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P World(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물류 기업)와의 논란은 키어 스타머 정부가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들 앞에서 얼마나 굴종적인지를 보여준다. 스타머의 경제 정책은 공공 자금을 사용하여 민간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크게 의존하고 있다.
출처: 키어 스타머 공식 X
2024년 7월,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이 집권했을 때, 당 강령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 150페이지에 달하는 모호한 미사여구 속에서 두드러진 약속이라면 영국의 '노후화된' 인프라를 재건하고 노동자 권리 개혁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10월 초, 노동당은 이 두 가지 약속을 중심에 내세우며 '임금 보장(Make Work Pay)' 법안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스타머는 DP World가 에식스의 런던 게이트웨이 항구에 10억 파운드를 투자할 예정인 투자 정상 회담을 준비 중이었다. DP World는 스스로를 '스마트 물류 솔루션의 선도적 제공자'로 소개하고 있다.
10월 9일, 교통부 장관 루이즈 헤이그(Louise Haigh)는 DP World의 자회사인 P&O 페리스가 2022년에 786명의 직원을 불법적으로 해고하고 더 낮은 임금의 계약직 노동자로 대체한 "불법 운영자"라고 비난했다. 며칠 만에 DP World는 런던 게이트웨이 발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정부 측의 정정 발언이 쏟아졌다.
스타머의 사무실 관계자는 "루이즈 헤이그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이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사업부 장관 조너선 레이놀즈(Jonathan Reynolds)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타머 본인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DP World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와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논의 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명확성을 확보했다. 월요일의 국제 투자 정상회의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공공의 위험, 사적 이익
이런 과장된 행동과 철회의 희극적 장면 뒤에는 심각한 모순이 존재한다. 노동당은 영국이 직면한 사회적 위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경제 성장의 높은 수준 달성에 맞추었다. 이를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 현행 계획 규정 철폐,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체된 노동 생산성 향상을 통해 달성하려 한다.
노동당은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 부(富) 기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된 투자원은 민간 부문이 될 것이다. 국유화된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기금은 공공 자금 1파운드당 민간 투자 3파운드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공공 자금은 민간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경제학자 다니엘라 가버(Daniela Gabor)는 이 접근법을 블랙록과 같은 투자 대기업이 영국을 재건하도록 하되, '우리의 세금을 감미료로 사용해' 주택, 교육, 보건, 자연, 녹색 에너지까지 민영화하는 것에 비유했다.
동시에, 노동당은 노동자 권리의 대대적인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에 따르면, 노동 시장 개혁의 근거는 "공정한 임금과 일자리 보장이 공정과 존엄성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중요하다"는 방대한 경제적 증거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노동당의 많은 공약은 이미 약화되었거나 연기되었으며, 시행 전에 기업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DP World의 허세에 대한 노동당의 대응은 노동자와 대기업 간의 충돌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쪽에 설지를 보여준다. 이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DP World는 P&O 사건 이전부터 노동자 권리에 있어 '불법 운영자'로 활동해 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기업은 인프라 투자가 연속된 정부의 성장 계획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을 받아왔다.
"엄청난 신뢰의 표시"
영국이 민영화된 항만 시스템의 규제에 대해 '완화된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널리 퍼진 시각이 있지만, 실제로는 런던 게이트웨이 항만 설립을 돕기 위해 국가가 여러 번 개입했다. DP World가 P&O를 인수한 지 1년 조금 넘은 2007년 5월에 계획 승인이 이루어졌다. 제안된 항만은 뉴 레이버의 템스 게이트웨이 재생 계획의 주요 요소였다. 당시 교통부 장관 질리언 메런은 “이 주요 개발이 성장 지역에 미칠 중대한 영향”을 강조했다.
항만이 발표되었을 때 주요 우려 사항 중 하나는 런던을 둘러싸는 주요 고속도로인 M25의 30번 교차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부담이었다. 계획은 런던 게이트웨이의 소유주가 약 1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승인되었다.
