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지난 2010년 6월 29일 성노동자의 날을 맞아 일본에서 살해당한 한국인 성노동자 여성을 추모하며 진행되었던 <목소리 展> 중  설치작품 '아무도 모른다'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2013.5.2

죽음의 이유 위에 공백을 덮지 말라

[기획연재](3) 여성살해의 다양한 맥락들 : 성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살해

성노동자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지극히 이중적이다. 사람들은 여타의 죽음보다 성노동자의 죽음에 유난히 무딘 경향이 있다. 성노동자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열악한 상황과 상시적인 폭력과 살해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인과의 알고리즘에 묶일 수밖에 없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연결점에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하다.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았거나 남자같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또는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성적 희롱과 구타, 신체 훼손, 강간에 시달리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일상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성폭력, 살해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수원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과 같은 소위 ‘묻지마 범죄’의 경우 빈곤, 현대사회의 공동체 붕괴, 사회적 약자의 소외 등을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장애인 화재 사망사건, 해고노동자의 자살 등 직접적인 타살이 아닌 경우에도 사회적 차원에서의 살인으로 명명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