선동한다.
극우들은 ‘중국 개입’의 정황을 귀신같이 찾아내 내밀었다. 한자가 적힌 우유갑을 증거로 제시했다. 살펴보니 그들이 중국을 폄훼하기 위해 ‘타이완 넘버원’을 부르짖을 때 들이대던 타이완 우유였다. 또, 한자로 적힌 ‘윤석열퇴진(尹錫悅退陣)’ 피켓을 물증으로 가져왔다. 알고 보니 일본의 한인들이 도쿄에서 주최한 퇴진 집회의 피켓이었다. 중국 모처의 새해맞이 행사 영상을 마치 탄핵 반대 집회인 양 둔갑시키기도 했다.
이제 광장은 ‘팩트체크’를 넘어 혐오와 배제를 부수는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 광장에 이주민·이주노동자가 함께하는 게 뭐가 문제야?”라고. 계엄이 파괴하는 일상은 국적을 구분하지 않는다. 유린당하는 삶터와 일터를 지키고자 하는 건, 선주민이나 이주민이나 모두 인지상정이다. 한국이 선취(先取)한 민주주의에 무임승차 하지 않으리라는 이주민의 ‘몫소리’가 더 많은 광장의 시민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우리는 연대가 혐오를 이기는 역사를 목도하고 싶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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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