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엉터리 보고서가 노동자 죽음 불러”

쌍용차 범대위 “회계법인이 정리해고 유도, 책임 물어야”... 청문회 출석 요구

오는 20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관한 국회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쌍용차 해고자들이 “회계법인의 공모 공조가 22명의 쌍용차 노동자를 죽였다”며 안진과 삼정KPMG, 삼일 등 3개 회계법인을 규탄하고 나섰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11일 오후 서울 역삼동 삼정KPMG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개 회계법인에 국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김남섭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우리가 이 건물 앞에 모인 이유는 여기에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회계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질자본의 회계조작을 밝혀내고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내쫓기게 될 것이다”며 이날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뉴스셀]

지난 2008년 안진회계법인은 쌍용자동차의 의뢰를 받아 외부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정KPMG는 다음 해 쌍용차 노동자의 절반가량인 2천646명을 구조조정해 인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파산부 법원이 선임한 삼일회계법인은 앞서 보고된 인력 구조조정 내용을 전제로 쌍용차의 기업 가치를 측정했다. 사측은 이러한 회계법인의 분석을 근거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는 이들 회계법인의 분석이 “일부러 유형 자산 평가액을 낮춰 부채 비율을 높게 만들고, 타사의 다른 차종과 시간당 생산대수를 비교해 잉여 인력을 부풀렸다”며 “엉터리 보고서를 작성해 노동자를 쫓아냈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 2월 회계자료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촉발한 혐의로 안진회계법인과 쌍용차 전 대표이사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관계자들에 대해 참고인과 피고발인 신분으로 지난 5월과 8월에 걸쳐 소환조사를 했다.

쌍용차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대 회계법인은 사회가 준 공신력을 이용해 멀쩡하던 회사를 두 동강 내고, 일 잘하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무능한 밥벌레로 전락시켰다. 이는 단순 범죄를 넘어 사회질서 파괴행위로, 이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회계법인의 처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김태연 쌍용차 범대위 상황실장은 “쌍용차 사태 청문회가 예정돼 있지만,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국정조사로 소환되기 전에 이번 청문회에 반드시 출석해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뉘우치길 바란다”며 경고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범대위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본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사태해결을 요구하는 규탄집회를 했다. 범대위는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경찰청 규탄기자회견과 산업은행 규탄집회 등 쌍용차 청문회 대상들에 대한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사제휴=뉴스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