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책이 존엄, 생명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획연재] 당사자의 목소리, 나는 4월 14일 세종으로 간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당사자들이 일상을 멈추고 오는 4월 14일 세종정부청사로 모입니다. 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원회는 기획연재로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들의 414기후정의파업 참여 이유를 생생한 삶의 이야기로 전합니다. 이들이 외치는 ‘함께 살기 위해 멈춰’에 공감한다면 414기후정의파업, 세종정부청사 앞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https://april4climate.tistory.com/

우리나라 올해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도였습니다. 평년보다 3.3도 상승한 수치로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C3S)의 관련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3월 평균 기온 등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재난으로 죽어가는 장애인

저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바로 장애인과 노인, 아이들입니다. 기후변화를 환경문제의 범주에만 놓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기후위기를 얘기하는 데 왜 인권 얘기를 하는지 생소하게 들릴 것입니다. 인권과 기후를 한 맥락으로 놓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기후위기는 특정 영역, 즉 환경과 자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범지구적인 영향을 주는 포괄적 조건과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것은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인권을 침해하는 큰 요소가 됩니다.

지난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서의 첫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해있던 정신장애인이었습니다. 2022년 8월, 서울시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살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건물 침수로 고립돼 사망했습니다. 폭우는 신림동 반지하에 살고 있던 40대 발달장애인 여성 A씨와 동생 B씨, B씨의 10대 딸의 목숨을 빼앗아 갔습니다.


자연재해와 재난에서 잇따른 장애인의 참변 사고는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 충분했고, 우리 사회에 무거운 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모든 거주시설은 안전하지 않고, 기후위기는 장애와 빈곤의 차별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빈곤한 사람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환경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폭염과 폭우로 생명을 잃기 전에 이제는 재벌과 정부가 주도하는 미친 개발을 멈추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새만금 같은 사업에 어마어마한 세금이 낭비되고, 자연 파괴가 이어졌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지난 삼십 년간 수십조 원을 쏟아부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황폐한 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오직 돈 있고 권력 있는 인간들뿐인 세상에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걸 계속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새만금 신공항, 지리산 산악열차, 제주2공항, 가덕도 신공항 등 지구를 죽이고 비인간 생명을 죽이는 끔찍한 일에 쓰이는 어마어마한 세금은 모든 대중교통의 완전 공영제, 모든 거주시설의 탈시설 추진, 누구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택 건설에 쓰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비인간 생명을 시작으로 인간도 소멸해 갈 것입니다.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기가 왔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은 코로나 역시 탄소배출에 의존하는 개발과 성장의 경제로부터 기인합니다. 사람의 면역체계가 대비하지 못하는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노출된 것은 인간이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한 대가입니다. 팬데믹은 인간이 자초한 일입니다.

석탄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생산과 삶의 양식을, 무한 증식과 개발에 의존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감당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삶과 선택이 곧 미래입니다.

우리가 보는 이 파란 하늘을, 아름다운 사계절을, 아이들도 보면서 살아갈 수 있게 싸워야 합니다. 4월 14일은 장애인도 함께할 것이고, 농사짓는 사람들도 함께할 것이고, 장사하는 사람들, 직장 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하루를 쉬고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행동해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4.14 기후정의파업 행진에 함께합니다.

[출처: 서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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