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사퇴, 비대위 구성이 가장 상식적 대안'

비상시국토론회, '현체제 유지는 하반기 투쟁을 버리는 것, 정파 구도로 몰지 말라'

15일 토요일 저녁 6시 30분, 민주노총 1층 회의실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일반의 '토론회'스럽지 않게 논의와 주장 그리고 결의로 충만했던 '민주노총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시국 토론회'. 긴급하게 잡힌 회의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이 너무 많아 토론회는 3번이나 발제를 중단하고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발제 내내 이어지는 긴장 섞인 고요함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툭툭 터져 나오는 발언들.

복잡하고 착찹한 심정으로 왔을 많은 참가자들은 토론회를 통해 자기 고민들을 풀어놨다. 그리고 지금 현 국면을 '민주노조운동의 상식을 벗어난 도덕성과 결부된 위기 국면'으로 진단, 현 집행부는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과 도덕성을 훼손시키고 있음을 확인하며 '사퇴시켜야 한다'는 입장에 의견을 모았다. 또한 더 적극적으로 하반기 투쟁과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실천을 결의하기도 했다.

나아가 토론회의 참가자들은 '정파를 초월한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진단을 같이 하고, 요구안을 담은 결의문을 참가자 개인 서명의 연서를 달아 채택했다. 또한 현 사태 이후 첫 대중 집회인 16일 집회에서 이 성명서를 배포하고, 추가적으로 동의하는 사람들의 연서를 받아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조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토론회는 이경수 전 충남본부 본부장의 사회로, 김태연 전 민주노총 정책국장의 주발제와 허인 공공연맹 부위원장, 김형계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의 보조 발제 이후, 전체 토론으로 진행됐다.

  1층 회의실은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1층 복도에서 서서 듣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 비리 혐의 구속 소식에 따른 반응들

토론회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비판하며 회의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던 이경수 전 충남본부 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경수 본부장은 "강승규 수석 비리 혐의 구속 소식에 많은 활동가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이제야 터졌냐'는 반응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그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 더 많은 활동가들이 경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늘 자리는 이런 처리 과정에 대한 대안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며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의 주발제를 한 김태연 전 정책국장은 "사건이 터졌고, 상근 간부의 일원으로 책임을 느끼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중앙집행위원회를 둘러싼 진실과 거짓

