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반전평화연대(준)은 한미정상회담이 침략적 전쟁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4회에 걸쳐 주요 쟁점을 다루는 글을 기고한다.
연재순서
1회 :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과 한국군 재파병
2회 :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
3회 : 대북제재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4회 : 한미 군사 동맹과 군비증강
북한 핵실험을 용납 못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이명박과 '버락 부시 오바마'는 더 큰 긴장을 부를 군사적 위협을 천명했다. "핵우산"까지 명문화하기로 했다. 공격용 핵잠수함과 각종 첨단무기로 북한 주요 지점을 불바다로 만들 위험천만한 핵우산을 한반도에 휘감겠다는 것이다. 북한 핵을 빌미로 미국 지배자들과 한국의 냉전 우익 정부가 핵 공포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화물검색만이 아니라 무기금수 및 수출통제.금융 경제제재 등의 대북제재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최근 안보리 결의안 이행도 철저하게 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만 10년 동안 22번 핵실험을 했고 실제 핵폭탄 투하로 20만 명을 죽이고 핵실험금지조약에 서명도 하지 않고 감축핵무기 폐기 약속도 하지 않으며 1만기를 훨씬 넘는 핵탄두 소유에 신형 핵무기까지 들여올 계획을 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에 중유 제공 및 각종 약속을 위반했으면서도 한반도에서 전쟁훈련을 하는 미국이 "억지력 확장"을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다. 이명박 정부와 냉전 우익은 또 어떤가. <조선일보>는 '핵우산이 효과라도 있겠냐'며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운운한다.
그러나 대량파괴의 "보복능력" 과시와 일련의 대북제재 조치들은 거꾸로 북한의 핵 개발에 명분을 주고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더 강화하는 역효과만을 낳을 것이다. 북한은 ICBM 실험은 물론 소형 핵탄두 제조, 핵 재처리 시설 복구, 흑연 감속로 공사 재개 등을 진척시켜 핵 능력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북아시아 전체의 군비 증강을 더 부채질 해 한반도를 더 위기를 빠뜨릴 것이다.
또한 대북제재는 정권 수뇌부가 군비 증강에 더 열을 올려 정권의 입지를 더 강화시키게 할 뿐이며 그 직접적인 피해와 희생을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수전 라이스 미국 유엔 대사는 "우리는 다른 회원국들과 더불어 이번 조치를 최대한 이행해 북한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고통의 주체는 평범한 북한 주민이다.
비누, 소금, 비료, 테니스 줄, 콩기름 등의 공통점은?
제국주의 강대국의 관료들은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고 주민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는 식으로 “맞춤형 봉쇄”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대북결의안 1695호(2004년 당시) 무기전용 가능물품들에는 철강.알루미늄.전기기기뿐 아니라 비누.소금.테니스 라켓.시계.비료 등도 포함된다. 소금은 왜? 나트륨을 분리시켜 금속나트륨으로 만들면 물과 함께 급격하게 폭발물로 반응한단다. 테니스 줄은 왜? 얇은 탄소섬유가 포함돼 있는 그 줄은 미사일 통제 기술과 항공기 제작에 이용된단다. 살충제와 비료도 군사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 금지 대상이며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염소 수입도 금지 품목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대북지원 비료 상당량이 무기로 전환됐을 가능성" 운운했던 것도 바로 대북제재 결의안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다.
