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은 지난달 25일에 발생했는데, 이부진 씨의 ‘선행’은 왜 이제야 알려졌을까?
2. 왜 모든 언론사가 인용하고 있는 택시기사 A씨의 발언은 다 똑같을까?
3. 왜 하필이면 이부진 씨의 ‘선행’을 가장 먼저 보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일까?
의혹1, 기자가 쓰지 않은 기사(?)
<조선일보> 최초 보도 이후 관련 기사만 397건...대부분 카피기사,
어느 기자도 ‘취재’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선행’은 우연히 또는 기자의 취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아니구나’하는 것이었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난달 25일부터 3월 18일까지 관련기사를 검색해봤다. 검색어는 ‘신라호텔’과 ‘택시’. 관련기사는 25일부터 27일까지 모두 65건 검색됐다. 보도방식은 단순 사고 스트레이트 기사. 27일 이후부터 관련 기사가 없다. 그러니까 27일 이후부터는 호텔 관계자 외에는 사고 자체를 잊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아 보인다.
그런데 뜬금없이 사고 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조선일보는 19일자 31면 사람 섹션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통 큰' 배려>라는 제목으로 보도, 온라인상에서도 <조선비즈>를 통해 19일 오전 8시 <신라호텔 들이받은 택시기사, 이부진이 살렸다>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관련 기사만 19일 하루 동안 397건(‘택시’가 직접 언급되지 않는 기사 16건이 있었지만, 신라호텔과 서울시교육청의 업무협약 기사 몇 건을 제외하곤 모두 관련 기사라고 봐도 무방한 가십기사였다)이 쏟아졌는데, 이 중 조선일보를 직접 인용해 소위 ‘우라까이’로 작성된 기사가 71건이었다. 그렇지 않은 기사도 대부분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카피기사들이었다.
즉,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것 없이(백번 양보해서 조선일보 기자는 취재했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의 첫 보도만으로 관련기사가 하루 만에 397건 생산됐다. 첫 보도(오전 8시) 이후 자정까지 16시간 동안 약 3분에 한 번꼴로 기사가 나왔다.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도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택시 기사 A씨가 했다는 발언을 “홍씨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찾아가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인용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했다’는 직접 표현이 아니라 ‘말했다고 한다’라는 인용 표현은 기자가 A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 <조선비즈>의 보도 내용 중 A씨의 발언 “신라호텔에 피해를 끼쳤고”를 검색어로 지정한 결과 8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는데, 이들 기사 모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조선비즈>가 보도한 A씨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언론조차 A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는 말이 된다. 즉, 이번 기사가 기자의 취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품게 한다.
사실, 누군가가 만들어준 기사, 즉 관공서, 기업 등에서 뿌리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써내는 일은 언론에서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해서 이것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슬로우뉴스, 천재(?)가 만든 보도자료, 의도대로 놀아난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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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사장과 관련한 뉴스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부진'으로 검색한 결과 |
의혹2, 신라호텔은 보도자료를 뿌렸을까?
3월, 대기업 주주총회 시즌!
삼성, 이부진 등기이사 재선임…임원 보수 한도액 100억 인상, 주주 배당금은 동결
그렇다면, 이 기사는 신라호텔에서 작성해준 보도자료로 만들어진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신라호텔은 왜 한 달이나 지난 사건을 다시 기사화한 걸까? 관광, 서비스 산업체인 신라호텔이 이미지에 그다지 좋지 않은 ‘사고’를 단순히 대표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사화한 것일까? 왜? 호감도가 떨어질 일이 있었나?
의문을 품을 찰라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었다. 바로 2월 말부터 주요 대기업의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는 기사였다. 상법상 기업은 매년 1회 일정한 시기에 계산서류의 승인, 이익배당에 관한 결의, 임원 선출 등을 의결하기 위한 정기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신라호텔 등 상장사 17개 모두 일제히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 정기총회에서 이부진 대표는 신라호텔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올해 정기총회에서 오너일가의 등기이사직 이행여부는 정재계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1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개인 연봉을 공개해야 함에 따라 보수 공개가 부담스러운 오너들의 등기이사직 사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오너들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이유는 연봉 공개 이외에도 사업 관련한 책임을 덜기 위함도 있다. 주식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기이사는 의결권이 없는 비등기이사와 달리 회사가 결정한 사안이 문제가 될 경우 법적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이미 기업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소유한 오너들이 경영은 하되 책임은 면하기 위한 꼼수로 등기이사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그룹만 해도 이건희, 이재용 부자는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고 있다(이코노미스트, 등기이사직 내놓는 회장님들 - 경영은 ‘OK’ 책임은 ‘NO’).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총회에서 임원 보수 한도액은 지난해보다 100억원 많은 48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소액 주주에 돌아오는 배당이 적다는 지적에는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기업 인수․합병 기회도 봐야 한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S, 삼성생명 주총에서도 같은 지적이 제기됐지만, 삼성은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국제신문, 116개 상장사 '슈퍼 주총데이'...속전속결로 안건 통과).
재미있는 점은 주주들의 배당금 인상 요구를 ‘개발 투자 확대’, ‘인수․합병 준비’ 등을 이유로 거부한 삼성의 최근 3년(2010-2013년) 동안 사내유보금 증가율이 10대그룹 중 최고라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 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사내유보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유보율이 되는데,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투자활동이 소극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삼성은 13개 상장사의 사내유보율이 3,709%로 전체 사내유보율은 롯데, 포스코에 이어 3위지만, 2010년 대비 1,232% 높아져 상승폭은 10대 그룹 중 최고다. 사내유보금은 2010년 108조원에서 162조 1천억원까지 늘었다(연합뉴스, 10대그룹 상장사 사내유보금 477조원…3년새 44%↑). 3년 동안 축적만 해오다가 이제 와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삼성은 소액주주에게는 7년째 주당 250원을 배당하면서(삼성SDS), 임원들의 보수는 확실히 챙겨주고 있다.
신라호텔(삼성)이 노블리스 오블리제 칭호가 필요한 이유
삼성, 껌값 4억으로 노블리스를 사다
수억원의 사고처리 비용을 가난한 택시 운전사에게 받지 않았다는 미담은 듣기에는 좋다.
하지만 기업 오너는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소유하면서도 책임을 덜기 위해 등기이사를 피하고, 수조원의 자본금을 사내에 축적한 채 주주들의 배당금 인상 요구는 외면, 대신 임원의 보수는 확실히 챙겨주는 삼성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 칭호가 필요한 이유는 실제 그들이 전혀 노블리스하지도, 오블리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삼성은 껌값 4억원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미지를 샀다.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등 삼성의 탐욕스러운 내면을 폭로하는 영화들이 개봉했고, 주총을 지나면서 그 탐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보인 삼성은 정말 계산할 수 없는 이득을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의 옆에는 알면서 그랬는지, 모르면서 그랬는지 함께 놀아난 언론이 있었다. 소름이 돋는다. 삼성이, 기업이, 자본이 얼마나 손쉽게 언론을 마사지하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을 우롱하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보니 너무나 소름이 돋는다. 하, 여전히 이부진 씨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 기사는 이상원 기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icarus0412/206565856)에도 게재됐습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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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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