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부의 '물' 사유화 주장

[국제워크샵-1부] '물' 사유화에 대한 정부 주장과 이를 저지 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방향

‘물이 상품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쉽게 ‘생수’를 떠올린다. 1980년대만 해도 생수 산업에 대해 ‘왜 물을 돈 주고 사 먹냐’는 ‘금강산에 웬 봉이 김선달이냐’는 인식이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너무나 당연히 생수를 사먹는 상황이다. 심지어 더 고가의 차별화된 음료와 지역 특산물 생수도 유통되고 있다.

블루 골드라 불리는 물은 이런 생수산업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서비스의 사유화로도 나타난다. 그리고 그 전초 단계로 외국자본과 국내 자본이 합작회사를 구성해 민간위탁을 따내거나, 설비에 투자하면서 20년 내지는 중장기간의 운영권을 받는 경우등의 사례들이 국외 뿐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물 사유화 저지 국제노동조합 워크샵’에서 드러난 한국의 물 사유화 진척 상황은 다각적으로 가속도가 붙어 진행되고 있었다. 이하의 내용은 국제워크샵의 ‘신자유주의와 민영화의 논리’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의 발제와 ‘물 사유화 저지를 위한 노동운동의 대응 방향’에 대한 박준형 공공연맹 조직부장의 발제 그리고 당시 사례 발표된 민간위탁 저지 투쟁 등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1부에서 박준형 공공연맹 조직부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 전 국민의 11% 519만 명 상수도 공급 못 받고 있어

한국의 물 시장 규모는 상수도 5조 1400억, 하수도 4조 8000억원으로 생수시장 매출액은 연 3천 5백억 원, 정수기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 농어촌지역의 수돗물 보급률은 33%에 불과하며 섬 지역은 상수도 보급률이 28.7%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도 전 국민의 11%인 519만 명에게 상수도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 자료는 한국 사회에 아직도 물 공급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는 것으로 추가적인 시설 지원을 통해 공급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현재 167개 지방상수도사업 중 103개 사업이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치, 경영하는 지방 직영기업으로 운영 되고 나머지 64개 사업은 대부분 1일 생산능력이 1만 5천 톤에 미달하는 소규모 사업으로 지방공무원조직이 일반회계로 수도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물 시장이 시장개방 흐름과 맞물려 사유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개방의 흐름적 측면에서 보면 △WTO DDA 환경서비스 협상의 항목 △환경부가 주도하는 환경서비스 협상△FTA 환경서비스 협상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상하수도서비스표준`도입 등의 과정을 통해 국제 조약이나 협상 과정에서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증가하는 경향이 물 자원에 대한 민간위탁운영과 사유화의 흐름이다. 관련해 정부의 동향을 보면 건설교통부와 관련 연구기관의 경우 ‘물 공급도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전문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또한 ‘세계3위의 물 기업’을 지향한다는 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사업을 위탁함으로써 육성한다는 논리와도 연결된다. 행자부도 발을 맞춰 특별시, 광역시,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는 상수도사업을 공사화하는것이 합리적이라 주장하며 이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런 정부의 포석에 '갑작스런 사유화가 어렵다면 공공부문끼리라도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고 있다. 능력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수도관리권을 다른 지자체에 넘기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현상중 하나는 수자원공사가 지자체를 상대로 `지방상수도 운영 효율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상수도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와 지자체가 20-30년의 장기계약을 맺고 운영관리권을 받는데, 현재 22개 지자체가 수자원공사과 기본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물 사유화와 시장개방은 맞물리는 수레바퀴

WTO DDA 협상에서는 음용수 분야를 협상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설령 DDA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고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통해 개별 국가의 협상과정에서 물 시장개방이 강력하게 추진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시장 개방 방식이 아니더라도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과 합작 형태 등으로 상하수도 처리 업무를 위탁운영 하는 계약 방식도 있고, 이는 민감한 시장 개방 논란을 빗겨가면서도 자본이 효과적으로 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조건은 ‘국내 물 기업 육성’ 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수도 위탁 영역의 확대는 오히려 외국 '물 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해 주고 있다. 이미 수자원공사도 마산 칠서 정수장 위탁운영에 베올리아와 공동투자를 시도한 바가 있으며 공동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가 있다.