김태연 전 국장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승규 수석은 8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또한 민주택시연맹 위원장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책에 있으면서 직위를 이용한 뇌물 수수로 보도되고 있고, 심지어 금년 9월 까지 사측으로 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올해 특히 취업 비리 사건들 터지고,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위기 상황이다. 조직내의 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중앙 조직의 핵심 간부까지 직책을 이용한 비리를 저지른 사건에 대해 수많은 연대 단위 민중들에게 민주노총 조직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 썩은 조직으로 전락시킨 중요한 사건이다. 70년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수 많은 열사들이 피와 땀으로 결성한 계기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민주성과 자주성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비리 당사자인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핵심지도부일 뿐 아니라 조직혁신위원장, 채용비리대책위원장 등 조직의 도덕성을 올곧게 세우는 중책을 맡은 인사였다. 이에 "택시는 완전 월급제 쟁취를 위해 가장 많은 열사를 배출한 조직이다. 그런 조직에서 투쟁의 상대인 사측으로부터 돈을 요구하고 챙겨 받았다는 것은 조직운영과 노조 집행부의 민주적 원칙을 버린 것이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한편 이수호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직무정치 해제 하반기 투쟁 조기 선거에 관한 결정이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임을 강조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태연 전 국장은 "사실 상집(민주노총 임원과 각국 실장들로 구성)은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언론 보도와 달리 상집의 입장이 중집에 통보"된 것. 특히 중앙집행위 당시 회의록 기록 여부와 참관 여부가 논란이 된 점을 상기하며 "민주노총 10여 년의 활동 과정에서 주요 결정단위에서 회의 기록 여부가 논란이 된 적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중집 회의에서 상집은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집위원들의 의견을 받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집위는 '집행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했으나 회의 과정에서 이런 주장은 관철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금속, 공공 및 대부분의 지역본부장들이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집행부 총사퇴 △비대위 구성 △조직혁신 △하반기 투쟁을 책임져야 한다는 안을 제출했으나 현 집행부를 옹호하는 경향의 중집위원들은 "강승규 사건은 개인 비리 사건으로 지도부 전체가 사퇴하면 오히려 조직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사퇴는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론을 펼쳤다. 결국 논란이 이어져 날을 넘겼고 새벽 3시경 정회 후 오전 9시 30분에 재소집한 중집에서 위원장 이하 상집들이 들어와 일방적인 방식으로 입장을 발표한 후,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장으로 내려가 '중집 입장'이라며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결국 현 집행부가 '중집'의 결정이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고, 오히려 현 집행부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들러리로, 명분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중집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도덕성이 떨어진 집행부, 오히려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건 이후 지난 12일 최초 민주노총 사무총국 회의(임원을 포함한 전체 상근활동가 회의)에서 '민주노총 집행부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결정에 대한 항의'가 다수 제기 됐고, 이 문제에 대해 현 집행부는 "'당신은 현장에 가지 마라, 지도부가 알아서 하겠다"는 식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 답변으로 일관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13명의 상근자들이 논의를 통해 집단 사직을 결정, 13일 집단 사직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했다. 그리고 이후 개인별로 사직 의사들을 밝혀 총 15명의 민주노총 사무총국 상근활동가들이 사직서를 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연 전 국장은 "이 사태에 대해 조합원과 국민들은 지도부 전체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강승규 개인 비리로 구분하지 않는다. 지도부 전체가 책임지는 결정에서부터 시작해야만 대중조직으로 의견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집단 사직을 결정 했다"고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올해 기아차 비리 사건 등에 대해 민주노총은 혁신을 주장하며 여러 방안들을 내놨다. 대의원대회 규율 위원회나 간부들의 재산 공개 등의 방안을 내 놨지만 총체적 위기 상황과 민주노총 간부의 비리 사건에서 현 집행부가 자리를 유지하고 가는 상황은 오히려 "혁신을 추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런 선택이 더욱 더 조직을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공통된 지적이 줄을 이었다.

관련해 김태연 전 국장은 "현재의 비리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게 되면 조직의 해결 전형이 되어, 일반적인 처리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 전체가 도덕 불감증, 자주성 파괴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원칙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라며 현 사태가 끼칠 후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노동조합운동의 도덕성, 자주성의 문제에 웬 정파 논쟁

현재 집행부는 '하반기 투쟁을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집행부 사퇴는 '무책임한 청산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태연 전 국장은 억측이라는 반론을 펼쳤다.

"현재 집행부의 지도력을 가지고 조합원 대중에게, 로드맵, 비정규 투쟁과 관련해 제계급 단위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투쟁하자 라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나. 투쟁은 불가능하다. 현 집행부의 결정은 사실상 '투쟁의 포기' 라고 보여진다. 자본에게 완전히 항복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봇물을 이루고 있는 '집행부 사퇴와 혁신'요구에 대해 '분파주의 정파의 공격'이라는 덧글도 많다. 이에 대해 김태연 전 국장은 "성명을 내는 다수의 단위나 사람을 보면 세력 구도로 대비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위기 진단과 해결 주장'에 대해 분파주의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도 운동의 방식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차이와 분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어떤 정치적 입장에서도 달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원장, 사무총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조직의 후보로 결정했던 전국회의 조차도 중집회의가 있기 전에 입장을 표명했고, 현 집행부의 현 체제 유지 결정 이후에도 '사퇴해야 한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고 강조하며 "조,중,동 노동언론 뿐만 아니라 노동관련 매체에서도 이런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사태를 분파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주장했다.

  잠시 개최된 참가 단위 대표자 회의. 이날 토론회에서 공통 결정사항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날 선 주장도 '손들어'로 정리하는 중집위

