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3개 영역 총11개 정책요구안 발표

[420장애인투쟁]"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권리자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3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2005년 정책요구안 발표회를 개최했다. 40여 명의 장애인 당사자 및 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투쟁단은 이날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법률 제정’, ‘장애인생존권, 생활권 쟁취’,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확보’ 등 3개 영역에 걸쳐 총 11개 세부 부문의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동정과 시혜가 아닌 당당한 권리자로”

우선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법률 제정’과 관련해 공동투쟁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 △도로교통법, 영화진흥법, 선거법 개정 등과 관련 요구안을 제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설명한 김대성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애인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오랜 기간 준비해 작년 11월 드디어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완성했다”며 “100여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는 이 법안은 단순히 선언적 차원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실질적 권리 구제를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김대성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에게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장애인이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권리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동투쟁단이 제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안은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치 △시정명령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재수단 마련 △단체소송제도 도입 △장애 차별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도로교통법· 영화진흥법 개정 촉구

공동투쟁단은 또 “전체장애인의 51.6%가 초등학교 졸업이하의 학력을 지닌 채 살아가고, 특수교육 요구 대상 아동의 5명 중 1명이 가정이나 시설에 방치되어 있다”며 “장애인이 교육권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공동투쟁단은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 요구안’을 통해 △교육기회에서 배제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합교육 환경 마련을 위한 지원 대책 수립 △생애주기, 성별에 따른 장애인 교육 지원 대책 마련 △특수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한 쳬계 마련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등이 장애인 교육지원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공동투쟁단은 도로교통법에 대해 “청각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1종 및 대형 운전면허 취득을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 속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청각장애인의 1종 면허 취득제한 조항의 삭제를 요청했다. 영화진흥법에 대해서도 공동투쟁단은 “시청각 장애인들도 영화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한국영화의 한글자막 상영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이동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되어야”

공동투쟁단은 이어 장애인 생존권과 생활권 보장과 관련해 △중증장애인노동권 확보 및 장애인연금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혁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 △장애인 이동권 및 편의시설 확대 △사회복지 시설 민주화 및 공공성 확보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요구안 중 장애인이동권과 관련해서는 작년 12월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저상버스의 적극적인 도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공동투쟁단은 “법률이 보다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이동권 확보를 위한 조례가 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효성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외에도 공동투쟁단은 △저상버스 도입 지원비 차등화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하는 장애인이동정책위원회 신설 △모든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요구했다.


“형사사법절차 내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 시정되어야”

이밖에도 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확보를 위해 △장애여성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 확보 △장애인 정보접근권 확보 △장애인 문화권 확보 등에 관한 요구안을 발표했다.

‘장애여성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 확보 요구안’을 설명한 박영희 장애여성 ‘공감’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 차별 속에서 성폭력과 가정 폭력 등 각종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 정신지체 여성의 사건해결과 치유과정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영희 대표는 성폭력 피해 장애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절차 내의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중처벌이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 재판과정에서 정신지체인이 ‘항거할 수 없는 상태임’을 입증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영희 대표는 “비장애인남성을 기준으로 하는 사법절차에서 약자의 위치를 점할 수밖에 없는 정신지체인이 배려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기준과 잣대를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의 법체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영희 대표는 이외에도 △장애여성 가정폭력 전문상담소 및 피해자 쉼터 설치 △장애여성 성폭력· 가정 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와 치유프로그램 마련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