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사측 교섭은 뒷전 "일주일은 문제 없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 협상 재개 촉구

17일 정오를 기해 전면 파업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장기화될 조짐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선이 취소된 가운데 19일에는 처음으로 국제선(인천-시드니) 1편이 결항되었고 화물기는 모두 결항된 상태다. 그러나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로 한 노조측의 입장과 달리 사측은 18일에 이어 19일에도 교섭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태도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항공 대란의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하고 국민 여론을 더욱 불리한 쪽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사측의 전술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측 "비노조원의 휴가 미뤄 운항 투입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측은 19일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일주일은 운항에 문제없다"고 발표했다. 윤병인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에 따르면 "향후 일주일간은 국제선 위주로 운항일정을 짰다"면서 "전체 조종사의 절반인 430여 명의 인원으로 휴가와 교육을 미뤄 운항에 투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선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운항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화물기 6대도 모두 운항이 중단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같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듯 보이면서도 노사 교섭 재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현재 26명의 간부 파업을 진행중인 대한항공조종사노조도 20일부터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어서 조종사노조 연대 파업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사측이 교섭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파행 운행으로 인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조종사노조의 정당한 주장을 묵살하려는 의도"라며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19일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노동조합이 파업이라는 실력행사를 했다면 사측은 이로 인한 불편을 줄이려 최대한 교섭에 응해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할 것인데 아시아나항공사용자는 파업 당일 이후 전혀 교섭에 나설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언론보도에서 중점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비본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하등 주요 쟁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므로 안전 운항과 연관관계가 없는 사항에 대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파업의 핵심 쟁점은 수 십 차례 강조해왔다시피 조종사가 피곤하지 않게 운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한 운항과 건강한 일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교섭 재개를 재차 촉구했다.

  영종도의 연수원에서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조종사노조원들 [출처: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교섭은 뒷전, 한편으론 조합원에게 폭언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핵심 요구가 △연간 비행시간 1000시간 △휴무일 확대 △조종사 자격심의에 노조 의결권 보장 등 '안전 운항'을 위한 장치라는 주장에 변함이 없으나, 사측은 여전히 이동시간을 비행시간에 포함시키자는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휴식시간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며 운항 시간을 짜는 운영위원회 참여 요구에 대해서는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이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한편, 파업대오에 합류해 있는 임신중인 여성 조종사를 협박하는 일까지 벌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사측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폭언을 들은 이 여성 조합원이 강박으로 인한 유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노조는 이같은 사태에 대해 "사측의 조직적인 시도인지 개인이 저지른 일인지를 떠나서 주요 관리자의 이런 태도는 이번 사태를 보는 사측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납득할 만한 사과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단협 타결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현재 인천 영종도의 연수원에서 3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과 분임토의 등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외에 있는 조합원을 제외하면 90% 수준의 높은 참가율이며 뉴욕 등지에서 체류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투쟁 메시지도 속속 도착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결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