불과 몇 년 전 같으면 수석부위원장이 돈 받고 구속됐다 하면 민주노총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합원들이 달려와 거센 항의를 했을 것이고, 항의전화도 봇물을 이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노총은 모두가 알다시피 굉장히 조용하다. 이에 대해 '현장의 정서가 그러하다'는 해석도 있고, '간부들이 민주노총에 맘이 떠났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연 전 국장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총사퇴하고 비대위 구성해야 한다. 결국은 한 개인, 간부의 비리라 해도 집행부가 총 사퇴 해서 조합원들에게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는 민주노조의 전통과 과정이 있었다. 조직 전체 힘을 모으는 비대위 구성, 조직 전체의 역동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조 역사의 전통이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동계는 강승규 사건으로 인해 하반기 투쟁의 큰 걸림돌은 안게 됐다. 현 집행부로 가던 비대위로 가던 하반기 투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미 두번의 비대위 구성 경험에 비춰 비대위 구성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이는 결의해야할 문제다. 이 비대위에 각 운동 세력은 비대위 구성과 투쟁 조직 구성에 결의를 세워야 한다. 조직이 공개적으로 논의 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은 투쟁의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경수 전 본부장은 본부장 사퇴를 결심하면서 돌아본 자신의 4년여 중집위 활동 경험을 풀어 놓았다. "이번 집행부 들어서 중집 회의에 참가했다가 기분 좋게 돌아간 적이 없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지나치게 몰계급적으로 가고 있는 것과 쪽수(표대결 숫자)로 운동을 재단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런 상황에서 중집이 개최디는데 참관하러 온 동지가 한 명도 없었다"며 "활동가들의 주체적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중집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영섭 충북본부 본부장도 맥을 같이 했다. "지금까지 회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쟁점들이 있지만 표결에 가서는 단 한 번도 1/3에 접근해 본 적도 없고, 동의를 얻은 적도 없다. 사회적 교섭과 관련한 것들을 봐도, 소위 대의원대회를 한 달에 3번씩 여는, 안 될 것 알면서도 여는, 이성과 상식에 대한 의문이 들어도 밀어 붙이는 식으로 진행된 과정이 있었다"며 "중집에서 날선 입장이어도 손들어로 정리되 듯. 집행부는 민주노조운동이 고민을 해도 그들의 입장으로 그냥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식과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즉자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행부가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고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것의 의미

허인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현 사태에 대한 인식은 대다수 비슷할 것"이라며 "총연맹 집행부가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고 안건으로 상정하면 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 했는데 그대로 간 것,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공공연맹과 관련한 얘기를 시작했다.

공공연맹은 지역본부 간담회 중 10월 12일 대구 지하철에서 공공연맹 중집위를 개최했는데 허인 부위원장은 "중집에는 다양한 의견 가진 동지들이 있고 결론 하나 내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집단적 성격이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이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났다"며 총연맹의 자주적 결단을 촉구하는 중집위 성명서 채택 과정을 설명했다.

나아가 허인 부위원장은 대구 중집 회의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갔던 경험을 얘기해 다수 참가자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을 때 먼저 앉아 있던 시민들이 민주노총 욕을 하고 있었다는 것, 다수의 중집위원들이 민주노총 마크가 달린 조끼를 입고 참담하고 묵묵하게 듣고 있었어야만 한 '참담한 경험' 이었다는 것이다. 허인 부위원장은 "개인이문제로 치부되는데, 왜 조끼를 입고 시민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민주노총과 결과적으로 하나일 수밖에 없고, 조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상식선의 판단, 권력을 조합원에게 돌려줘 난관을 극복해야

마지막 발제자인 김형계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상식선에서 판단하고 하면 되는 문제다. 민주노조운동 하다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실수나 위기가 발생하면 민주노조운동은 권력을 조합원들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어렵지만 풀어왔던 거 아닌가 싶다. 현자의 한 간부가 리베이트 사건 있었을 때 집행부가 전원 사퇴를 했다. 기아자동차 후생복지부장의 리베이트 사건에 주저없이 일괄 사퇴했다. 금속연맹에서는 선거 후보중에 기아출신이 있다고 해서 후보진영 전체가 사퇴해, 금속연맹선거가 뒤로 미뤄지는 상황도 있었다.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조합원의 기준에서 만들어 왔던 것 아닌가. 최소한 부패세력, 어용, 비리 세력이 아니라 민주노조로의 전노협 건설하고 민주노총 만든 상식선에서 해결하면 된다"며 "조합원들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것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들한테 손가락질 받고, 간부들이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국민, 조합원 앞에 입장을 밝히고, 다시 비대위를 구성해 지탄 받는 문제를 뼈를 깍는 고통으로 극복해 가야 한다"며 "하반기 투쟁은 버리고 갈 수 없는 거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는 좀더 엄중하게 받아야들여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에 구조적인 문제들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민주노조운동 역량이 약화되어 있고, 어느날 부터인가 민주노조가 권력화 되어 있고, 오히려 조합원을 억누르는 자리가 되어 있고, 개인의 영달을 위한 조직으로 되어 있고, 우리들 내부의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많은 부분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민간서비스연맹 뉴코아 지부 활동가

