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언비어 강력 단속’에서 지켜야 할 선

1천명 수사요원 동원 모니터링,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경찰이 세월호 참사 관련 ‘유언비어’ 대응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세월호 참사 초기 대응 중 주요 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고 초기부터 허위사실 유포 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사법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태스크포스(TF)팀까지 구성됐고, 연일 쏟아지는 경찰청 보도자료에는 빠지지 않고 유언비어 대응 입장이 담겼다.

이를 위해 경찰은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1,038명을 총동원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그 결과 악성 유언비어 87건을 적발해 56건 내사(15명 검거) 착수, 26건 삭제요청, 5건 해양경찰청 등에 기관통보 조치했다고 23일 밝혔다.

25일에는 악성 유언비어 112건 중 76건 내사(검거18명), 30건 삭제요청, 6건 기관통보 조치했다. 경찰이 사이버수사요원, 지능범죄수사요원 등을 총동원해 17~24일까지 8일간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다.

수사요원 1천명을 동원해 무차별 모니터링
감시 강화, ‘개인 사찰’과 ‘인권 침해’ 논란


경찰은 세월호 참사 유언비어로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국민의 공분을 사게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적발된 사건이 모두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사안이 중대하고, 허위사실로 실종자와 사망자, 그 가족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지만 모욕죄는 당사자의 고소가 전제되는데, ‘사안의 중대성’과 인지 수사 차원에서 경찰은 실종자·유가족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언비어 대응으로 수사요원 1천명을 동원해 국민을 무차별 모니터링하자 ‘개인 사찰’ 우려를 낳는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는 “세월호 참사로 실종자가족 등을 모욕·명예훼손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면서도 “정부가 공적자원을 활용해 이번 참사를 기회 삼아 국민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광범위한 체계를 만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B씨는 “SNS가 사적인 공간이라도 100%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지만, 경찰이 초반에 1천명을 동원해 불특정 다수를 모니터링을 통해 감시한 것은 인권침해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례로 홍가혜 씨의 발언과 행동은 문제가 있다”고 분명히 하면서도 “해경의 명예훼손으로 홍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을 보고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책임 있는 해경이 스스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할 처지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정부와 경찰은 그동안 수사 목적이라며 ‘쥐박이’, ‘대운하’, ‘광우병’ 등의 키워드를 넣어 광범위하게 시시때때로 감시했다”며 “특정 혐의와 특정 임무 대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국민의 사생활을 엿보기 때문에 정보수집보다 사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유언비어 처벌 엄포, 정부 비판 막기?
‘표현의 자유’ 기본권 침해 우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실종자와 사망자, 그 가족들의 명예훼손성 발언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지만, 유언비어니 처벌하겠다는 당국의 엄포는 ‘정부 비판을 막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온다. 경찰이 24일 적발한 87건의 사건 목록을 보면 명예훼손·모욕을 당한 대상이 실종자가족 등이 아니라 정부기관도 포함됐다.

A씨는 “사안이 중대하더라도 인권으로 지켜야할 선이 있고, 뒤지지 말아야 것이 있다”며 “정부가 이것은 옳고 그른 것을 미리 판단해 사법처리 하는데 누가 나서서 정부 비판 의견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인터넷 글의 옳고 그른 것은 정부와 경찰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마찬가지로 “국가가 나서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가르고, 게시물을 마음대도 삭제하는 게 과연 실종자가족과 유가족 등의 명예훼손과 직접 연관이 있고, 타당한 행위인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김상은 새날 법률원 변호사는 경찰의 조치에 대해 “국가기관이 나서 비판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는 일을 막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도 일반인과 똑같이 인터넷 서핑”
청와대 게시판이 ‘국민공론의 장’이 된 현실


반면 경찰관계자는 개인 사찰 우려에 대해 “개인 감시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상적인 의견 게시물을 조치하는 게 아닌데다가 공개된 글을 경찰이 확인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1천명의 수사 요원을 동원한 모니터링을 “경찰도 일반인과 똑같이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이라고 비교한 경찰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인터넷상 음란물, 도박 등의 글처럼 경찰이 불법 게시물을 방범 순찰하듯이 업무 보는 일을 감시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힌 점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인식을 드러낸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유언비어 강력대응으로 무차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오늘도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글이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라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번졌다. 어디에서도 솔직한 자기표현을 하기 어려운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하는 청와대 게시판이 투명한 국민공론의 장이 됐다.

“감히 두려워서 그 어느 국민이 흑색선전, 마타도어를 할 수 있으랴. 이곳(청와대 게시판)이 국민 모두의 여론을 정확히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라는 한 누리꾼의 풍자는 정부의 행태에 일침을 가한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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