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지난 19일 대통령 담화 내용에 대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첫 번째 분노했던 것은 실종자 구조와 수습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님과 면담을 했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실종자부터 구조해주십시오, 독려해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면서 “대통령 담화에선 이에 대해 한 마디도 없었고 ‘해경해체’라는 상상도 못 한 조치를 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진도에 실종자 부모님들은 담화를 들으면서 통곡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진도에 실종자 부모님들이) ‘버려졌구나’, ‘진짜로 버려졌구나’, ‘이젠 진짜로 잊혀 졌구나’라 한다”며 “심지어는 ‘이제 남은 일은 다 같이 죽어 없어져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구나’라고 말씀하는 분도 계셨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애타게 구조수습만을 기다리고 실종자 가족들 입장에서 대통령이 담화에서 내놓은 ‘해경해체’ 라는 초유의 대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방이라는 것이다.
유 대변인은 비유를 통해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진상규명 의지도 지적했다. 그는 “환자가 왔는데 말 한마디 안 건내고 눈동자, 낯빛도 안 보고 앉자마자 약을 한 주먹 꺼내서 내어준다. 알고 봤더니 다 신약이고 효과가 좋은 비싼 약들이다”며 “그러면 환자가 이 의사가 나한테 비싸고 좋은 약을 한 움큼 쥐어줬다고 좋아할까”라고 질문했다. 그는 이어 “내 상태가 어디가 아픈지 한마디 물어보지 않고 진찰이나 엑스레이도 안 찍고 처방해준다면 그게 진정한 처방인가”라며 “대통령 담화는 그런 성격이 강하지 않았나”고 담화 내용을 에둘러 비판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 빈곤'을 지적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유 대변인은 “대국민 담화에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다’하는 철학은 담겨 있을 줄 알았다”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짚지 않고 이미 드러나 있는 현상에 대한 개선만 화려하게 나열돼 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근본적인 진단과 철학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대변인은 유가족이 대통령 퇴진이나 정권 퇴진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 이유에 대해 유 대변인은 가족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성향 차이를 접고 “가족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 참사는 대통령이 물러나느냐 유지하느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세월호 참사는) 한낱 정권의 안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밝힌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반응은 기대에 대한 실망을 넘어섰다. 특히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진단한 이번 세월호 사건의 근본적 원인과 발제자로 나선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의 분석은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지점에서 하나로 수렴했다.
이동연 교수는 발제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재난 자본주의’라는 ‘한국 자본주의의 특이성’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청소년 피해자들이 엄청 났다는 것이다”며 “과거 화성 씨랜드 사건, 인천 화재 사건, 해병대 훈련캠프 사건,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건 등 대형재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장 큰 피해자가 10대라는 점을 그냥 넘어가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에 대한 관점과 인지수준, 대처방식이 한국 사회의 현재 상황, 자본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독일의 한 매체를 통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신자유주의로 진단한 사실을 거론하며 “세월호 참사의 핵심을 신자유주의라 말하는 의견들이 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신자유주의의 지배논리만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를 논하는 것은 역부족이라 생각한다. 이는 필요조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세월호 같은 참사를 겪지 않았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재난”이라며 “경제를 급성장하기 위해 희생시켰던 노동자들, 선량한 노동자로 키우기 위해 길들인 청소년들, 야근과 철야, 고속성장을 위해 눈 감은 비리와 유착관계들, 이런 것들이 한국형 재난자본주의 본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경근 대변인 역시 “(세월호 참사는)이 사회를 생명과 사람을 우선 두는 것이 아니라 돈과 이윤을 항상 우선시 하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났다”며 “근본적 처방이 없으면 5년, 10년이고 또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를 천명했고, 곧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동연 교수가 거론한 재난과 국가의 통치성의 관계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재난 발생 시, 통제하는 국가가 위험 계산을 통해서 국가의 통치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재난 발생 시 누가 재난을 관리하고 통제하는가, 누가 배제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국가 통치성의 위기가 있다’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얘기한다”면서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는 재난 상황을 통해 통치성을 강화하는 각종 정책과 권한을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 이후에 누가 위험을 관리하고 주도할 것인가에 있어 국가의 통치성이 주가 되어 관리되어선 안 된다”며 “시민사회와 유가족과 이번 참사의 당사자인 청소년 주체들이 나서서 국가의 통치성이 해결할 수 없는 재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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