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통신사 SK브로드밴드, LG U+...불법파견 혐의 다수 포착

외형은 다단계 하도급, 실상은 원청이 업무지시...인사, 해고 등 개입도

거대 통신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서 불법파견 혐의가 다수 포착됐다. 외형상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뤄져 있지만, 실제로는 원청이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 교육, 업무평가, 임금, 인사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는 위장도급 형태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는 29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연구용역 발표회를 개최했다.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법률가의 양심을 걸고 위장도급이 맞다. 만약 원청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센터가 있을 경우 증거를 들어 설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 통신사 SK, LG...불법파견 혐의 다수 포착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90개, 70개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센터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가 산하 2~3개의 지역 센터를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개통, 철거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나 소사장제 형식으로 개별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원청-1차 협력업체-센터’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도지만, 실제 원청은 센터 소속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거나 교육, 업무평가, 임금, 인사까지 직접 개입하고 있다. 파견법에 따르면, A/S나 개통업무는 파견이 가능한 업종이 아니어서,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법원에서 판단하고 있는 원청의 구체적 업무지시 지표는 △원청이 일반적인 작업배치권, 변경결정권을 가지는지 △원청이 작업량, 방법, 순서 결정권을 가지는지 △현장관리인의 구체적 지휘명령권이 도급인의 결정 사항 전달에 불과하거나 지휘명령이 도급인에 의해 통제되는지 △정규직원과 업무가 혼재돼 있는지 여부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원청사가 업무를 배분하는 작업배치권을 갖고 있으며, 센터가 원청의 결정사항을 그대로 전달하는 ‘위장도급’의 형태였다. 원하청 혼재근무의 정황도 포착됐다.

우선 두 회사의 업무처리 과정은 모두 ‘고객이 원청사 대표번호로 전화→원청 콜센터에서 기사 배정→기사들이 온라인, 모바일 전산시스템으로 업무 확인→고객방문→업무처리→업무종료 보고’의 순서로 이뤄진다. 사실상 원청이 기사들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 배분하는 방식으로 센터장 또는 하청업체 중간관리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기사들이 업무를 확인하고 보고하는 온라인, 모바일 전산시스템 역시 원청의 시스템을 이용한다. SK브로드밴드는 입사 시 기사들에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지정해주며, LG유플러스 역시 원청에 ID발급 신청서를 발송해 이를 발급받는 형식이다.

기사들의 교육도 원청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신입 기사들은 1년 내로 필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교육장소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원청의 교육원이다. 교육강사도 원청의 직원이나 원청 정직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위탁강사이며, 교육자료도 원청이 제작한다. 교육이 끝내면 원청은 평가시험을 실시해, 평가기준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인센티브를 차등으로 지급한다.

심지어 원청은 한 달에 4차례 교육전용 웹사이트에 교육 동영상을 게시하고 기사들의 시청을 의무화 하고 있다. 기사들의 로그인 기록을 통해 동영상 시청유무를 파악하고, 시청율 표를 작성해 센터장에게 기사들의 교육동영상 시청을 압박하기도 한다.

LG유플러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신입기사들은 원청으로부터 ‘입문과정’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교육 장소는 원청의 아산 교육장이다. 만약 원청이 실시하는 각종 교육에 불참할 경우 인센티브를 차등으로 지급하는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

원청이 채용 등 인사에 개입, 해고 권한 갖기도

원청사가 센터의 채용과정 등 인사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원청이 센터에 직접 채용인원을 정해주고 적정인원을 채용하지 않을 시 패널티를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LG유플러스는 기사 채용 시 원청의 정직원이자 중간관리자인 QM이 사전 인터뷰를 실시해 인성 등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원청이 센터에 직접 채용인원을 정해주고 적정인원을 채용하지 않을 시 패널티를 적용한다.

원청 관리자인 QM은 1인당 약 3개의 센터를 담당하며 기사들을 지휘, 감독하고 있다. QM은 기사들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업무를 지시하고, ‘본사에서 전체근무 요청이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발송해 기사들의 전체근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특히 QM은 센터 팀장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하고 실적압박, 평가, 업무를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적으로 원청의 QM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도 열리는데, 이 자리에는 기사들 전체가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QM이 기사들에게 문자로 전송한 전체근무 지시

뿐만 아니라 원청인 LG유플러스는 기사들에 대한 해고 및 중징계 권한도 갖고 있다. 원청은 업무지침 미준수 항목을 정해, 이를 어긴 기사에게 문서경고를 내린다. 만약 기사가 1년에 3회 문서경고를 받을 시, 원청은 해당기사의 코드를 삭제한다. 류하경 변호사는 “‘해당기사 코드 삭제’는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하며, 원청이 해고 등 중징계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고객서비스 점수가 낮을 경우, 기사들은 ‘CS개선다짐서’라는 일종의 반성문을 작성한다. 해당 다짐서는 LG유플러스 정직원인 QM이 직접 결재를 하고 있다.

  고객서비스 점수가 미비할 경우, 기사들은 ‘CS개선다짐서’라는 일종의 반성문을 작성한다.

기사의 임금도 원청사가 직접 정하는 구조다. LG유플러스는 수수료 지급기준을 세워놓고, 이를 바탕으로 한 건당 수수료 총합을 협력업체에 도급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사실상 원청이 임금지급자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야간, 휴일 근무에 따른 ‘장려금’의 액수 및 지급 조건도 원청사의 기준에 따르고 있다. 원하청 혼재근무의 정황도 드러났다. LG유플러스의 인턴사원은 기사들과 동행해 근무를 하기도 한다.

SK브로드밴드는 기사들에게 문자를 발송해 VOC(고객불만접수)에 대한 주의를 주고 있으며, 주요 VOC사례를 분석해 대응 개선안도 기사들에게 하달하고 있다. 원청은 기사들에 대한 평가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기사들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 지표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매달 프로모션 계획을 센터에 하달하고, 실적 우수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실적하위자에게는 불이익 징계를 내린다.

원청이 기사들을 대상으로 기사자격시험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시험 결과 자격이 부여되면 원청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힌 ‘자격 취득 증명’이 발부된다. 실적이 우수한 기사에게 원청이 직접 포상하는 상패에도 원청 대표이사와, 모회사인 SK텔레콤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혀 있다.

애초 A/S와 개통 업무 등을 담당하는 기사들은 원청의 요구로 IPTV나 결합상품 등의 상품판매, 영업까지 수행하고 있다. 노조 측은 도급계약 이외의 업무까지 근로자에게 수행하게 하는 것은 위장도급의 강력한 지표라고 분석하고 있다.

류하경 변호사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센터들은 협력업체로서 실질적으로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다”며 “원청과 AS, 개통기사들은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거나, 센터 또는 협력업체들이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원청은 기사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고 있으며, 기사들은 원청과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다”며 “분명한 불법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사는 법에 따라 기사들이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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