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한나라당, 파업 성토 한 목소리

이목희 "항공산업도 직권중재 대상에 포함시켜야"

'성수기 항공대란' '수십 억 수출 차질' '귀족노조 집단이기주의' 등 보수 언론의 조종사 파업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총과 전경련의 입장 발표에 이어 보수 정치권에서도 조종사노조 공격에 나섰다.

이목희, "고임금 근로자 노동3권 제한 검토하겠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국민의 요구와 정서를 외면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고임금 근로자의 노동3권의 일부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목희 위원장은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해 "아무리 절차가 합법적이라지만 휴가철 성수기 탑승객을 볼모로 한 국민 정서를 외면한 파업"이라며 "고임금의 상대적으로 좋은 근로조건에 있는 항공기 조종사라면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목희 의원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의 제한은 최소화되어야 하지만 경제계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항공산업의 노사관계를 직권중재 대상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조종사 파업에 대한 경총과 전경련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조종사노조 파업 성토의 장을 벌였다. 서병수 한나라당 제1정조위원장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서민에게 박탈감을 주고 양극화를 가중시킨다"면서 "설령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는게 일리가 있다손 쳐도 수많은 실업자를 생각해서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보수 여야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경제계에서 발표한 '정부는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해 직권중재하라' '사용자는 노조의 요구를 절대 수용하지 말라' '조종사노조는 이기적인 주장을 철회하라'는 등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13일 양대 항공사조종사노조가 언론의 왜곡보도 사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경영계, '불법 파업' '긴급 조정' '직권 중재' 막나가는 주장

전경련은 19일 '항공사 노사의 합리적 단협을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비현실적인 조종사노조의 요구사항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전경련은 '인사경영권 침해' '과도한 근로조건 요구' '퇴직금에서 보이는 특권의식'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 등이라며 조종사노조의 요구를 싸잡아 비난하고 "불합리한 단협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노동쟁의로 인해 국민 경제상의 피해가 극심함에 비추어 항공운수사업에 대해 쟁의의 사전적 제한 조치가 가능한 필수공익사업으로의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앞선 18일에는 경총이 "양대항공사 조종사노조 불법파업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아예 '불법파업' 딱지를 붙인 입장을 발표해 물의를 빚었다. 경총은 이 입장서에서 △최고수준의 혜택을 받는 조종사노조의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 즉각 중단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사항은 명백한 불법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 긴급 조정을 실시할 것 △항공산업에 대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할 것 등을 요구하며, 사측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 징계책임,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등을 철저히 하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는 "모든 쟁의행위 절차를 준수한 명백한 합법 파업에 '불법 파업' 운운하는 경총에 대해 대 경총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즉각 발표하고 "'긴급 조정'이니 '필수공익사업장 지정'과 같은 헌법에 부여된 노동자의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시도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급단체인 공공연맹도 경총에 대해 "긴급 조정을 논하기 전에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게 하라"고 지적하고 "경총의 '불법 파업' 매도는 법적인 근거도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와 보수 정치권의 이같은 몰아세우기는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파업 투쟁이 예상 외로 견고하고,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연대 파업까지 가세되면 보건의료노조 파업, 금속노조 파업 등 이어지는 하반기 투쟁에서 기득권을 상실할 우려가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언론과 경영계, 정치권까지 가세한 총 공격에 대응하는 조종사노조의 파업과 전체 노동계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