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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존 케리 선거운동본부 공식 홈페이지 |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두 번째 미 대선 TV 토론회가 열렸다. 양 후보는 1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설전을 펼쳤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북핵문제에 대해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부시는 북을 다시금 악의 축으로 규정했으며 케리 또한 부시 정권 하에서 북핵문제가 더 심화됐다고 공격했다.
북핵에 대해선 양 후보 모두 날 선 반응 보여
케리는 북미 직접 대화를 강조했으나 부시는 클린턴 정권 하의 양자회담은 아무 성과가 없었다며 6자 회담은 분명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부시는 팔레스타인 문제, 국제형사재판소 문제에 대해 미국의 국익만을 강조하며 제국주의적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으나 케리 또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의 반박을 하지 않았다. 케리의 선거 슬로건 역시 ‘강한 미국’ 임을 미루어 양 후보 중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할지라도 우리의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대선을 24일 앞두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에서 ABC 방송의 앵커 찰스 깁슨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1차 토론회와 달리 방청객이 질문을 하면 양 후보가 2분간 답하고 상대방이 다시 30초간 반박하는 자유로운 형식의 타운 홀 방식으로 진행되어 열기를 더 했다.
지난 9월 30일 마이애미 대학에서 열린 일차 토론회가 케리의 완승으로 끝났다는 공통된 평가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케리의 지지율이 부시를 앞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에는 1년 동안 1,750명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라크 전역을 이 잡듯 뒤지며 대량살상무기를 찾던 ISG(Iraq Survey Group)의 보고서가 미 상원에 제출됐다. 조사단장의 이름을 따 듀얼퍼 보고서로 불리는 1천여 페이지 짜리의 이 문건은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 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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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미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케리 공식 선거운동배너 |
부시, 블레어와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진한 우정 과시
이런 탓에 토론회 이전부터 부시 측은 이번에도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케리 측은 승기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부시는 지난 토론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였으나 케리가 약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부시는 “911 이후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며 “이라크 전쟁을 통해 사담이 축출되지 않았다면 세계는 더 위험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케리는 이라크 침공에 애초에는 찬성했으면서 정치적 논리에 따라 반대로 말을 바꿨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케리는 “오늘날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고 운을 뗀 뒤 “그렇다. 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마음을 바꿨다”고 정면으로 되받아쳤다.
연이어 케리가 문제는 사담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라며 실수를 인정하라고 부시를 공격했다. 부시는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전쟁이라고 말하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또한 미국의 독단적 결정으로 동맹국들과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케리의 지적에 대해 부시는 “블레어 영국 총리와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가서 그런 말을 해보라”고 목청을 높였다. 자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조롱받는 세 나라 국가원수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나타내는 대목이었다.
부시, "국제형사 재판소 판사들은 미국 국익 생각 안 해"
이날 부시는 극우층의 입맛을 맞추려고 작심이라도 하고 나온 듯 패권주의적 발언을 연달아 쏟아냈다. “대 이라크와 이스라엘 정책이 국제적으로 인기 없는 결정이라 할지라도 미국을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결정 한다”고 운을 뗀 후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을 이끌 자격이 없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은 민주적 지도자를 따라야 한다”는 내정 간섭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도 미국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다른 나라 판사 앞에 우리 군은 세울 수 없기 때문” 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연이어 "레이건도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인기가 없어도 옳은 일은 해야 한다“며 레이건에 대한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역시 한반도에 대한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 하에서 북핵 사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이 커졌다는 케리의 공격에 대해 부시는 “이미 이라크, 이란,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으며 그 규정은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악의 축’이란 말을 다시 꺼냈다. 또한 부시는 한국에서 미군을 감축하지만 더 효율적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신을 20년간 군 복무를 하며 한국, 코소보, 독일 등지에서 주둔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으로 소개한 네티즌은 ‘부시와 체니는 우리를 틀린 길로 이끈다. 우리는 이라크를 파괴해버렸다’ 며 자신은 부재자 투표에서 이미 케리에게 표를 던졌음을 존 케리의 공식 블로그에 밝히기도 했다.
공중보건 시스템에 대한 대립, 서민 의료보호 VS 현대적 의료체계 구축
미국 국내 경제문제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설전도 뜨거웠다. 이 와중에 부시는 진보는 세금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판 색깔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캐나다로부터 저렴한 약품이 수입되는 길을 막았다는 방청객의 질문에 대해 부시는 자신은 저렴한 약품의 수입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안전한 약품이 소비되도록 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케리는 “부시가 대변하는 것은 거대 제약회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케리는 “부시 집권 동안 500만 이상의 미국인이 의료보호를 박탈당했다”며 “부시는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의료보호를 파괴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부시는 "현대적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머뭇거렸고 케리는 “연봉 20만불 이상의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부시의 정책을 되돌리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부시 역시 “케리는 가장 진보적인 상원의원이다”며 “이것은 세금을 올리는 것을 의미하고 진보적 의원들의 사고방식은 이런 것이다”라고 역공을 가했다. 연방재정 적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부시는 “연방재정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며 “나의 정책 덕에 점차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틱 대학 정치학과 데이비드 니븐 교수, ‘부시는 마치 닉슨처럼 보였다’
첫 번째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이 날도 부시의 신경질적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부시의 독단적 정책에 대해 케리가 공격했을 때 부시는 자신의 답변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연이은 사회자 찰스 깁슨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아랑곳없이 부시는 자기 말을 계속 쏟아내 지켜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의 정치학 교수 데이비드 니븐은 ‘부시의 답답한 모습은 마치 닉슨처럼 보였다. 그는 TV 클로즈 업 화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촌평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선 닉슨 전 대통령처럼 보인다는 말은 최악의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론이 끝난 뒤 CNN과 USA Today 그리고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케리가 토론에서 앞섰다는 응답은 47%, 부시가 앞섰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 미국 국내 문제에 집중될 마지막 토론회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는 13일 오후 9시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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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존 케리 선거운동본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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