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에이즈 환자, 인권위도 외면

인권침해 병원에 아직도 41명의 환자 방치 상태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S요양병원에 대한 차별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가 끝내 기각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이 항의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성폭행, 환자 방치 등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S요양병원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차별 진정을 제기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이를 기각했다.

이에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등 단체들은 8일 이른 9시30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각결정을 규탄했다.

S요양병원은 후천성면연결핍증예방법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50여 명의 에이즈 환자 치료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결핵성 복막염으로 수술한 뒤 회복을 위해 입원했던 환자가 사실상 병원 측의 방치 속에 입원한 지 14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병원의 문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병원을 거쳤던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당한 폭력, 강제 예배, 성폭행 등 피해사례를 밝히는 증언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질병관리본부에 S요양병원에 위탁계약 취소 및 새로운 요양병원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지난해 11월 15일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차별시정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며 지난 4월 24일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미 질병관리본부가 S요양병원에 대한 위탁계약을 취소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환자들의 궁극적인 요구가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요양병원을 마련하라는 것이었기에, 위탁계약 취소만으로 차별이 시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위탁계약을 취소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료원에 10개 병상을 확보했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병원을 옮긴 환자는 없다. 또한 경기도 내 의료원의 병상 확보를 위한 협의도 모두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올해 4월에 들어서야 S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와상환자 5명을 선정해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전원시킨 것이 전부다.

이 와중에 S요양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국가 지원이 끊겼으니 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나가라’는 압박을 가했다. 이에 일부 환자들은 각종 시설이나 쉼터를 전전하는 처지가 되었고, 41명의 환자는 아직도 S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 방법으로 피신청인 면담조사, 방문조사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인권위는 이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고작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보고서의 요약본만 가지고 판단한 것으로 이것이 어떻게 제대로 된 조사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명숙 활동가는 “환자들에 대한 전원조치도 안 되고 위탁계약만 해지된다면 사실상 에이즈 환자 요양병원을 없애는 것이 되고 만다”라며 “인권위가 직권조사 등을 실시해서 질병관리본부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도록 권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는 S요양병원의 문제가 세월호 참사와 다를 바 없이 정부의 방치와 무책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2011년 S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병원은 당사자를 입막음하려고만 해서 문제가 갈수록 커져 갔다”라며 “이후에 이 병원의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고 난 후에도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며 40명이 넘는 환자들을 구조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권미란 활동가

나누리+ 권미란 활동가는 “최근에 질병관리본부는 충북 소재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생활시설로 환자들을 전원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라면서 "그런데 이 시설은 규모만 클뿐 에이즈 환자들의 요양을 책임질 의료적 환경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대체병상확보계획으로 ‘시군 보건과장, 병원장과 간담회를 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는 정도를 내놓았는데, 이는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적어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에이즈 환자를 위한 종합적인 장기요양사업계획을 제출받거나 권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들 단체는 이른 10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 전반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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