2008-9년 경제 위기로 인해 DP World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 회사는 런던 게이트웨이 개발이 "재검토 중"이라고 발표하며, 정부에 도로 개선에 필요한 약 1억 파운드의 투자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국가적 중요성'이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템스 게이트웨이 지역의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임명된 지역 공공 기구들은 정부가 개선을 실현하도록 로비했다. 이후 DP World는 약 1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소규모 도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자사가 부담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2009년 후반, 잉글랜드 동부 지역 의회와 잉글랜드 동부 개발 위원회는 템스 강 하구 준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럽연합으로부터 1,270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이는 항로의 깊이를 늘려 런던 게이트웨이가 유치하고자 했던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럽 투자은행으로부터 3억 파운드의 대출이 마침내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보장했다. 건설이 시작되자, 노동당 총리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은 런던 게이트웨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치켜세웠다.
"영국 경제 회복과 이 지역에 대한 엄청난 신뢰의 표시다. 영국 무역투자청(UK Trade & Investment)과 다른 정부 부처들은 수년에 걸쳐 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DP World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
국가는 항만이 개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항만 개장 시점에 DP World는 노동자들이 노조 인정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려는 노력에는 훨씬 덜 협조적이었다.
병목 지점
1889년의 대항만 파업에서 펜튼빌 5인 석방을 이끌어낸 평조합원들의 비공식 행동에 이르기까지, 항만 노동자들은 영국에서 오랜 노조 조직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89년,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정부는 항만 노동력을 표적으로 삼았고, 이후의 파업은 패배로 끝났다. 이로 인해 항만 노동력의 80% 이상이 사라졌고, 거의 모든 노조 활동가들도 잃게 되었다. 견고한 노조의 존재를 다시 구축하는 데는 수년간의 조직화가 필요했다.
2013년 런던 게이트웨이 항만이 개장되었을 때, 영국 대부분의 항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인 ‘Unite’는 DP World와 협력하여 다른 항만에서와 비슷한 노조 인정 지위를 얻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DP World는 노조에 차갑게 대응하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노조를 구성할 때만 인정하겠다고 밝혔고, ‘Unite’의 현장 접근은 허용하지 않았다. 한 물류 산업 출판물은 회사가 "기존 항만에서의 불량한 관행에 오염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자 했다고 보도했다.
‘Unite’는 DP World에 대한 오랜 "레버리지 캠페인"(leverage campaign)을 벌였으며, DP World와 그 공급망 고객들의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며 인정을 요구하는 압박을 가했다. 2013년 11월 런던 게이트웨이가 첫 선박을 맞이할 때까지도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DP World가 Unite의 항만 진입을 허용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평조합원 도커들이 포르투갈 알헤시라스의 첫 기항지에서 선박을 봉쇄하는 개입이 필요했다.
DP World가 공식적으로 접근을 허용한 후에도 Unite는 노조 회피 전략으로 인해 진전을 방해받았다. 내가 조직 캠페인을 조사하던 중, 런던 게이트웨이 노동자들은 회사가 현장에서의 노조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거나 대화를 나누며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다른 항만의 노조 활동가들이 반노조 입장을 취하는 회사를 항의하며 당시 런던 시장이었던 보리스 존슨이 탄 차량에 뛰어드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선전'을 이용했다.
노조가 결국 법적 인정 기준에 도달했음에도 회사는 여전히 협력하기를 거부했다. Unite는 DP World의 이의 제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 인정을 심사하는 독립 법정 기관에 신청해야 했다.
2018년, 노조가 제기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DP World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항만 노동자들은 한 주말 동안 공급망의 '병목 지점'을 겨냥해 행동에 나섰다. 이는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거대한 크레인의 작동을 지연시키는 것이었다. 항만의 한 노조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월요일, 경영진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그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고 싶어 했다. 말 그대로 다음 날부터 바뀌었다."
그 후 10년 동안 런던 게이트웨이의 Unite 지부는 규모와 깊이를 더하며 성장했다. 그들은 항만 내 여러 다른 부서와 계약직으로 고용된 외주 노동자들에게까지 조직을 확산시켰다.
