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가만 가만 되집어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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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저녁꽃    
작성일 2002년 03월 30일 12시 43분 03초


지상 아저씨 "싸이판에 가면" 듣고 또 듣다가
문득 민중 가요를 처음 접한 게 언제일까? 가만히 떠올려 보았어요
깡촌 촌내기로 철없이 자라 종로니 도시 어디어디니에서 한다는 운동이란
건 저에겐 생소한 이야기였지요, 그저 자연의 변화에 웃고 울며 들꽃 한
송이 피어 있으면 좋은, 그런 순박한 아이말이죠
중학교에 올라 갔을 때 그때 담임 선생님이 이쁜 여자 선생님이었지요
눈이 참 동그랗고 유난히 반짝이는 미인이셨어요,
그 선생님은 수학이랑 음악을 함께 가르쳐 주셨어요
수학 전공하신 선생님이 음악을 가르쳤다고 하면 다들 웃더라구요
하지만 피아노를 참 잘 치셨더래요
그때 우리들은 음악 교과서에 있는 노래는 한 2곡 정도밖에 배우지
않았답니다, 그럼 무얼 불렀냐고요?
그땐 그게 민중 가요니 노동 가요니 개념이 없었으니
그냥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새로운 노래들"이었어요
어쨌든 그걸 열심히 받아 배우는 친구들도 저도 참 좋아라 했어요
그래, 우리 반의 노래(반가)가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가 된 것도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었지요, 철창이니 뭐니 정말 개념없이 좋아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잠깐 웃음이 나기도 해요 ^^

그리고 그 즈음,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내려와 콘서트(?)를 한다는 거예요
친한 친구 2명과 함께 수업을 마친 후 군민 회관으로 불이나케 달려 갔지요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문화 공연이란 게 무조건 생소하고 신기했던 우린
앞에서 두 번째 자리, 그것도 참 상석이었는데, 거기 앉아 공연하는
드럼도 치고 기타도 칠 "대학생"들을 기다렸지요
(그때가 91년도였던가요? 그 시절 시골 나부랭이인 우리들에겐 "대학생"도
조금 생소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그 오빠들이 바로 <노래 마을>이었답니다 ^^;;
첫곡을 부를 때 그 비장함(?)과 울림, 그 낯설고도 슬픈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이 그늘진 땅에...>였어요, 다른 곡은 가물가물
해도 그 곡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 나누어준 팜플렛에 악보가 실려 있어
듬성듬성 따라 부르며 우리끼리 참 뿌듯해 했으니까요
그럼 그때 혹시 지상 아저씨고 계셨을까요? 하핫
지상 아저씨, 91년도엔가 충남 당진에 왔던 기억 없으세요?
사실 그때 <노래 마을>에 대한 저희들의 느낌은,
"생소하지만 노래도 잘 하고 멋있는 오빠들"이었지요

아, 그리고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대전으로 전학을 갔지요
거대한 도시 생활에 정말 적응을 못했는데, 그때 그곳에서 제일 즐거웠던
기억이 교회를 다니며 친구들, 선생님들과 어울리던 거예요
그때도 우릴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거의가 "대학생"이었지요
그 중에서도 몸집은 집채만하고 눈은 실눈에 곰처럼 퉁퉁한 '이상학'
선생님이라고 계셨지요, 우리끼린 '이상한' 선생님으로도 통했고요 ^^
그 선생님 역시 일반 복음성가보다 "생소한" 노래를 많이 가르쳐 주셨지요
<백두산> <광야에서> <땅>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이런 노래들이었지요
지금 떠올려보니 원래 노래에서 "동지" "총칼" 같은 언어들은 모두
순화된 언어들로 개사를 해서 가르쳐 주셨던 것 같아요
우리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시려고요

그러고 보니 알게 모르게 참 많이 민중 가요를 접했네요
그때 그 분들이 없었다면 이 좋은 노래들과 영 담을 쌓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 당시엔 아주 작은 씨앗에 불과 했겠지만
이렇게 한 사람의 의식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는 걸요
성장해서 대학에 다닐 무렵엔 민중 가요를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지금 몸으로 뛰지 못한 죄의식이 항상 가슴 한켠에 남아 있지만
노래 속에서라도, 의식 저 깊은 바닥에서 "동지"라는 생각은 한 번도
부인한 적이 없답니다.... 민중 가요가 정말 사람들의 삶 깊숙히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하나 갖게 되네요
그래, 요즘 가르치는 아이들이 생일이라면 나팔꽃 북씨디를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 아예 이 참에 노래 마을 씨디 몇 개 더 구입해서 아이들 돌아가며
바꿔 듣게 해야 겠네요... 고등부 아이들은 자습시간에 어김없이 씨디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있거든요, 이젠 같은 노래 너무 들으니 팝송을
듣는다고 야단인데 말입니다
그 아이들도 처음 저의 반응처럼, "이런 노래가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생소하게 느끼겠지만 분명 그 의식 어딘가 친숙함을 새길 거라 믿으면서요

노래가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그 희망의 씨앗이 꽃 피우고 환하게 세상을 밝혀 줄 수 있음을
그걸, 알려 주고 싶은 그런 오후라서 참 행복하네요 ^^~*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가 있네요
"불량제품들이 부르는 희망노래"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거나 묻어두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 현실에
저 또한 가담하고 있다는 생각하며, 문득 듣고 싶어지네요 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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