경제제재 품목에는 특수강, 보석뿐 아니라 콩기름, 면 같은 아주 평범한 생활용품도 다수 포함된다. 그래서 최근 1874호 안보리 결의안의 무기금수 및 수출통제 품목 방식으로 채택된 NSG(핵공급 체제) 전략물품 통제 리스트에는 약 1만 개의 물품(대부분 생활에 쓰이는)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대량살상무기 생산용도를 매우 포괄적으로 판정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 적극 제안한 캐치올 제도(catch-all)를 따른 결과였다. 그래서 이라크에서는 연필도 수입이 금지됐다. 연필에서 탄소를 추출해 비행기에 덧칠하면 레이다에 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보다 더 광범한 규모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 목조르기라는 끔직한 야만을 더 재촉할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기자인 존 필저(John Pilger)는 경제제재의 실상을 취재했는데 그에 따르면 심폐 기구 같은 의료 장비 18개, 냉장트럭, 양수기, 손수레 같은 농기구, 안전기구, 소방기구 등이 '민군 겸용 혐의가 있는' 품목들로 포함돼 있다. 손수레는 왜? 사담 후세인이 손수레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금지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합성제제 역시 수입 금지 품목인지라 석유를 사용해 벽을 닦는 이라크의 병원과 호텔에서는 고약한 석유 냄새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 결과 1990년에 이라크는 유아사망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였지만 10년만에 이라크는 세계에서 유아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유엔아동기금 통계를 보면 1990년대 미국의 이라크 경제제재로 매달 5세 이하의 어린이가 5천여 명씩 죽었고 1991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경제제재 결과로 죽은 이라크인들은 160만 명에 달하며 그 피해자는 주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었다.(Inter Press Service, "Iraq : Sorry About Civilian Casualities, the US Strikes again", January 26, 1996. www.oneworld.org/ips2)
바이올린 현도 금지 품목이라 불협화음에 시달리는 한 이라크의 음악인은 경제제재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왜 이 고통이 멈추지 않는가? 그것이 모든 문명인이 제기해야 할 질문이다."(『미국의 이라크 전쟁-전쟁과 경제 제재의 참상』, 2부 경제제재의 신화와 현실, p131, 책갈피) 영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 강대국들의 개입과 이들의 부추긴 내전으로 피폐해지고 소련 침공과 미국의 개입으로 쑥대밭이 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1998년부터 경제제재를 가한 결과는 말해 무엇하랴. 이란 제재 결과는 어땠는가? 1990년대 이후 조금씩 완화되기는 했지만 미국은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이란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해 왔다. 밀, 의약품, 항공기 부품 등은 이란으로 수출되지 못하는 품목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유엔경제제재 위원회는 제재 대상국가에 컴퓨터 장비, 의료 장비와 의약품 등을 포함해 인간생활과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사실상 구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라크는 신청한 인도적 수입물품의 49%를 거부당해 왔다.(금지 품목 목록은 UN Office of the Iraq Program, http://www.un.org/Depts/oip 참조, 『미국의 이라크 전쟁-전쟁과 경제 제재의 참상』, '경제제재에 관한 열한가지 신화에서 재인용 )
그런데 이번 대북제재 유엔결의안 1874호는 2006년 수준(1718호)보다 더 강력한 수준이며 그조차 1991년 이래 1백만 명의 이라크인을 죽게 한 유엔 경제제재 때보다 광범하다.
한마디로 제재 봉쇄 정책은 '조용한 민중학살'이다. 제재를 당하는 나라의 특권층에 비해 민중은 직접적으로 제재 봉쇄 정책의 끔직한 희생을 치른다. 이미 포괄적인 경제제재가 취해지는 북한에서 봉쇄를 강화하는 것은 더 큰 '조용한 학살'을 부른다. 제국주의 강대국과 호전적인 냉전 우익이 대북제재 압박을 강화하는 동안 평범한 주민들은 더 큰 고통에서 신음하게 된다.
냉전 교육에서 자유로워진 새로운 청년층들은 북한을 단지 악마로 보지 않는다. 북한이 새로운 대안 사회라고 여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악마화하고 압박하는 것에 박수치는 세대가 아닌 그들은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면서 박수치지만 동시에 북한의 월드컵 진출을 바라며 북한을 응원하기도 하는 그런 세대다.
이들은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평화를 위해 진정으로 제제를 가해야 하는 쪽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강대국들과 이명박 아닌가?
김어진(민주노동당 파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