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어머니, 당신에게 가는 길
번호 1252 분류   조회/추천 742  /  12
글쓴이 저녁꽃    
작성일 2003년 09월 07일 10시 52분 33초
빗자루를 들고 어린 4남매를 참 모질게도 때리던 당신,
급기야 우리를 모두 집 밖으로 내쫓았지요
철 모르던 우린 왜 맞는지도 모른 채
훌쩍훌쩍 흥부네 아이들처럼 줄줄이
비오는 신작로에 버려졌지요
그럴 땐 얼마나 당신이 미웠는지 아세요?

하지만 나도 이제 철이 들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런 당신이 이렇게 아름답게만 기억될 수 있다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때리던 그 매운 회초리가 당신의 모진 삶에 대한 채찍질이었다는 걸요

저녁무렵 다시 우릴 데리러 나와
아무말없이 뒤란의 부추를 잘라다가 부침개를 해주었지요
미안하다는 말, 못했지만 당신 입술 깨물면서 몇 번이고 되뇌이고 계셨음을
나도 이젠 알아요
그리고 늘 기억하며 꺼내는 가장 아름다운 당신 모습 하나 있어요
깊은 밤 이불 위에 엎드려 우리 4남매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하나님께 기도하던 당신의 그 슬픈 목소리.......
언젠가 작은 오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도
이렇게 어긋나지 않고 자란 건 모두 엄마의 그 밤기도 덕분이야!"
난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당신 얼굴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이불들 꼭 덮어 쓰고 이불 속에서
당신의 눈물 콧물 섞인 기도소릴 듣고 또 들었어요

지금도 그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날엔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뜨거워져요
이 철없는 막내를 품 속에 숨막히도록 안아 주셨던 당신 사랑이
그립고 또 그리워 이 나이 들어 청승이네요
버스 안에서도, 정류장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생각난듯 눈물이 나요

그런데......
당신 또 다시 아프시네요 어머니
쓰고 지우고 쓰고 지워도
당신에게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먼지요

사랑해요
쓰고 지우고 쓰고 지워도... 사랑해요
제발 아프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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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퍼 방송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
추석이 다가오는데,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 볼 생각에 들뜨네요
어릴 땐 꼭 엄마 옆에 제가 있었거든요,
이맘때면 엄마 따라 뒷동산 소나무숲으로 가서 솔잎을 따며
이야기 하며 서녘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곤 했더랍니다
님들도 고향 생각, 부모님 생각 가득하시겠네요
모두모두 행복한 추석 되시구요~~~!


음악 신청 : 이지상 <나의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
극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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