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연꽃 뿌리>
허공 같은 흐린 물 속에
제 몸을 담그고
속됨 속의 참됨만을 파고들어
순정한 꽃을 피워올린
연꽃 뿌리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해가고
사람도 세상도 빠른 물살로 흘러가는데
나는 영영 변함없을 듯한 절대 진리 속에다
부동의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건 아닌가
맑고 시린 물 속에 몸을 가둔 것은 아닌가
본디 속되고 맑음이 어디 있으랴
이 썩어드는 듯 보이는 연못 세상에도
어디선가 쉬지 않고 맑은 물줄기는 흘러들고 있으니
아무리 못된 사람도 그 안에는
빛나고 순정한 구석도 숨어 있으니
걸어 들어가라
온갖 욕망이 흘러드는 시장 가운데
먹고 사는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저 거센 변화 속에 뿌리를 내리고
발버둥쳐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끝이 어디인지
앞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한 흐름 속에서
그 물에 물듦으로 탁류를 뚫고
속됨 속의 참됨을 캐 들어가야 하리
흐린 물 속에서 한 생을 발버둥치다
마침내 물안개 오르는 첫 새벽
타악--
연꽃 터지는 소리
탁한 세상 갈라치는
시린 죽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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