"판별하기 어려운 것"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난 후, 보리스 존슨의 보수당 정부는 전국에 여러 자유항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유항은 특별경제구역(SEZ)을 모델로 하여, 세금 및 관세 규칙이 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공간이다.
DP World는 SEZ(Special Economic Zone, 특별경제구역) 참여를 열정적으로 홍보한다. 그러나 세계은행조차도 이러한 구역이 종종 노조 권리가 "법적으로 제한되거나 사실상 억제"되는 곳임을 보고했다. DP World는 두바이 정부 소유이며, 두바이와 아랍에미리트 전역에서 노조 조직은 불법이다.
‘DP World London Gateway’는 정부로부터 최대 2,500만 파운드의 시드 자금을 받고 지역에서 유지되는 사업세로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지원을 받을 템스 자유항의 주요 파트너다. 10월 말, 스타머는 정부가 이 계획을 확대할 것이며, 이미 지정된 5개의 자유항을 세제 및 관세 혜택을 위한 완전 운영 체제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한 이전에 보수당 정부가 발표했던 이스트 미들랜즈의 '투자 지대' 추진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영국의 물류 인프라의 많은 부분이 집중된 이른바 '황금 삼각지대'의 일환이다.
스타머는 이 계획의 확대가 "노동당의 성장에 대한 강한 집중"에 기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2021년 예산책임처(OBR)는 이미 존재하는 잉글랜드의 자유항과 관련된 세금 혜택이 매년 정부에 5천만 파운드의 비용이 들며, 자유항의 GDP에 미치는 영향은 '판별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공공 자금으로 보조되는 이 자유항들은 단지 "일자리와 활동을 재배치"할 뿐, 제임스 미드웨이가 지적한 바와 같이, 노동 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불법 운영자들
자유항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더 넓은 병폐의 증상이다. 공공 서비스에서의 국가 후퇴는 주요 인프라 제공에서 자본의 역할을 크게 증가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했다. 실제로 산드로 메차드라와 브렛 닐슨은 자본이 점점 더 정치적 행위자로 활동하며, 자발적으로 SEZ와 자유항 같은 영토를 국가와 협력하여 생성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글로벌 생산과 자본주의적 계획에 극적인 변화를 동반한 두 가지 상호 연관된 과정이 있었다. 물류 혁명은 화물 이동성을 크게 증가시켰고, 글로벌 북반구에서 남반구로의 아웃소싱은 복잡하고 분산된 생산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새로운 국제 노동 분업을 초래했다. 글로벌 북반구의 인프라 투자는 점점 물류—항만, 유통 센터, 도로, 기차—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이 축소된 영토를 통해 제품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변화는 연속된 영국 정부가 DP World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노력을 뒷받침한다. 이 회사의 대규모 물류 투자는 일자리와 인프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 회의와 주요 발표 이면에서 물류 회사들은 헤이그가 언급했듯이 노동자 권리와 관련하여 종종 '불법 운영자'로 행동한다. 아마존은 물류 부문에서 노조 파괴 전술의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태도는 부분적으로 노동자들이 해당 부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킴 무디(Kim Moody)는 공급망이 이윤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의존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구조적 힘을 부여한다. 케이티 폭스-호데스(Katy Fox-Hodess)는 그러한 힘을 행사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조직을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더 넓은 사회운동과 동맹을 형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여주었다.
이러한 동맹은 또한 운동을 강화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학살에 반대하는 운동은 기차역과 공장 같은 인프라 표적을 차단하려 했다. 최근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의 항만 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탄약의 이동을 거부했다. 활동가들은 오클랜드의 ‘Block the Boat’ 캠페인에서 조직된 물류 노동자들과 협력하여 이스라엘 전쟁 기계를 전략적으로 저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스타머 정부가 민간 자본이 새로운 인프라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레드 카펫을 깔아주는 가운데,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계약에 대한 노동당의 약속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러나 런던 게이트웨이 노동자들의 교훈은 전략적 사고와 끈질긴 조직화가 다국적 물류 기업을 상대로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Keir Starmer Will Always Side With Capital Against Worker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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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존스(Jonny Jones)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지리학 부문 준강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