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밀양 송전탑 공사강행...주민 갈라치기 시도

보상금 문제로 축소, 지중화 요구 묵살...“당정 대책 영향 없어”

정부와 새누리당이 밀양 송전탑 문제를 보상금 문제로만 축소하고, 송전탑-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분열시키는 대책을 발표해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오전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여상규 의원은 산업자원부와 당정협의를 마친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송전탑-송전선로 관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송전 시설 주변시설에 대한 지원제도를 6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 입법과제로 상정해 추진하기로 했다”며 “지원 관련 예산도 확실히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협의 결과를 알리는 조해진(왼쪽), 여상규 의원

이날 당정 협의에서 새누리당과 정부가 확정한 대책은 정부와 여당이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안을 법적으로 마련하고, 보상금 지급을 정책적으로 보증해 주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당정과 한전은 공사재개 의지를 강하게 천명해 공사강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주민대표위원회와의 보상금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공사를 주로 저지하고 있는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주민들이 투쟁에 지치면 보상금 협상으로 이탈을 유도하겠다는 프로세스도 드러냈다.

두 의원이 한전 측 입장을 전한 바에 따르면 반대대책위 주민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문제를 두고는 기술적, 재정적, 시간적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아 사실상 반대 대책위와의 협상여지를 전혀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정은 협상 과정에 따라 공사 완급을 조절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가장 강하게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는 80대 노인들의 분노심을 자극하지 않고, 보상금 협상 테이블에 지친 주민들을 최대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여상규 의원, “이미 재개된 공사, 다시 중단은 어려울 것”

여상규 의원은 “밀양 송전선로 공사재개와 관련하여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공사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한 한전 측의 사정은 여당과 정부가 이해를 했다”며 “하지만 공사재개 과정에서 주민들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 대책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여 의원은 지중화 문제를 두고도 “한전이 그동안 검토를 해왔지만, 공사기간이 10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는 한전 측 주장이 있었고, 이미 송전탑이 설립된 지역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었다”며 “앞으로 한전의 여력이 생겨 지중화를 한다면 밀양 지역을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한전 측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재개된 공사를 다시 중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사를 계속하되 대신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보상, 지원확대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보시면 된다. 한전 외에 정부까지 나서 예산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 의원은 이어 “주민대표위원회도 공사재개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대표위원회와의 협의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민대표위와 보상협상은 2주 내에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해진 의원, “정부 정책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 느껴, 협상 나설 것”

하지만 현재 송전탑 공사를 몸으로 저지하는 대다수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와 함께하는 4개면 1,484세대 주민 1,813명이나 되고, 주민대표위원회가 대표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해진 의원도 이런 반대대책위의 설득이 없다면 사실상 공사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선 주민대표위원회와의 빠른 보상금 협상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주민대표위원회도 처음엔 반대대책위와 똑같이 보상은 필요 없고 가난하지만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한 분들”이라며 “지난 5년간 투쟁하면서 주민들만 계속 고통을 당하고 현실적으로 정부 정책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특히 그나마 젊은 5-60대들이 7-80대 어르신들이 몸으로 막아서는 상황이 더는 도리가 아니라는 고심 끝에 차선이나 차차선을 가자하고 협상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조 의원은 “사업을 받아들이되 현실적으로 받은 손해는 제대로 보상을 받자고 돌아선 주민들의 변화를 참고한다면, 반대대책위도 조정이 가능한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대대책위, “반대대책위 배제 의도...주민대표위 실체 없어”

당정협의 내용이 알려지자 반대대책위는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새누리당은 아직도 밀양 주민들의 뜻을 모른다”며 “주민들이 고작 보상금 몇 푼을 더 받기 위해 8년 동안 싸워왔고, 지금 또 줄줄이 노인들이 쓰러지면서도 포크레인 밑에서 몸에 밧줄을 감고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책위는 “주민들은 일관되게, ‘그 돈은 필요없다, 그 돈으로 지중화 연구비로 쓰든지, 지중화를 시공하라’는 입장이었다”며 “새누리당이 협상대상으로 선정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는 실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은 <참세상>과 통화에서 “주민대표위원회는 어떤 이유인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절대 다수 주민들의 대표체인 반대대책위원회를 ‘일부 외부세력’으로 모함하고, 자신들의 대표성만 주장할 따름”이라며 “주민들의 지지나 조직적 실체도 없고, 공개적인 대화를 한 적도 없는 몇몇 인사들의 모임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계삼 국장은 “조해진 의원이 왜 1,440세대 서명조직과 100회가 넘은 촛불집회, 간담회 등을 조직한 반대대책위를 배제하고 주민 대표성을 입증할 실체도 없는 극소수 인사들의 모임을 협상 상대로 규정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반대 주민들을 이탈시키려는 것 같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이번 싸움 과정에서 더욱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당정협의 대책이 전혀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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