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을 환영하기 위해 찾아온 활동가들이 즉석에서 만든 환영 피켓과 꽃다발을 들고 목동 출입국사무소 계단에서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
지난해 5월 출입국의 표적 단속에 의해 강제 연행됐던 아노아르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 위원장이 1년 만에 석방됐다. 이번 석방은 아노아르 위원장의 건강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일시 보호 해제' 명목하에 이뤄진 것이다.
25일 오후 5시 10분경 아노아르 위원장이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6층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복도와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던 20여 명의 활동가들이 아노아르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1년 전에 비해 다소 야윈 모습이었으나 건강해 보였고 표정은 밝았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석방 소감을 묻는 질문에 "동지들이 보여준 관심에 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며 "여러분과 떨어져 있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렵고 힘들었지만,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면 1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현재 제 건강 상태가 무척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 "정부가 그런 식으로 단속을 실시해도 별 효과가 없을 뿐더러 한국의 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보호소에서 이미 우울증 진단을 받은 상태이며 기억 장애, 떨림증, 불면증, 식사 장애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아노아르 위원장의 석방에 힘을 쏟아온 권영국 변호사는 "출입국에서 우리의 석방 요구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오늘 석방은 참으로 다행이자 지극히 환영하는 바"라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아무리 불법 체류라 할지라도 구제 절차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현재 아노아르 위원장의 몸이 많이 아파 치료를 요망하는 상태이고, 계속 구금했을시 인권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고 출입국이 대단히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평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보다 발전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 석방된 아노아르 위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아노아르 위원장이 구금돼 있는 동안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온 샤킬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조합 차원에서 많은 일을 할 순 없었지만 위원장 석방을 위해 노력했고 많은 동지들이 연대해 준 결과"라며 "아노아르 위원장의 보호 해제 요청에 정부의 손을 들어준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 아노아르가 자유가 됨에 따라 자신들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은 "늦었지만 정부가 보호 해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점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평하고 "아노아르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하는대로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노아르 위원장의 '일시 보호 해제'는 명목상으로 강제 연행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대법원 판결 종료 시점까지를 그 시한으로 둔다. 이밖에도 이주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에 대한 항소심 등 몇 가지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날 아노아르 위원장의 석방을 환영하기 위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연맹 소속의 노동자들과 노동사회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앞마당에서 노래와 구호를 외쳤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일단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모처에서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