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제 신입생이 전공 정하고 선배들과 떠나는 전공캠프. 제법 고학번이
된 나는 과후배들을 만나러 사비를 들여 원주행 막차를 탔다. 설레임,
기대감 등등. 11시가 넘어선 원주. 캠프장소까지 거금 1만 6천원들 감수
하고 택시를 탔다. 열광~ 열광~ . 선배보다는 소주병이 뒹구르는 방에
등장한 맥주와 오징어 몇 마리에 대한 열광이었다. 아침까지 살아남은
자에게만 '보리음료' 와 '연체동물'의 은총이 있으리라 엄숙히 선언한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술판의 페이스 조절의 노련함을 과시하겠노라
생각하며 후배들이 권하는 게임에 참가했다.
공포의 게임, 고.백.점.프.
처음엔 게임에서 걸린 사람의 등판을 갖가지 노래를 불러가며 때리는
방식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얼굴이 불콰했던 놈들에게 학번
그런 것 있을리가 없다. 어라~ 장난아니네..
고백점프에서 10부터 15 사이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나에겐 마의 장벽
이었다. 스머프 음악, 아기 공룡 엄마공룡..등등이 음악이 잔인무도한
폭력의 발랄한 배경음악으로 작용했다. 스머프 음악이 이렇게 폭력 반주
로 사용되리라고는,꿈 많던 소년 시절 스머프를 보면서 상상력을 키워
온 내게는 견딜 수 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순전히 학번과 나이로 벌칙을 새디즘적 폭력으로부터 마조새디즘적
원샷으로 바꾸도록 했다. 그러나 한 번 블랙홀은 영원한 블랙홀...
은근슬쩍 걸려서 벌주를 마시는 것을 즐기기 까지 한 나의 얼굴에
불이 나기 시작하고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새벽까지 살아남는 자에게만 준 다던 맥주를 한 모금도
못마시고 골아 떨어졌다. 아니 조금 마셨는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
기억은 후배 한 녀석 붙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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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이 넘 길어졌습니다.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굉장히 오랫만이라
좋긴 했습니다만 그들의 새파랗게 젊은피(?)가 탐나기도 하고 제가
나이를 어느새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감상적인 걸까요? 아니면 새벽에 찾아드는 센티멘탈한 비슷한것?
"그런 날에는" 이 듣고 싶습니다. 조동익 씨의 오래된 목소리로도 좋구
김장훈 씨의 노래로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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