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동자, 노동법 적용과 단체협약 체결 필요”

영화산업 노동환경 개선 토론회, “영화노동자 90%가 비정규직”

"한국 영화산업 내 노동환경, 인력구조는 모순과 불평등의 원시림“

영화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국회에서는 ‘영화산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와 천영세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영화산업노조에서 5월부터 영화제작가협회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인 단체협약의 예를 제시하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과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집단적 노사관계 성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프랑스 공연예술비정규직(Intermittents du Spectacle)의 예를 들며 “한국 영화산업 내에 노동환경과 인력구조는 모순과 불평등의 원시림”이라며 “문화예술 산업의 모든 노동자들은 스탠다드 한 직업형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사회보장 제도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김현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정책실장, 목수정 민주노동당 문화정책 연구원이 발제를 했으며,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오기민 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 변영주 영화감독 등이 함께 해 의견을 제시했다.

김현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정책실장,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절실”

목수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영화 제작인력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연평균 환산 연봉은 640만원이다. 또한 영화노동자들의 1인 평균 촬영시간의 경우 8시간인 경우는 1.3%에 불과하며, 13~16시간은 39.4%, 16시간 이상은 34.8%이나 초과근무 수당 유경험자는 9.2%에 불과하다.

  김현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정책실장

김현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정책실장은 영화노동자들의 고용실태에 대해 “현장 스탭들의 고용형태는 영화제작이란 프로젝트단위로 계약되므로, 대부분 기간을 정한 계약직 노동자이다”라며 “타 산업 경우 구조조정과 고용관계의 유연화라는 자본의 전략에 의한 비정규직 양산이 이루어진 반면에 영화 제작업은 산업 본래의 특수성에 연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현호 정책실장은 “영화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을 권리 △임금을 정기적으로 받을 권리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 △휴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계약기간이 준수될 권리 △근로조건이 무엇인지 알 권리 △1일 8시간만 노동할 수 있는 권리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 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표준근로계약서의 도입이 절실하며 의무적으로 단위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의 경우 1주 60시간, 1일 1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며, 임금은 주급제나 월급제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오기민 영화제작자협회 정책위원장, “영화산업의 시스템, 근본적 변화 필요“

  오기민 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

이에 대해 사용자 측에 있는 오기민 영화제작사협회 정책위원장은 “절대적 임금 상승, 지나친 노동시간, 비인격적 대우, 체불임금 문제들은 당연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영화산업 내에서 스텝들의 전문화나 안정적인 노동기회가 담보되지 않는 시스템을 바꿔내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에서 주장하는 주급제 관련해서 오기민 정책위원장은 “주급제 자체가 오히려 해고를 난발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한국영화가 호황기라고 하는데 실제 돈들은 영화사에 가는 것이 아니라 배급사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투자부터 배급까지 독점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용의 당사자인 영화사들에게 자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급사로 집중되어 있는 영화 산업 구조에 대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적절한 정책들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감독의 입장에서 “창작의 방식과 이에 대한 권리 또한 어떻게 노조의 요구와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예술산업 30명 노동자 중 10만명 실업수당 받아

목수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영화산업이라는 하나의 문화 장르에 속하는 인력들을 그 장르가 갖는 사회적 기여와 전망 속에서 파악하고 이해하는 관점과 정규직 이외의 다양한 직업 형태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장치의 관점이 동시에 요구된다”며 프랑스의 사례를 들었다.

  목수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프랑스의 경우 이미 1902년 예술계의 첫 번째 노조연합이 만들어 졌으며 이 당시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이며,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이 필수적임 △공연(혹은 영화)은 각자와 모두에게 공동의 작품이며, 주연배우로부터 무대기술 스태프까지, 스타에서부터 그들에게 옷을 입혀주는 사람까지 각각의 직업은 고유의 고귀함과 위대함과 효용을 지님 △고용된 자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모든 산업의 모든 직업에 속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행동해야 함을 기본지침으로 삼았다.

그리고 1936년 영화노동자들의 특수한 작업환경을 감안해 부족한 수당을 보충하기 위해 실업수당제도 ‘앵떼르미땅’이 생겨났으며, 2005년 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30만 명의 노동자 중 10만 명 정도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목수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영화노동자가 편당 5.1개월을 일하고 연 평균 1.24편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영화노동자들은 평균 5.1개월의 취업과 5.7개월의 실업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며 “영화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생계 보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수급자격을 현행 18개월 중 6개월 이상 보험가입이 아니라 12개월 중 3개월 이상(1편에 소용되는 제작일 수)로 축소하고, 구직급여 수급기간은 평균 실업기간이 5.7개월인 것을 반영 최소 5개월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제도의 변화와 이를 위한 정부의 예산확보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