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 기본급도 형편없고 수당체계도 복잡한데다 임금도 낮았다”며 “잔업, 특근 다 해서 일당으로 퉁 치면 1만3천 원가량 받았는데, 그나마 연공급이니까 나이 먹을 때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변경은 어떤 직무냐에 따라 회사가 맘대로 가격을 매기고, 맘대로 성과급을 준다는 것”이라며 “노동자는 또 저임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씨는 또한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은 노조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으로 노사 간 싸움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한국 사회 전체로 보면 노조가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곳부터 먼저 도입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노동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현대차에서 만 23년을 근무한 전 모 씨는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인데 노동부가 왜 나서는 지 모르겠다”며 “노동부 안대로라면 100% 노사 간 싸움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 씨는 “젊어서 회사에 충성하고, 컨베이어벨트 타면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무슨 직무·성과 등 고과를 매긴다는 것이냐”면서도 “지금도 회사 맘대로 직원을 평가하고 현장을 통제해서 불만이 높지만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차별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우리는 ‘귀족 노동자’라고 불리고 있다”고 불쾌해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의 임금 차이가 심하다면 초임을 높이거나 비정규직 임금을 높이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부, 연공급에서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 변경 예고
노동계 일제히 반발...“자본에게만 유리한 임금체계”
직무·성과급? ‘회사 맘대로’ 하는 길 열어놔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는 ‘정치적으로 자본에게만 유리한 임금체계로의 변경 시도’라거나 ‘저임금체계에서 또 다른 저임금체계로의 변경’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안은 △기본급 중심의 임금 구성항목 단순화 △연공급(호봉제) 대신 직무급·직능급 등 도입 △성과와 연동된 상여금 또는 성과급 비중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더불어 “성과 평가에 따라 차등적으로 호봉을 상승시키고, 연령에 따른 호봉상승 정도를 완화”하며 “직무가치 또는 숙련·자격요건 등에 따라 임금등급을 부여하고 개별 근로자의 고과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 결정”한다는 의도다.
노동부는 현행 임금체계에 대해 “근속에 따라 임금이 정기 상승하는 연공급으로, 근로자간의 임금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며 “연공급제는 60세 정년제 및 고령화 추세와 맞지 않는 한계를 안고 있으며, 중장년 인력 고용에 부담을 느낀 기업은 희망퇴직 등의 형태로 조기퇴직을 실시하는 등 중장년의 고용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연공급 임금체계의 도입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연공급은 부실한 사회보장제도와 업종, 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지금의 복잡한 임금체계는 과거 정부가 임금 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생겨난 것이고 이 때문에 각종 수당이 늘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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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속노동자 자료사진] |
민주노총은 “기업은 지금까지 낮은 임금을 주며 젊은 노동자들을 유인해왔고, 장기근속을 하더라도 명예퇴직 등의 명분으로 정리해고로 강제했다”며 “연공급 체계 역시 기업에 가장 유리한 체제였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에 대해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젊고, 단기근속 노동자가 많은 시대의 ‘저임금체계’인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중고령 장기근속 노동자가 늘어난 시대의 ‘저임금체계’인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변경한다는 것”이라며 “저임금체계에서 또 다른 저임금체계로의 변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변경에 대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순전히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라며 “노조의 단체협상이 투쟁을 통한 임금상승이 거의 불가능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직무전환도 같은 경력을 가진 노동자라 하더라도 임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등 현장에서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상여금은 성과와 연동돼야"
노동계, “대법원 통상임금 회피 방안”...노동강도 강화 우려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정기상여금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노동부는 매뉴얼을 통해 “상여금은 성과와 연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연공급에 기반을 둔 고정급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된 변동급적 상여금이나 성과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 민주노총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임이 확정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상여금의 성격을 부정기적이고 비고정적으로 만들어 아예 통상임금에서 빼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동 상여금은 성과평가에 기초하는 경쟁을 부추겨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성과에 비춰본 임금은 저하할 것”이라며 “임금차별이 극심해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노총은 “고령자의 임금을 깎아 사용자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사용자 편향적인 내용”이라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성과급의 확대는 노동자의 임금 총액을 삭감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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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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