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세상에, 내가 팬레러를 다 쓰다니....
번호 291 분류   조회/추천 443  /  52
글쓴이 지지리궁상    
작성일 2001년 03월 10일 02시 12분 30초
삼년전, 후배녀석이 "목소리가 강물소리같은 가수"하나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며 내게 테이프하나를 주더라구요.
앨범 제목이 "사람이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평소 그녀석이 하는 말은 사과나무에 호랑이가 주렁주렁 열렸다해도 믿던 터라 고맙게 받아서는 들었습니다. 한동안 다른 노래를 듣지 않았습니다. 게을러서 그런지, 한 번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워크맨에서 테이프를 갈지 않거던요.

비틀즈가 그랬고, 정태춘님이 그랬고, 고 김광석, 안치환님,,,등등이 그랬습니다. 문화적충격까지는 아니었고 이상하게도 가슴에 척척 감겨오더군요.
고맙습니다. 좋은 노래 불러줘서...

그로부터 얼마 후, 친구들과 술 마시고(물론 아마도 그자리에서 "야, 너거덜, '이지상'이라꼬 아나? 아이고, 시바드라, 귀좀 열고 다니라. 뭐 묵고 사는기 그리 바쁘다꼬 노래같은 노래도 하나 안듣고 다니노? 그러이 맨날 노래방가몬 미친놈맨쿠로 랩이나 하고 지랄을 하지.."- 랩을 싫어하는 건 아님다- 라고 나만 안다고 오바좀 보태서 자랑을 늘어놓았겠지요) 집에 와서는 화장실에 가 담배하나 꼬나물고 시를 읽었습니다.
"세월이 멈췄으면 하지 가끔은...." 어라, 이상하대요. 이게 노래로 입에서 주절주절 나오는 겁니다. 아, 드뎌 내게 숨겨진 음악적 재능을 발견했구나! 기쁜 맘에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야 이노래 어때? 하며 흥얼거렸습니다. 금방이라도 그 음의 자취가 사라질까 두려워서였지요. 내가 확실히 술에 취했구나라고 알게 된 건 불과 몇십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후배가 그러더군요.
"인간아, 그거 이지상꺼잖아!"
그럼 그렇지 내 주제에.....
그래도 한동안 그날의 기분이 신기해 입에서 신동호님의 그 '봄날, 강변'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모든 시가 노래로 불려질 순 없겠지만 모든 노래는 시라는 걸 재차 확인시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노래 많이 부탁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제발...

김규항님이 싸나이 한대수님에게 그랬더군요.
"형님, 절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마찬가집니다. "형님, 절 제자로 써 주지 않아도 이미 내 맘에 형님은 저의 싸부이십니다."
어울려 다니는 몇 명의 친구를 '이지상매니아'로 만들었습니다. 기념할만한 날이면 '내 마음의 상한 무지개'를 선물했거든요. 물론 반응은 별 다섯이었습니다.

--------------------------- 부산 사는 서른 총각, 지지리궁상 드림----

P.S : 마침 지금 '개꿈'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상하지요. 삶이 허망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흥이 납니다. 내일은 적어도 오늘보다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관련글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첨부 조회/ 추천
2
지지리궁상 2001.03.10 443/0
1
발자국 2001.03.10 248/0
쓰기 목록 추천 수정 삭제
많이본기사
추천기사
사진
영상
카툰
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