즉자적 행동의 결단과 현장을 조직하는 방안

발제 이후에 전체 토론이 진행됐다.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누구도 질의를 하지 않았다. 사태에 대한 추가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발언하겠다'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주장과 제안들이 줄을 이었다. 이하는 발언자들의 내용을 순서와 상관 없이 정리한 내용이다.

이영섭 충북본부장은 "이런 상황이 오래 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일붕 다함께 운영위원은 "민주노조의 제도적 장치로 부패한 지도자들을 소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과 "하반기 투쟁에는 비정규 투쟁 뿐 아니라 아펙과 WTO의 반세계화 투쟁도 있다. 노동계가 비정규 투쟁만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적 투쟁에 적극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수정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어찌나 본부장님들은 빠른지. 이경수 전 본부장은 내려오자 마자 즉각 사퇴하고, 충북본부장은 즉각 행동에 돌입하자 하니 본부장들의 이런 즉각적인 태도를 민주노총 현 지도부가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긴장되었던 토론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했다.

권수정 지회장은 현재 충남본부의 상황 설명으로 말을 이었다. 이경수 전 본부장의 사퇴 이후, 18일 까지 확대간부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서명의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고, 19일 대자보를 통해 사업장에 공개 선전할 계획과 현재는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소속 금속노조와 연맹, 단위노조 대표자회의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 꾸리고 조합원까지 확대해서 서명 받는 것을 결의했다고 사업 내용을 소개했다.

또한 특히 집행부의 '현체제 유지' 결정 이후 첫 집회인 16일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논의의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단상에 못 올라가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부터, 야유를 보내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됐으나 참가자들은 '이날 채택하는 성명서를 배포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앞으로 추가 연명자들을 더 조직하는 것으로 결론을 모았다.

고민택 노동자의힘 회원은 "전술적으로 현재는 소수운동이지만 다수자 운동으로 가야한다. 기본은 현장 노동자들을 운동에 참가시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전국회의와 이 운동이 접목할 수 있는 부분도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 집행부의 입장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운동을 하기 위해 체계와 형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공동투쟁본부 등의 형식 기구를 만들어 민주노총 혁신에 대한 공동프로그램을 작성하고 현장 조합원을 만나 운동을 살려야 한다. 현 집행부의 지도력을 정치적으로 거부하더라도, 투쟁에서는 우리가 올바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투쟁은 적극 결합해야 한다. 가능하면 독자 투쟁 프로그램들을 고민해야 한다. 전국, 지역에서 독자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태연 전 정책국장은 "시간이 별로 없다. 사태 이후 16일 첫 대중집회이고, 오는 18일 차기 중집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19일에는 전국 단위노조대표자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시간 순서 상 19일 이전에 현 민주노총 사태에 대한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만 한다. 그래야 단위노조대표자들과 하반기 투쟁을 힘차게 결의하는 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며 시기의 촉박함을 강조했다.

정윤광 전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많은 선배들이 죽어가고 헌신하면서 한국노총이 아닌 지금의 민주노총을 만들어 왔던 것"이라며 현 사태의 안타까움을 토로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윤광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현재 암에 걸렸다. 가망이 없다. 차자리 잘 터졌다. 결정적으로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지도부를 신속하게 사퇴시키고, 자체 자정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 활동가는 "현대자동차노조 투쟁에 결합했던 단위가 오늘 토론회에 와 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임단투 평가가 진행되어야 함께 이후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지난 류기혁 열사 당시 현차노조의 투쟁 평가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강성신 민투위 의장은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우리만큼 열심히 투쟁한 단위가 있는가. 앞으로도 투쟁을 한다면 가장 선두에서 서서 할 것이다"라고 응대, 약간의 긴장이 고조되기도 하였다.