또한 수자원공사가 사업을 수주 받더라도 사업의 일부를 재 위탁하는 방식으로 완전 민간자본과 외국 업체의 시장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는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사업을 확보하더라도 완전한 사유화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다른 측면에서 수자원공사의 민영화 계획도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는 진척이 늦지만 수자원공사 민영화를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면, 수자원공사 자체의 사유화가 진행 될 가능성이 높다.

베올리아, 수에즈 초국적 물 거대 자본은 이미 들어와 있다

베올리아,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 는 세계 물 기업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세계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미 베올리아는 2000년 현대석유화학 대산 공장과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공업용수 시설에 대해 20년간 장기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하수처리 사업 분야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베올리아는 2002년 인천 송도, 만수 하수처리 시설 사업에도 진출, 사성엔지니어링과 합작해 `삼성베올리아 인천환경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당시 합작회사의 80.1%의 지분을 가진 베올리아가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하는 조건을 명시했다.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는 2001년 한화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양주군 신천, 장흥, 곡릉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에 진출, 하수처리장이 완성되면 소유권은 정부로 이관하지만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 데그레몽은 부산시 하수도시설의 80%를, 서울시 수도 시설의 20%에 참여 하고 있다.

또한 베올리아(당시 회사명 비벤디)는 2001년에는 수자원 공사와 공동으로 경남 마산의 유수율(물이 손실 없는 가는 비율) 제고사업에 진출하려다 공무원노조와 지역 사회운동의 반대로 무산 된 바 있다. 또 다른 예로 베올리아가 한국 수자원공사와도 국내, 외 상하수도 공동사업을 위해 체결한 협약을 보면 수돗물 누수를 줄이기 위한 지방상수도 유수율 제고 사업 공동시행, 고동정수처리 기술 개발 및 설치사업 공동시행, 수자원 및 상하수도 분야 해외사업 공동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관된 정부의 시장개방, 사유화 논리

정부가 공공영역에 시장원리를 도입, 사유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공기업 형태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주인의식 결여와 비효율적 경영 △독점체제로 인한 경영혁신의 인센티브의 미비 △정부와 국회의 감시에서 비롯되는 신속한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공공개혁백서를 통해 밝힌 해결 방향을 보면 △민영화를 통한 공기업의 주인 찾아주기와 책임경영의 실현 △시장경쟁의 강화와 대외개방 △시장을 통한 감시와 경영 투명성 제고 등 이다. 정부는 비효율성, 책임경영 결여, 관료주의와 부패 등 공공부문의 구조적 폐해들이 공공적 형태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며 사기업형태로 전환하고 시장경쟁 원리의 도입 속에서만 시정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시장원리 도입주장과 더불어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 예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 운영의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내면서도, 더불어 국민에 대한 기본 책임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이런 사유화 주장에는 언제나 노동유연화 및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1998년 이래 인원 감축현황을 보면 중앙정부 기준 정원의 14%인 22,400명, 지방자치단체 기준 정원의 19%인 56,633명의 정규직을 해고 했고, 비정규직(일용, 고용, 별정직) 72,000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성과가 있었다’고 정부 공공개혁 백서(2002)를 통해 밝힌바 있다.

또한 간접적 인력감축 방안으로 민간위탁, 지방 공사화, 아웃소싱 등을 추진하는데, 하수도와 관련해서 196개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을 완료한 상태이고, 상수도(물) 분야의 기간위탁도 수도법을 개정해 정읍, 논산 등지에서 이미 민간위탁이 시작됐고 전주는 지금 추진 중인 상황이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고유 업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지방공사화 등을 통해 민간위탁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힌다는 계획도 이런 인력 조정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성공했다는 KT의 계속된 사회적 문제들

