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 교회
상계동 철거민촌 한쪽 귀퉁이에 시온 교회는 있다
햇빛이 잘 들지 않고 흙먼지 이는 골목 끝에
늙은 느티나무와 함께 숨어 있다
그 흔한 십자가 종탑 하나 없이
널빤지와 천막으로 지은 허술한 교회
낮에는 맞벌이 부부의 탁아소가 되고
담이 없는 좁은 마당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비오는 날에는 더러 소주판이 벌어져
청승맞은 뽕짝 유행가가 울려퍼지기도 한다
텁석부리 목사는 지명수배중이지만
누구나 마음대로 드나들며 땔감을 나르고
하느님께서 올리는 연판장을 돌리고
이 지상에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기도를 하는 곳
저녁이면 몸피 좋은 밥집 충청도 과부가
홀아비 김씨를 찾아 종종걸음치는 곳
봄이 와서 철거민들 어디론가 쫓겨난 뒤
시온 교회 있던 자리에
느티나무 한 그루만 외롭게 남아 있다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어느 날 밤
신축 아파트 불빛 속에 방주처럼 떠올라
펄럭이는 느티나무 넓은 잎새마다
온종일 리어카를 끌다가 행상을 하다가
지친 잘개를 접으며 돌아눕는
별빛 갚은 사람들의 뒷모습이 잠시 보이기도 했다
-전동균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