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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주제로 20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
동성애 혐오 범죄에 학교 책임은 없었다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학교에 가지 않고 방황하던 ㄱ군(당시 고1, 15세)은 그날 밤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어 자살한다.
남고를 다녔던 ㄱ군은 목소리가 가늘고 여성스럽게 행동하며 동성애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 같은 반 학생들은 ‘걸레년’, ‘뚱녀’ 등의 욕설을 하며 몸을 조금만 스쳐도 ‘더듬었다’라며 불쾌해했다.
“춤출 때나 수업 중 두 손으로 볼을 가리거나 손가락을 베베 꼬는 등 귀여운 척할 때마다 욕설을 섞었다.” “내가 엎드려 자고 있는데 몸을 더듬고 뒤에서 끌어안는 행위를 해서 뭐라 하고 싶었는데 참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난 남자인 걔가 그런 행동하는 게 너무 불결하고 싫었다.” “계속 집적대고 찌르고 만지고 쪽지하고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무섭게 다가왔다.” 사건 후 같은 반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의 내용이다.
ㄱ군은 학교에서 진행한 각종 검사에서 심한 우울증과 극심한 자살 충동, 불안 상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이에 대해 부모에게 설명한 적이 없으며 별도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심은 이 사건이 담임교사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 보고 학교 설치·경영자인 부산광역시 또한 담임교사의 사용자로서 손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올해 7월 대법원은 학교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미국, 대만 등 ‘사건’ 발생 후 대안 마련
2010년 9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세스 월시(Seth Walsh, 당시 13세)가 수년간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당하다가 집 주변 나무에 목을 맨 채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됐다. 9일 뒤 세스는 사망했다.
세스의 가족과 친구들, 학교 교직원 등 75명 이상의 인터뷰 내용 보고서를 보면 세스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또래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며, 이것이 ‘그의 교육을 방해’하기에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세스가 홈스쿨링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세스 어머니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2011년 9월 캘리포니아 주는 피해 학생 이름을 딴 일명 ‘세스 법’이라고 하는 교내 집단괴롭힘방지법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2012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003년도 대만에는 젠더평등교육법이 제정됐다. 법은 교육의 평등한 기회를 강조하고 젠더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교과 과정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또한 학교 내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게이, 트렌스젠더, 임신한 학생들을 ‘취약한’ 학생으로 보고 특별지원을 의무화했다.
대만의 젠더평등교육법에 대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는 “당시 여성스러운 남학생이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라며 “동료에게 괴롭힘을 당해 혼자 몰래 화장실에 갔던 건데 만약 동료가 있었다면 이렇게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회적 반성에서 법이 제정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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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동성애 혐오로 자살한 학생의 죽음에 대해 올해 7월 대법원은 학교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번 10월 말 재판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토론회가 20일 열렸다. |
‘성소수자를 친구로 사귈 수 있다’에 학부모 15.1%만 ‘동의’
4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재판이 11월 말경 열린다. 이를 앞두고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주제로 20일 이른 11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민석 활동가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차별 경험에는 교사로부터 받은 차별 경험도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역시 문제 원인을 피해 학생의 정체성에서 찾으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라며 “괴롭힘이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교사는 전학 권유와 상담을 진행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교사 개인이 충분히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활동가는 “괴롭힘을 교실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학교는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2012년 서울시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를 보면 취약계층 중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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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 활동가는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 또한 괴롭힘에 침묵·방조하거나 심지어 가해 행위에 동참할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전국교직원노조 조영선 교사 또한 “학교에서 교사는 일상적으로 인권옹호자이기보다 인권침해자에 가깝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권 침해 발생 시, 교사가 그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조 교사는 현재의 학교 폭력 해결은 징벌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조 교사는 “현재는 학교폭력위원회에 올리는 정도의 징벌적 구조로 되어 있다”라며 “사건 해결을 위해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는 사건이 사법적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가해자,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나뉘게 된다. 그러나 가해자, 피해자 모두 오랜 기간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조 교사는 말한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가 2013년에 발표한 전국학생인권생활실태조사를 보면 ‘학교는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학생이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에선 58%였으며, 미시행 지역에선 42.5%로 나타났다.
반면 ‘학교규칙(생활지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학생은 조례 시행지역에선 27.9%이지만 미시행 지역에선 53.2%로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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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생각에서 학생인권조례 시행 여부에 따른 차이 |
장서연 변호사는 4년 전에 일어난 부산 사건과 관련해 “현재 증인조차 섭외하기 어렵다. 이는 피해 학생을 지지해줄 동료 학생이 아무도 없다는 것으로 주변 친구들 인식이 어떠한지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라며 “(같은 반 학생들의 진술서를 통해) 피해 학생의 사소한 행동에도 성적인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거나 극도의 혐오감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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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 |
장 변호사는 “이는 피해 학생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28조 8항에서 보호자를 제외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28조 8항에선 학생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정보나 상담 내용 등을 본인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서 보호자는 제외된다.
장 변호사는 미국과 대만 사례를 언급하며 “사건 발생 시 철저한 조사, 문제 진단,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이번 부산 사건은 소송으로만 남아 안타깝다”라며 “부산시와 해당 교사는 학교에선 괴롭힘이 없었다고 항변하는데, 이 현실이 더 절망적이다. 괴롭힘에 대한 심각성과 예방책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학교 교과 과정에서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을 제거해야 한다. 차별금지의 제도화가 필요하며 이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모든 이들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라며 “교사 혼자만의 해결이 어렵기에 NGO 등과 같은 위탁 체계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라며 국가 차원의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성소수자 운동, 교육주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적 캠페인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구체적 실천 방안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 활동가는 “(이번 부산 사건이) 소송이다 보니 교사 책임, 학교 책임을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해당 교사는 특별한 악의를 갖고 있다기보다 평범한 오해와 무지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교사들이 ‘이런 골치 아픈 일은 맡지 말아야겠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 이 사건을 알릴 때 어떤 어법을 써야 할지 고민된다.”라고 전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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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진행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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