정부는 서둘러 포철,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당시 상장기업들 보다도 부채율이 낮고 매출액 순이익률도 상장기업들의 두 배에 달했던 굴지의 공기업들을 사유화 시켰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유화의 성공사례로 KT(구 한국통신)를 든다. 정부는 한국 통신은 사유화 논의가 시작된지 불과 6년만에 지분 매각이 시작됐고 매각 9년만에 정부 지분 0%의 완전 사기업으로 탈바꿈 된 상황, 주주들에게 50.8%의 고율배당을 한 것, 구 한국통신의 자회사였던 데이콤과 한국이동통신(현 SKT)을 재벌 기업에 매각해 통신사업의 경쟁체제를 도입했다는 등을 들며 '성과'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2005년 3월말과 3월초 연달아 발생한 부산, 대구, 경기 남부 지역의 전화 먹통 사태, 시내 전화와 PC방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등에서 하나로텔레콤 등 국내 유선통신 사업자와 서로 담합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6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사용량에 비례해 요금을 징수하는 인터넷 종량제 도입 추진 등 통신 공공성을 침해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전화 먹통사례의 경우는 KT에서도 ‘시설투자 미비’라는 이유를 대 공공부문 사유화로 인한 폐해를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 무려 25,000명의 정규직 노동자와 10,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축됐다. 노동자의 수는 줄었으나 KT 노동자 1인당 매출액은 급상승 했고, 그 시기 통신요금은 계속 인상 됐다. 수익은 늘었지만 투자는 줄고 인건비도 줄고, 비정규직인 증가하고, 통신요금도 줄지 않으면서 주주들에게는 50%가 넘는 고율 배당을 한 KT는 공공부문 사유화가 ‘왜 되서는 안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고비용에 따른 물 사용권의 박탈

앞에서도 봤듯이 한국의 상수도 보급율은 농어촌과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낮다. 이런 곳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윤논리에 기반 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기업이 상수도를 담당하게 될 경우 이런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령 한다 해도 유수율 제고를 위한 투자는 곧바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 예로 프랑스가 베올리아와 수에즈에 수도사업을 사유화 한 이후 수도요금이 150% 상승했고, 잉글랜드의 106% 인상, 볼리비아의 수돗물 공급권은 물기업인 벡텔이 인수하면서 3배 이상 상승 했다. 이런 사유화는 저소득층에게는 고 비용의 장벽으로 인해 물 사용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물 민간위탁 과정에서 각종 안정성의 사고도 잇따라 발생한다. 마치 KT의 전화 먹통 사태처럼. 전주시는 하수처리 시설을 민간에 운영위탁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시설고장을 이유로 하수를 무단 방류해 업체가 고발된 사례가 있다. 2004년 상수도를 수자원공사에 위탁운영 한 논산시에는 관로 보수공사로 인해 녹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업종 노동자들의 경우 사유화 과정에서 위탁운영의 과정에서 고용조정과 공기업 경영평가에 따른 항시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의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수에즈에 물 관리를 넘겨 준 후 수에즈는 7,600명 종사자중 4천명을 명예퇴직 시켰다.

노동자와 지역단체가 돌파한 ‘물 사유화 저지’ 지역 투쟁 사례

이날 국제워크샵에서는 '물 사유화'저지 투쟁의 첫 번째 사례로 암사정수사업소가 소개됐다. 지난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영합리화 요구에 따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암사정수사업소 기전 설비 유지관리 및 오니처리장을 시범위탁 운영하고 2005년 이후에는 전정수사업소로 위탁운영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런 방침 발표에 따라 공무원노조는 암사정수사업소 민간위탁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 5,000여 명의 지역 서명 작업 및 수차례의 집회와 지역 투쟁을 통해 수리반 민간위탁을 철회 받았으나 오니처리장은 용역이 도입되는 결과를 냈다.

암수정수사업소 투쟁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와의 공동투쟁을 통해 물 사유화 반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의 연대를 공고히 한 경험과 서울시의 일부계획을 철회시킨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예로 공무원노조 안동시지부 투쟁사례다. 2001년 9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안동시를 방문, 다각적인 예산지원을 약속하며 안동,임하댐 관리 차원에서 안동시상수도 위탁운영 검토를 발표했다. 2003년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제출되면서 실무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공무원노조는 2004년 경상북도 낙하산 인사 철회와 시의원 찬조금수수 공개사과 교구 등과 연계해 천막농성 시 기존 하수처리장과 상수도검침 민간위탁에서 운영경비와 이윤 및 부가세 등으로 예산이 직영시보다 연간 3-5억원 이상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며 전방위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안동시민연대를 비롯해 지역 시민단체와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대 활동을 통해 공개 토론장에서 안동시장이 ‘민간위탁은 분명하게 없다’는 공개 선언을 받아내는 쾌거를 거뒀다고 한다. 이는 시민들의 여론과 지역 노동자들의 조직적 대응의 결과로 사유화 추진 중도에 저지시킨 사례다.

한편, 전주시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 투쟁의 경우는 공무원 노조,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주 시민회, 민주노동당, 평등노조 등이 지역연대를 구성해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