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 ‘대책’은 없고 ‘무책임’만

“막대한 공기업 이자비용,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막아야”

정부가 지난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현재 220% 수준인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해당 정책이 실제로 공공기관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부채 감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보다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공기업 개별의 자구 노력만을 강요하는 정책들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연맹]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결국 노동자 임금삭감?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감축을 위한 3가지 원칙으로 △공공기관 스스로 자구노력 등 부채감축계획 제시 △정책당국은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정책패키지 마련 △경영평가를 통해 이행되도록 관리 등을 내세웠다.

특히 정부는 부채증가를 주도한 12개 기관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내년 1월까지 자구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3분기 말에는 12개 기관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이행실적이 부진한 기관은 기관장 문책과 성과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임직원의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평가를 중점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당 평가 비중을 성과등급 2등급 이상 하락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상향시킬 예정이라 밝혔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1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 인터뷰에서 “부채 관리를 잘 못하면 (성과등급이) 최대 2등급 이상 떨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일반 직원들의 경우 두 달 치 이상의 봉급을 못 받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임원보수 대폭 하향조정 △범정부적 추진체계 구축 △공공기관 부채 및 복리후생과 관련된 정보공개 대폭 확대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 노조 여러분들께 호소한다”며 “지금은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가 우리경제 전체에 잠재적으로 엄청난 리스크가 되어가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여 노조도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는데 협조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최근 발생한 철도노조 파업이 공기업 방만 경영의 주된 이유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철도공사를 비롯한 많은 공기업들이 방만경영에 빠지게 된 주요한 이유의 하나가 국민 불편을 담보로 하는 파업을 보호막으로 삼아 자신들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경고했다.

“허리띠 졸라매자고? 이제 자력으로는 해결 불가능...
막대한 공기업 이자비용,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막아야”


하지만 이번 정부의 정상화 대책이야말로 부채 감축을 위한 획기적, 구체적 대안 없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다. 왜곡된 공공기관 운영 시스템의 획기적 변화 없이, 노동자들의 임금 및 복리후생 관리만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송명관 참세상 기획위원(부채전쟁 저자)은 1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방식은 이미 나온 지 몇 년이 된 말이고, 작년 국정감사 때도 많이 지적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났는데도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이 상태가 자력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상태까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12개 과다부채 공기업의 한 달 이자는 6천 억 원이며, 이는 12만 명분의 월급 몫이다. 12개 공기업 노동자 9만 명을 모두 구조조정 한다고 해도 해결 불가능한 액수”라며 “구체적이고 거시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송 기획위원은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공기업 채권 금리와 국채 금리는 차이가 크다. 공기업 채권을 국채로만 전환해도 이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국가가 국채를 발행하고, 그 돈으로 공기업 채권을 사게 되면, 여기서 나오는 이자가 국고로 들어가고 일부 이자를 지급하고 남은 것은 공공기업에 재투자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국채를 중앙은행이 다시 매입하는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하다. 법률상 중앙은행은 국채로부터 이자수익이 발생하면 90%를 국고로 돌려주게 돼 있다. 공기업의 이자비용을 지금처럼 금융시장으로 들어가게 할 거냐, 아니면 공공적 기능으로 사용하게 할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그런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채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자구노력을 열심히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상당부분 (해결이)가능하다. 자산도 꽤 있고,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공기업의 왜곡된 경영, 소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송 기획위원은 “공기업은 국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지급보증도 해 줘야 하는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데, 경영은 사기업처럼 운영하고 있다. 소유구조와 경영구조가 분리된 기형적인 구조다. 국가와 국민이 경영을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방만경영을 막고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공기업 재국유화 요구와 관련해 최광해 국장은 “공기업을 만든 것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현재 부채가 쌓인 상당부분은 공기업에서도 비효율성이 있었다는 거다. 다시 재국유화 하는 것은 비효율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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