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MBC는 안 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괜찮다?

[미디어택] 〈나는 신이다〉 문제의 핵심은 ‘선정성’이 아니다


MBC의 “실제 1/10 수준의 수위”라는 해명…
〈나는 신이다〉, 선정성이 문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장벽이 높다. 예고편부터 쉽지 않다. 그래도 불편함을 누르며, 한 번의 스킵 없이 제작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정주행을 끝냈다. 그리고 머릿속은 온통 복잡해졌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와 구성, 색감, 조명, 카메라 구도에서 뭐 하나 빠짐없이 PD들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시간과 돈, 기회가 없었을 뿐 실력이 없었던 게 아님을 그들 스스로 증명했다고 보았다. 아마 그래서 더욱 화가 동했지 싶다. 그렇게 좋은 실력으로 대체 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남긴 사이비 종교들의 문제를 재조명한 콘텐츠로 ‘JMS, 신의 신부들’, ‘JMS, 적색수배 메시아’, ‘JMS, 전자발찌 메시아’,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죽음의 아가동산’, ‘만민의 신이 된 남자’, ‘감옥으로 간 만민의 신’ 등 8편으로 구성됐다.

MBC가 넷플릭스로부터 지원받아 지상파 채널이 아닌 OTT에서 공개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JMS가 방송가처분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커진 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신이다〉는 콘텐츠 공개 3일 만에 한국 TV 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다큐멘터리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비영어권 작품 글로벌 5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엔 ‘화제성’만큼이나 ‘논란’이 따라붙었다. JMS 편이 유독 문제로 꼽혔는데, JMS 여성 신도들의 나체가 담긴 영상을 얼굴만 지운 채 그대로 공개한 상태다. 그것도 모자라 그 장면은 다큐멘터리 안에서 여러 차례 반복돼 노출됐다. 성폭력 피해자가 폭로한 범행 상황은 구체적으로 ‘재연’됐다. 실제 성폭력 상황이 담긴 녹취도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정명석의 혐오스러운 음성을 반복해 들어야만 했다.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 또한 지나치게 클로즈업돼 전달되기도 했다.

이 같은 〈나는 신이다〉와 관련해 일부 언론 매체들은 ‘선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MBC 조성현 PD가 내놓은 첫 번째 해명은 “실제 1/10 수준의 수위”라는 말이었다. 실망스러웠다. 문제의 본질을 피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난 3월 10일 진행된 〈나는 신이다〉 간담회에서 MBC 조성현 PD는 성폭력 피해 상황이 담긴 녹취와 여성 나체 영상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JMS 안에서 신도들한테 조작한 거라고 교육한다”고 불가피함을 호소했다. 조 PD는 ‘섹스어필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분들은 영상을 보고 참담함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는 실제 포르노그라피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유튜브에는 문제의 장면들만 편집된 2차 영상물이 생산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 PD는 ‘시청자의 시선’이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이 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콘텐츠는 제작자의 기대와는 다른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이다〉, MBC는 안 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괜찮다?

애초 ‘선정성’ 논란으로만 사건을 규정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나는 신이다〉의 문제는 정확히 ‘선정성’에 있지 않다. ‘성폭력 범죄’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았어야 했다. 이 둘은 정확히 구분돼야 한다.

플랫폼에 관한 시청자들의 인식 수준은 높다. 같은 공영방송으로 분류되지만 ‘수신료를 받는’ KBS와 ‘광고로 운영되는’ MBC의 차이를 안다. 지상파 민영방송과 케이블이나 IPTV를 통해 송출되는 일반 채널 또한 다른 기준으로 본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2021년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때, 국회에서는 ‘KBS는 왜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공영방송의 콘텐츠 경쟁력에 관한 물음이었지만, 상상해보자. KBS에서 〈오징어게임〉이 편성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KBS에 항의 전화가 몇 날 며칠은 빗발쳤을 거다. 〈오징어게임〉을 본 구독자들은 ‘굳이 섹스 장면이 필요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선정적이고 폭력·자극적이라고 지적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였기에 ‘수위’와 관련한 문제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포함해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에 있었다.

이 말을 굳이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나는 신이다〉의 문제를 단순히 ‘선정성’으로만 좁히는 건 문제의 본질을 가릴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선정성’이나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신이다〉는 실제 성폭력 등의 범죄 사건을 다루면서도 ‘피해자 보호’ 관점에 있어서 고민이 부족한 콘텐츠다. 그런 점에서 언론은 ‘미디어는 성폭력 범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해야 했고, 그 답은 플랫폼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는 점을 짚었어야 했다. 쉽게 말하면, ‘이 정도의 수위는 MBC에서는 안 되지만 넷플릭스라면 가능한 수준 아니냐?’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신이다> 스틸컷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는 성폭력 범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언론이 성폭력 범죄는 어떻게 취재·보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축적돼온 기준이 존재한다.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2012)과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 요강〉(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 2022)이 그것이다.

이들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피해자 보호’다.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범죄나 수사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 “삽화나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는 경고가 담긴 이유다. 언론이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성범죄 피해를 유발하는 조직문화와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점도 적시돼 있다.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큐를 통해 성폭력 범죄를 폭로한 피해자가 ‘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성폭력 피해 범행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하지 말라’는 기준이 괜히 마련된 게 아니다. “피해자에게 사건을 다시 상기하게 하고 공포심과 성적 굴욕감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2차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범행을 기록한 영상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범행 내용을 선정적으로 재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기준에서 〈나는 신이다〉를 평가한다면, 문제는 정확히 드러난다.

MBC는 ‘JMS의 조작 의혹’ 때문에 여성들의 나체 영상과 범행 당시 녹취를 공개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신이다〉에서 조명한 사이비 종교들의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MBC를 비롯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상태다. 여기에 추가로 취재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콘텐츠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면, 굳이 문제가 있는 영상과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됐을 거란 얘기다.

당장은 ‘화제성’에 주목…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다면?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이 점에서 〈나는 신이다〉와 비교된다.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을 다룬 〈스포트라이트〉가 호평받았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 자체보다는 구조적인 부분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영화 관객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연출의 힘이다.

MBC가 〈나는 신이다〉를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실험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방송사 내 PD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짧은 시간 내 결과물을 내야 하는 제작 시스템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기회라도 많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편성은 계속해서 축소돼 왔고, 장래가 밝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MBC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문제의식을 다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나는 신이다〉는 당장 높은 ‘화제성’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것이 곧 ‘질 좋은 콘텐츠’이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와 인권 같은 중요한 가치들을 계속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암담하다. 그때는 단순히 한 방송사의 실험 실패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경쟁력 저하…. 그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이 길에 뛰어든 제작자들의 미래도 함께 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끝은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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