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24시간 경고파업

300여 명 파업 참가, 7일 새벽 복귀 예정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가 예고한대로 6일 새벽 1시부터 7일 새벽 1시까지 시한부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5일 오후부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도착한 150여 명의 조합원들은 인천 연수원에 집결하여 7시 30분부터 파업전야제를 가졌으며 6일 현재 비행을 마치고 교육과 분임토의 등의 파업프로그램에 결합하고 있는 조합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7월 5일 저녁 진행된 파업 전야제 [출처: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노조는 시한부 파업에 돌입하며 낸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2004년 1월부터 30여 차례의 교섭을 해왔으나 사측의 안일한 태도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비행안전을 위한 충분한 휴식과 고용안정, 공정한 인사 정책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 여러분이 겪을 불편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억대연봉이니 귀족노조니 하는 언론의 호도로 조종사들의 절실한 요구가 상당 부분 희석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경고파업에 대비해 비노조원과 외국인 조종사 206명을 투입하여 정상 운항을 가동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비행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업 참가를 방해하거나 해외 체류 호텔의 인터넷을 차단하고, 비행을 마치고 도착하는 조종사들을 인천공항 부근의 모 호텔에 강제로 데려가 파업 참가 포기를 종용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조는 경고파업을 연장하지는 않았으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열흘 이내에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보도 해도 너무해

양대 조종사노조가 쟁의행위 돌입을 발표하면서 사측과 언론이 '귀족노조' '배부른 투쟁' 운운하며 노조를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갈 것은 이미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가 우려한 대로 최근 언론의 일방적인 매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수 언론들은 양 조종사노조의 발표 이후 일제히 '여름 휴가철 항공대란' 운운하며 이 내용을 다루고, 급기야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 아닌 '골프채 지급' '무료항공권 요구'를 전면에 내세워 여론몰이에 나섰다.

  7월 4일자 조선일보 문갑식 칼럼 "노동자인가 귀족인가"

실제 최근 며칠간 각 일간지에서 기사와 사설로 다룬 조종사노조 파업 보도를 보면 "조종사노조 이기주의 지나치다"(국제신문) "대기업노조 해도 너무해"(한국경제) "조종사노조는 귀족노조"(한국일보) "노동자인가 귀족인가"(조선일보) "조종사의 휴식은 골프채와 무료항공권을 타고"(조선일보) "정말 제정신으로 하는 일들인가"(한국경제) "벤츠 몰며 못살겠다 파업하나"(헤럴드경제) 등 원색적인 비난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다.

양대 조종사노조의 상급단체인 공공연맹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일방적으로 사측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은 거꾸로 더 강도 높은 투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 2001년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 당시 "이 가뭄에 웬 파업?" "억대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의 파업"등의 악의적 보도를 경험한 바 있는 공공연맹은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를 통해 정정보도 2건과 반론보도 16건의 시정조치를 받아낸 바가 있다.

공공연맹은 5일 성명서를 내 "항공법에 의한 총 비행시간 천 시간 제한, 매월 10일 휴무 보장 등은 비행안전에 결부되며 대부분 항공사에서 시행중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사측은 보수 언론을 활용, 조종사들의 투쟁을 왜곡하여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투쟁을 부추기는 행위를 반복하고 노조 길들이기 차원에서 파업을 유도하려 한다면 사측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핵심 요구안

정년을 57세까지로 연장
=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현재 54세 말에 정년퇴직한 후 비정규 촉탁직으로 1년씩 계약을 연장하며 59세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직으로 신분이 변동되어도 종전의 급여와 복지에 차이가 없으므로 정년 규정을 연장해도 사측의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다.

총 비행시간을 1000시간으로 제한
= 비행시간 제한은 항공법규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노조는 제복을 입고 항공기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시간인 편승시간도 비행시간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매월 10일 휴무 보장
= 사측은 9.6일의 월평균 휴무를 제시하고 있으나 사측의 제안대로 성수기 월 5-6일의 휴무를 실시할 경우 장마와 태풍과 같은 악성 기상, 열대야로 인해 과도한 비행근무를 하게 되며 실제로 90년대 후반 여름 성수기에 비행사고가 집중되었다.

면장상실보험
= 조종사로서의 자격증이나 신체검사 증명을 잃게 될 때를 대비하여 회사에서 보험을 들어주는 제도로 외국 항공사에서는 당연한 절차이다. 회사측의 협의 거부로 조종사들이 스스로 공제회를 만들어 매월 각출하고 있으나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신 조종사에게 비행휴 인정
= 조종사들은 사소한 질병이나 경미한 사고에도 비행에 임할 수 없으므로 이를 감안하여 비행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단협에서는 여성 조종사가 임신으로 인해 비행을 못하는 기간을 비행휴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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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그럼 골프채가 없던 얘기란 말인가?
    비정규직 문제가 백척간두에 서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움직여야 될것아닌가? 자본과 정권이 귀족노조 운운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목줄을 죄러할때 노동귀족이란 굴레를 전체 노동자가 뒤집어쓰고 90%의 생존권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을 저들의 아가리에 던져주는 그 배신행위는 정말 노동귀족만이 할수있는 행위아닌가?

  • 어이 없음

    우리나라 언론들은 정말 회사의 하수인과 같다.

    사고가 나면 모두 조종사의 책임으로 몰고 가면서,
    복지지원이나 고용안정, 기장 권한 확보를 통한 위기 대응책, 안전 노동 시간 확보
    등을 위한 조종사들의 당연한 주장은 단 한줄도 싣지 않고 회사의 선전만을 실어 의견을 일방향성으로 이끌어 가는 행위!!!

    독자들이 모두 같지 않은 것은 아시죠?

  • 노동자

    참세상도 쓰레기리를 옹호하는 쓰레기에 불과
    돈 쳐먹고 기사쓰는건 똑 같아

  • 고도사

    정말 업드려서 절 드립니다.. 훌륭하십니다.조종사분님들의 주장 다 읽어 봤습니다. 그리고 속리산 숙소도 봤습니다...정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 노동자를 위해 분신한 전태일이 와서 웁니다.자식들 보기에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십시요...업드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