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내 마음을 적신 노래(여기다 적는 거 맞나요?)
번호 1101 분류   조회/추천 720  /  8
글쓴이 오주현    
작성일 2003년 07월 24일 22시 36분 55초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초등학교때 나는, 대학생이었던 외삼촌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외삼촌이 기타 치며 부르던 노래들을 거의 다 외웠다. 외삼촌이 틀던 LP판도 그렇게 부러웠다. 그래서 내 음악 취향은 초등학교때부터 혼자 피아노를 치며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부터 시작해서 빌리 조엘, 송골매, 김민기, 양희은, 한대수 등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삼촌이 두고 간 애창곡집 악보를 펴 놓고 하루에 두 세 시간씩 피아노를 치며 혼자 노래를 부르곤 했다.
중학교때 오락시간에 노래를 시키면 '작은 연못'이나 '아침 이슬'을 불렀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어린애가 뭐 그런 걸 부르냐시면서도, 선생님께서 듣고 싶은 노래들을 계속 신청하곤 하셨다. 이것 저것 시키시다가 "조영남의 '제비' 불러 봐라"까지 하셨는데, 모른다고 하자, "배워 와서 불러라" 하셨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만난 내 첫 짝꿍은, 서로가 너무 비슷한 점이 많아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특히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가 비슷해서, 놀라곤 했는데, 그 당시 다른 친구들이 이선희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함께 김민기의 '아빠 얼굴 예쁘네요'를 들으며 흐느끼곤 했다. 어떤 친구가 우리더러 "니네 둘이는 청승맞은 게 비슷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2학년, 혹은 3학년때였나. 그 친구가 녹음해 준 테잎을 듣고 또 들었다.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울듯이
그러나 우리의 첫걸음 디딜 때 웃으면서 가야하리

밤늦게까지 하던 야간 자습이 숨통 막힌다고 도망?가는 것으로, 자유를 갈구하던, 참교육이 이런 거냐며, 선생님을 향해 원망을 내쏟던 철없던 여고생에게 노래와 시는 현실을 이기게 해 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이 노래가 나의 애창곡이 되어, 어디서든 노래 부를 기회가 있으면 부르곤 했다. 대학 동아리 모임이 있던 학교앞 '골목집'에서, 선생님 속을 그렇게 썩이던 내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선배 선생님들 앞에서, 새로 발령받은 새내기 후배 교사들 앞에서, 한 구절 한 구절 내 마음으로 드렸던 노래이다.
이제는 '우리는 함께 가는 길벗'이란 가사를 되뇌어보며, 지금은 연락이 끊긴 그 때의 내 짝꿍 생각이 간절해진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늘 세상은 새롭고, 시작할 일들로 가득하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 때의 마음처럼 순수하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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