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조 파괴’가 부른 죽음

욕설, 표적감사, 지역 쪼개기, 생활고...마지막 메시지 ‘전태일처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A/S기사 최 모(33) 씨가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태일 열사를 언급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다음달 18일 돌잔치를 앞둔 딸아이를 두고 하늘나라로 간 최 씨의 영정 사진 앞에서 동료들은 울분을 토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조문조차 오지 않았고, 협력사인 삼성티에스피(주) 사장은 장례식장에 왔다 조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천안장례식장에 모인 동료들은 하나 같이 최 씨의 죽음이 사측의 노조 조합원에 대한 표적감사와 ‘지역 쪼개기’를 통한 일감 줄이기 등 ‘노조 파괴’ 공작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의혹 문건인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은 점점 노동자들의 목줄을 조여오고 있었다. 결국 최 씨는 홀로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전 9시40분경, 분노한 노동자들은 장례식장 앞에서 협력사 측이 보낸 화환을 부수고 불 태웠다.

욕설, 폭언...“삼성전자서비스 하청 직원으로 서럽다”
노조 조합원만 ‘표적감사’...초조하게 감사 결과 기다리던 고인


협력사 사장은 지난 달 최 씨에게 심한 욕설과 폭언 등을 했다. 금속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협력사 사장은 VOC(고객 크레임) 관련 처리로 최 씨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모욕적인 대우를 했다. 최 씨는 관련 진술서에 “다시 한 번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직원에 대한 서러움을 느낀다”고 적었다.

최 씨는 이 사태를 지난 달 노조에 공개했지만,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동료들에 의하면 “그래도 한솥밥 먹은 정을 생각해 언론에는 알리지 말자”고 최 씨가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협력사 사장에게 사과다운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천안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고인처럼 사업주로부터 모욕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노조 결성 이후 이 같은 대우는 줄었지만, 노동자들에겐 계속 ‘앙금’으로 남았다. 최 씨 역시 협력사 사장의 욕설, 폭언 이후 부쩍 말수도 줄고 힘들어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천안센터에서 근무하는 최 씨의 동료 김배성(41) 씨는 “몇 년 전, 고객서비스만족도 조사에서 ‘매우만족’이 아닌 ‘만족’이 나와도 아침 7시 30분에 만나는 ‘0730미팅’에서 모욕적인 말을 주구장창 아침 8시까지 들었다”면서 “매우만족과 만족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경위서를 작성하고 모욕을 당했다”고 회상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이규원(39) 씨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면서 “협력사 사장과 삼성전자서비스 관리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다보면 범죄자가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그 충동을 이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욕설 녹취록 공개 이후 최 씨는 사측의 표적감사에 시달렸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전국적으로 노조 조합원에 대해서만 표적감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에 의하면 부산지역 6개 센터에서 감사를 받은 23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노조 조합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적으로 감사를 받은 95명 중 85명이 조합원이다.

금속노조는 관련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전략 지침에 따라 협력업체들을 앞세워 노조의 조합원 및 핵심간부에 집중되는 표적감사로 징계를 위협하여 노조를 탈퇴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며 “인사권 남용을 통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천안센터도 내근직 기사 4명, 외근직 기사 4명 등 8명이 표적감사를 받았다. 모두 노조 조합원이며, 분회장과 대의원 등 노조 간부들이 주를 이뤘다. 사측은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 3~5년치 자료를 들고와 하나하나 따졌다. 표적감사 결과 그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물었고, 최 씨 역시 표적감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규원 씨는 “표적감사 결과 100만 원 혹은 50만 원을 변상하라고 한다. 기억도 나지 않고, 원청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협력사가 조작한 자료도 있는데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다”면서 “보통 1년에 2번 3개월분 자료를 가지고 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올해 기사들이 처리한 AS가 아닌 지나간 연도의 업무는 이미 감사가 끝난 사안이었다.

  천안센터 이규원 씨의 표적감사 결과. 사측은 1차로 이 씨에게 512,075원의 책임을 물었다.

최 씨 동료 9월 임금 19만 원
‘지역 쪼개기’에다 비수기...노동자 임금 반토막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가 결정되고 나서 사측이 해당 센터가 담당하던 일을 본사로 넘기는 조치, 일명 ‘지역 쪼개기’로 노조 파괴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지역 쪼개기’ 조치와 비수기인 조건이 맞물리면서 노동자들은 생계 압박에 시달렸다.

천안센터의 경우 외곽을 제외하고 시내만 3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천안 쌍용동과 불당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일거리가 많은 3지역은 R지역으로 분류됐다. 지회에 의하면 사측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나 대전, 충북 등 타 지역 비조합원 직원을 투입해 근무를 시키고 노조 조합원을 근무에서 배제시켰다. 천안센터 관리 지역이 본사와 타 지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천안센터 관리 지역이 줄자 노동자들의 임금은 반 토막이 났다.

김배성 씨는 “고인도 생활고에 시달렸다. 회사로부터 1천만 원가량 가불을 받아 갚아나가는 중이었다”며 “6~8월까지 3개월간의 성수기 시기가 지나고 외근직의 경우 9월부터 모두 100만 원도 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 씨의 동료 유종운(25) 씨는 9월 임금으로 19만 원가량을 받았다. 그는 한 달 동안 공식적으로 52건의 콜(업무 지시)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비용을 빼고 나니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월급을 받았다.

유 씨는 “52건의 업무처리도 제품 고장 수리 외에 제품 설명을 위한 고객 방문 등을 제외한 것만 업무처리된 것이다”며 “임금을 받고 어이가 없었다. 자동차 보험 재가입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활은 둘째 치고 근무하기 위한 차량 유류비, 휴대폰 요금마저 낼 수 없다. 어떻게 일을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측은 유류비, 식대, 휴대폰비 등 업무에 필요한 경비를 전혀 지원해주지 않는다. 관련 비용이 업무지원비로 50~60만 원가량 임금에서 까인다”고 밝혔다.

낮은 임금은 불합리한 임금체계 구조에서 시작됐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콜수임료를 받는데, 임금명세서에는 ‘기본급’ 항목이 따로 있다. 유 씨의 9월 임금명세서를 보면, 기본급 1,057,143원에서 각종 수당 추가로 1,201,451원의 임금이 책정되고, 그 중 보험료와 업무유지비 등 1,007,610원을 제외해 193,840원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 업무지원비 등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사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문을 보내 임금내역서에 대한 설명을 공식 요청해도 협력사 측은 ‘발급 불가’ 입장을 밝혔다.

최 씨의 동료 이규원(39세) 씨는 “삼성전자에서 삼성전자서비스로,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다시 협력사로 몇 번의 가공을 거쳐 노동자에게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사측 마음대로 임금을 짜 맞춘다”며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에 대해 설명조차 한 적이 없다. 전문가들도 아직까지 삼성전자서비스의 임금 체계를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통한 분위기의 장례식장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이며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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