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이런 저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당신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무식한 컴쟁이인지라 그만 당신의 박물관에 들어가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쓴 조문을 보았습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당신에게 진 빚을 어떻게 다 갚습니까?..."
슬펐습니다.
어떻게 당신의 죽음을 맞아야할지.
당신은 진정 이 땅의 경제와 함께 하셨습니다. 해서 당신을 이 땅의 경제의 상징이라 부릅니다.
예, 그렇습니다. 오늘, 100만의 노동자가 서울, 부산, 대구,,, 각 도시의 역 광장에서 영문도 모를 새우잠을 자게 하신 상징이요, 세기말 드디어 구제금융시대라는 한시대를 활짝 열어젖히는 데 일등공신이셨습니다.
"노동자도(가)인간이다!"라는 얼토당토않는 기름투성이 공돌이들에게 식칼로 대답을 대신하신 당당한 자본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땀으로 기른 소떼를 몰고 통일의 물꼬를 혼자서 연출하신 뛰어난 명감독이셨습니다.
당신의 죽음에 세계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100년의 사회주의 실험에 실패(?)한 저 러시아의 대통령에서부터 당신에게 소떼를 건네 받은 북한에서까지 당신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도 이르지 못할 수많은 애도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에게 비친 당신의 모습은 그래도 정회장이 오늘날 우리를 이렇게나마 살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전, 말좀 바꾸겠습니다. 당신(으로 대표되는 정경유착의 표본인 독점재벌)이 오늘날 우리를 이모양 이꼴로 만드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그나라에서 당신과 함께 개발독재를 열어젖히던 박정희대통령각하와 해후하시겠군요.
두 분이서 박통께서 그리도 좋아하시던 시바스리갈을 병나발로 불어제끼며, 그때그사람과 가는 세월을 목청껏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허나, 기억해주십시오.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중동의 사막에서, 울산의 현대왕국에 대항하다 느닷없이 없어져 버린 많은 노동자들이 그 나라에 먼저 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그들에게 사죄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그들에게 행한 일들은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빈소에 날아드는 수많은 흰국화에 피냄새가 나는 것을 당신은 맡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빈소에 쉴새없이 달려오는 차량행렬을 조금만 벗어나면 오늘도 거리에서 당신(들)로 인해 졸지에 쫓겨난 산업역군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부탁입니다.
다시 태어나실 땐, 정치권에 빌붙고, 노동자의 요구에 무자비한 테러로 화답하는 자본가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노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며 스스로 바뀌는 노동자의 모습으로 오십시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비겁하게 당신이 한 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수많은 노동자의 한과 눈물을 담아 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삼가, 명복을 빕니다.
P.S : 민망합니다. 당신의 죽음에 이땅의 진보의 촉수를 자처하는 한총련 학생들까지 공식조문을 보냈다 합니다. 도대체 그들은 당신에게 연대하고, 노동자와 동맹하고, 어느 조직이 키운 국적불명의 스파이란 말입니까.
그들은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의 상징성 운운....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 심성이 초상난 곳엔 빚쟁이도 부조금들고 간다고 하더라도, 당신에 대한 기억까지 싸그리 왜곡될 순 없는 것 아닙니까?
광주에 가면 이런 말 들립니다.
미워하지 말자. 그러나 결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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