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이 어린이들을 가두고 있어”

일본정부의 정보 왜곡 앞에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민간단체의 노력

동아시아 민중들에게 지금 탈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참사 2년이 지난 현재, 아시아 국가들은 탈핵보다는 친핵의 모양새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 23기의 원전을 넘어 한국 정부는 추가 원전을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분산형 에너지 수급정책이 아닌 원전 중심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수급정책은 밀양과 같은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방사능 수산물 문제가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감독 부재는 일본의 수산물이 합리적인 검사 없이 수입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국내산 수산업계까지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수산물을 먹지 않는다고 방사능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이미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방사능 오염을 막을 길은 없다. 그리고 그 오염의 속도를 보다 더디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러나 그 재앙 앞에 아시아 민중들이 갖고 있는 정보는 너무 부족하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정보의 차단과 각 정부의 무기력한 대책은 이 재앙의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다.

  후쿠시마시가 발표한 방사능 지도. 이 지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이 정부 의 목표기준치(안전기준치가 아니다)인 0.23 마이크로시벨트 이하로 측정되었다. [출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제공]

APNEC-11 전주회의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후쿠시마 핵참사였다. 특히 핵참사 2년이 지난 현재, 포스트 후쿠시마의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일본 정부와 방사능 업계의 정보 차단은 후쿠시마 핵참사에 대한 수습을 지연시키고 피해를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후쿠시마 핵참사 정보 왜곡 심각하다”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는 후쿠시마현에 거주하며 지속적으로 방사능 측정을 주도하는 NGO 활동가이다. 이번 환경회의 메인발표를 맡은 요시노 대표는 정부의 왜곡된 정보에 대응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노력과 후쿠시마현에 거주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요시노 대표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정부와 후쿠시마 지방정부가 부실하게 방사능을 측정하여 주민들에게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요시노 대표는 “후쿠시마 시에서 발표하고 있는 방사능 지도는 가로·세로 500m의 광범위한 지역을 정사각형으로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다. 시에서 발표한 지도는 주민들의 생활을 반영하는 지도가 아니며, 측정기에 납 등을 넣어서 방사능 수치가 낮게 잡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똑같은 지역은 민간단체가 보다 세부적으로 방사능 오염을 측정하였다. 이 지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은 일본 정부의 목표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었다. [출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제공]

그래서 요시노 대표가 있는 단체 등이 주도해서 새롭게 방사능 계측을 한 결과, 5m 등 짧은 간격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흙길과 포장길, 포장의 재료와 높이에 따라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시에 위치한 ‘키타센트럴 파크’에서는 시간당 0.201 마이크로시벨트가 검출된 지역을 기준점으로 5m가 떨어진 곳에서는 시간당 0.412 마이크로시벨트, 10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는 0.539 마이크로시벨트가 측정되었다.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골목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걷고, 주택의 담이 늘어서 있는 골목길 양 가장자리는 측정 결과 골목길 가운데보다 약 2배 가까이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요시노 대표는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도로 가운데로 걸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의 가장자리와 중앙에 따라서도 방사능 검출량이 다르게 측정되었다. 민간단체들은 후쿠시마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로의 경우 도로 중앙으로 걷도록 교육하고 있다. [출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제공]

일본정부는 1년에 1 밀리시벨트를 목표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를 시간당으로 환원하면 0.23마이크로시벨트가 나온다. 민간단체들이 직접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후쿠시마 시내 대부분의 지역은 목표치보다 높게 나왔다.

“후쿠시마 어린이 활동 제약으로 비만률 높아”

재료와 특징 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 방사능 수치는 행정이 발표한 방사능 지도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후쿠시마현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방사능의 수치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행정의 방사능 방재대책 등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와 다르게 민간단체의 구체적인 방사능 측정은 방사능 방재에 대한 앞으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요시노 대표는 “민간단체의 방사능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지역은 정화작업이 이뤄졌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통학로와 생활환경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이들의 주요 이동경로에 대한 방사능 정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구체적인 방사능 측정을 통해 가능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현에서 구체적인 방사능 측정과 대응, 정보 제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운동부족으로 인한 유아비만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2012년 일본의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의 비만률은 핵참사 이후 4.7%가 증가했고, 초등학교 3학년은 5.1%, 고등학교 3학년은 1.4% 증가했다. 이는 후쿠시마현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와 가정이 외부활동을 제한한 결과이다. 그렇다고 방사능에 아이들을 그대로 노출시킬 수 없는 상황.

요시노 대표에 따르면 2011년과 비교해 2012년도 초중등학생들의 외부 방사능검출량은 45.3%까지 증가했다. 이는 방과 후 체조훈련 등 일부 외부활동을 재개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후쿠시마 어린이들이 놓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방사능 유출은 기형적인 생물 출현 등 다소 끔찍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후쿠시마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방사능 접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삶을 재구성해야 할 것인지가 더 끔찍한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일본의 민간단체와 교육기관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인근 강길을 탐색하고 있다. 이곳은 방사능 수치가 목표기준치보다 훨씩 높게 나와 아이들과 산책을 할 수 없다. [출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제공]

민간단체는 아이들의 활동을 위해 생존로를 개척하지만, 정부와 국제사회는 침묵

일본정부의 부실한 방사능 측정과 정보 제공 등은 주민들의 이런 생존 가능성에 제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민간단체들은 학교와 연계하여 아이들이 보다 방사능에 적게 노출되면서 밖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반핵단체의 초청으로 후쿠시마 어린이들이 프랑스에 방문하여 언론사 등과 좌담회, 시장 면담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출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제공]

이들은 학교에서 공원까지의 이동로를 측정하고 지방정부의 정화작업을 유도하는 ‘쿨코스’를 개발하고, 일본의 다른 지역의 시민단체 등에 초청을 받아 학생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프랑스의 반핵단체의 초청을 받아 학생들이 프랑스에 방문하여 지역의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기도 했다. 이런 교류로 후쿠시마에 대해 알리고, 후쿠시마를 잊지 않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요시노 대표는 “실내에서는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결국 후쿠시마 핵참사는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어린이들은 가난해지게 된다. 후쿠시마는 많은 것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창조력까지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후쿠시마에서 피폭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방문한 후쿠시마 어린이들이 숲 탐방에 나서는 모습 [출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제공]

한편, 2015년에 일본 센다이시에서 열리는 유엔 재난방지세계회의에서는 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인한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정부는 핵참사는 자연재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어 따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환경단체들은 “원전사고에 대한 비판 여론과 반핵 여론의 확산을 우려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엔과 일본 정부의 이런 시각은 인류가 방사능 오염 앞에 놓인 후쿠시마의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짐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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