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과 북미의 아담 스미스

인도, Unsplash, MAKM PHOTOGRAPH

1776년에 출간된 『국부론』에서 아담 스미스는 진보적 상태정체 상태쇠퇴 상태를 구분했다. 진보적 상태는 자본 축적이 인구 증가보다 빠른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임금이 높고 인구가 증가하는 상태이며반대로 쇠퇴 상태에서는 그 반대가 일어나고정체 상태에서는 자본 재고와 인구따라서 노동력이 일정하고 임금도 진보적 상태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상태이다따라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국부의 실제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그 지속적인 증가로 인한 노동 임금의 상승이다." 그리고 다시 "진보적 상태는 실제로 사회의 모든 다른 질서에 대해 쾌활하고 활기찬 상태이다정체된 상태는 둔하고 우울한 상태이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북미는 진보적 상태를벵골은 쇠퇴하는 상태를중국은 정체된 상태를 예시했다.

스미스가 그린 북미와 벵골의 대조는 당시로서는 매우 타당하고 통찰력 있는 것이었다실제로 이 글을 쓸 당시 벵골의 상황은 아담 스미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빴다동인도 회사(East India Company)가 무굴 황제 샤 알람(Shah Alam)으로부터 벵골의 디와니(Diwani)를 인수한 후세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여 1770-72년에 끔찍한 기근이 발생해 전체 인구의 약 1/3인 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그러나 스미스가 제시한 북미와 벵골이 대조적인 이유즉 전자는 자본이 빠르게 축적되는 반면 후자는 자본과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북미는 영국 정부가 통치하는 반면(그의 글은 미국의 독립 전쟁 이전에 쓰였음벵골은 상업 회사즉 동인도 회사가 통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유방임주의 자본주의의 옹호자이자 중상주의 독점에 반대하여 동인도 회사를 혐오했던 스미스의 이러한 설명은 놀랍지 않았지만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1857년 반란 이후 1858년 벵골을 비롯한 동인도 회사의 통치하에 있던 인도의 다른 지역이 영국 정부에 점령되었지만 그 쇠퇴는 멈추지 않았고기근은 독립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으며 식민지 행정의 횡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스미스는 북미와 벵골을 대조하는 진짜 이유를 잘못 이해했는데전자는 '정착의 식민지'였고 후자는 '정복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 인구가 이주한 온대 지역의 정착 식민지에서는 이주민들이 현지 주민을 몰아내고유럽인과의 접촉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을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킨 후그들의 땅과 서식지를 점령하여 비교적 부유한 농부나 농업의 승수 효과로 인해 생겨난 다른 직업에 종사하게 했다학자들은 1815년부터 1914년 사이에 약 5천만 명의 유럽인이 유럽에서 캐나다미국호주뉴질랜드남아공 등 온대 백인 정착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한다(그 이전에도 이주가 이루어졌지만 규모는 더 작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같은 기간 동안 인도와 중국 인구의 열대 내 이주가 거의 비슷한 규모로 계약직 또는 쿨리 노동의 형태로 이루어졌지만유럽 이주민이 거주하는 이들 온대 지역 국가에는 열대 이주민의 무제한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으며실제로 오늘날까지도 이들 온대 지역 국가에는 무제한 입국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온대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은 또한 자본의 이동을 동반하여 이 '새로운 세계'로의 산업 활동 확산으로 이어졌다반면최근까지 유럽 또는 유럽 이주민의 신흥 산업화 국가에서 주로 열대 또는 반열대 지역에 위치한 정복 식민지로의 산업 활동 확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유럽에서 정복 식민지로의 자본 이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이러한 정복 식민지에 대도시가 투자한 자본은 국제 분업의 식민지 패턴에 따라 1차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의 전체 해외 직접 투자 중 최대 식민지였던 인도 아대륙에 대한 투자는 10%에 불과했으며이는 차황마수출과 관련된 활동과 같은 분야에 투자된 것이었다.

정복 식민지들은 세수로 재정을 충당하고 식민지의 수출 흑자 전체를 대도시로 무상으로 빼돌리는 형태를 취한 '잉여 유출'의 희생자였을 뿐만 아니라대도시에서 생산된 공산품을 수입함으로써 자본주의 이전 산업 활동이 쇠퇴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탈산업화'라고 불리는 이러한 쇠퇴는 장인과 수공업자들의 대량 실업을 초래했고이는 지가 상승임대료 인상임금 감소대량 빈곤을 야기했다따라서 벵골은 아담 스미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히 부정적인 자본 축적의 희생자가 아니었다그것은 영국에서 일어난 자본 축적의 '다른 쪽'이었다그리고 그 '쇠퇴한 상태'는 동인도 회사의 통치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산업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결국 동인도 회사의 무역 독점을 깨고 대도시에서 인도로 대규모 제조업 수입이 가능해진 결과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여기서 반복하는 이유는 경제학자나 경제사학자들이 오늘날까지 정착 식민지와 정복 식민지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역사적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두 종류의 식민지를 '제국'이라는 용어 안에 함께 묶어 실제 상황을 모호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대도시에서 온대 지역으로 백인 정착지가 확산되는 현상이 과거 정복 식민지에 대한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으며미국과 캐나다가 이전 시기에 발전했던 것처럼 인도와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도 현재 시기에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세 가지 분명한 점을 놓치고 있다첫째정복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은 과거에 정복의 식민지였다는 이유로 빈곤과 실업의 후유증을 물려받았으며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개선은 대도시로부터 자본이 유입된 온대 국가들의 경험을 단순히 복제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둘째과거 정복의 식민지들은 여전히 소규모 영세 생산이 상당하기 때문에 단순히 자본의 유입에 개방하면 경제가 더욱 파괴될 것이다이러한 사회에서 발전의 필수 요소인 식민주의가 만들어낸 노동력을 사용하는 대신 자본의 유입은 이러한 노동력을 더욱 증가시킬 뿐이다셋째, 19세기에 산업 활동이 온대 지역으로 확산되는 동안 유럽 정착 국가들은 스스로를 강력하게 보호했지만오늘날 이러한 확산을 받는 국가들의 경우 신자유주의 체제가 보호주의를 막고 있어 확산의 지역 승수 효과를 차단하고 있다.

게다가 대도시는 과거 정복의 식민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도시 자본의 이전으로 생산된 제품이라 할지라도 자국 내 생산과 경쟁하여 국내 실업을 가중시키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미국이 자국 상품을 보호하고 있는 수입품에 대해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유익한 교훈을 준다.

정착 식민지와 정복 식민지의 발전 궤적은 완전히 달랐다애덤 스미스는 이를 간파하지 못했지만그가 아주 일찍 글을 쓴 선구자였기 때문에 그의 간과를 용서할 수 있다그러나 과거의 정복 식민지가 오늘날 정착 식민지와 같은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착각하고 있다.

[출처] Adam Smith on Bengal and North America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서 가르쳤다. 참세상은 이 글을 동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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