최백순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회원은 "한 동지가 전국회의도 같이 가야 한다고 했는데 운동 정서를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이견과 운동방식의 차이점은 지금 현안이 아니라는 (고민택의) 판단에 동의한다"라며 "근데 사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 것 같은데, 사퇴와 무관하게 비대위와 같은 대체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보고 개인적으로 참가했다는 기아자동차의 한 조합원은 "투쟁에서나 만났던 지도부가 어느 날 부터인가 TV나 라디오, 신문 등에서 만나는 지도부가 됐다. 상층 간부들이 자리에 연연하고 개인적 조직적 비리에 더욱 거리감이 커져간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선주 전 조직국장은 즉각적인 행동 돌입 의견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현재의 사태는 민주노조운동 복원의 문제이다. 현장의 긴장감이 없다. 무엇보다도 현장을 조직하고, 현장의 동지들에게 이런 상황을 공유시키고, 현장 토론을 조직하고, 조합원들을 중심에 설 수 있게 해야 한다. 좋은 의견 많지만, 몇사람의 선도투 보다는 현장으로 돌아가서 현장 간부들의 결의들 조직해서 위원장, 지도부 사퇴만이 아니라 하반기 투쟁을 '우리가 책임진다'는 것을 조직하는 과정의 문제라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자신감을 갖고 무너지고 잠자고 있는 현장을 조직하자"고 주장했다.

다양한 의견이 제출 됐고, 이날 토론회에서는 4가지 사항들을 공통 결의사항으로 모아냈다. 내용은 △각 조직별 성명과 활동가 조합원들의 서명 운동 광범위하게 펼친다. △16일 집회에서 부터 오늘 채택한 결의문을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 배포하고 문제의식 전달하는 행동 다양하게 조직한다. △임박하게 있는 18일 중집 19일 결의대회 세부적인 부분은 대표자 회의 단위에 위임해서 추진한다. △토론내용에서 나온 향후 당면 투쟁과 조직혁신을 위한 공동대책 기구(내용과 명칭은 추가 논의 필요)를 추진하고 광범위한 논의 단위에서 추진해 나간다 등이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동의 박수로 결론을 모으고 결의문 채택 후 약 4시간 가량 진행 된 이날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비상시국토론회의 공동 주최 단위는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노동자의힘,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기업경영연구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민교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민중의료연합, 부천 노동문제연구소, 안산노동인권센터, 노동자뉴스제작단, 진보교육연구소, 경기현장연대, 경기비정규연대, 충남지역활동가모임, 충남서부동지회, 충북지역현장활동가연석회의, 전북현장연대, 대구민중행동, 공공부문 현장활동가연대(준), 사무금융실천연대, 현대자동차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대우조선현장중심의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두원정공새날을여는노동자회, 서울지하철현장노동자회, 도시철도투쟁하는현장노동자회, 철도노동자회, 목공현장실천단, 부산지역일반노조늘푸른현장연대, 대우자동차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부산양산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연대와전진을위한전국노동자회, 부산지하철현장회, 현장강화를위한부산지역노동자위원회 등 37개 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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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아는놈

    노동조합운동의 도덕성, 자주성의 문제에 왠 정파 논쟁

    왠(X)
    웬(O)

  • 원시인

    위 발언자 중에 있는 전진의 활동가 이름은 최백승이 아니라 최백순입니다.

  • 바람

    사전에 보면 같아요.

  • 사전에서

    웬1[웬ː]
    ꂴ①어찌 된. ¶웬 영문인지 모르다/웬 까닭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웬 걱정이 그리 많아?/이게 웬 날벼락이람./이제 곧 봄인데, 웬 눈이 이렇게 내리니? ②어떠한.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웬 놈이야, 떠드는 놈이?/개가 짖는 바람에 그는 웬 낯선 사람이 오는가 해서 나왔다.≪이기영, 고향≫ ☼'웬 사람이 널 찾아왔어'나 '웬일로 그러지?'의 '웬'을 '왠'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왜'와 관련이 없는 말이므로 '웬'으로 적는다.웬 불똥이 튀어 박혔나 어떤 좋지 못한 일을 당하였기에, 얼굴에 불똥이 튀어 박힌 때처럼 그토록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느냐는 뜻으로 이르는 말.

  • 트집

    저저 빨간 밑줄 어떻게 좀 해줘요
    안보이게 할수 있는데 굳이 그대로 캡춰할건 뭐람
    심지어 그 안에도 오타가 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