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한반도 통일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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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반민특위    
작성일 2002년 03월 03일 01시 11분 52초
한반도 통일과 미국/ 강만길


한반도의 남북 사이에 화해·협력이 진전되면 평화가 정착될 것이며, 그 결과는 곧 평화통일로 연결될 것이다. 조지 부시 정권 성립,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보복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지더니, 그 대통령에게서 `악의 축'이란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곧 열릴 서울의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를 어디로 가져갈지 관심거리다.

미국이 대북 압박정책을 쓰면 남북관계는 따라서 냉각되기 마련이며, 그 결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 경우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여하에 달렸다는 말이 되겠는데, 어떻게 하면 통일문제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올 수 있겠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가 되고도 남았다.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이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길을 찾기 위해선, 우리를 둘러싼 국제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앞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왜 분단되었는가 하는 문제까지 소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한반도 전체는 영세 국외 중립지대로 되지 않는 한, 미국 세력권에 들어갈 수도 소련 세력권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또 미국과 소련 두 전승국의 세력균형을 위해 분단될 수도 있었다. 이 몇 가지 길 중 결국 분단의 길을 걷고 말았다.


동서냉전 아래 세력균형을 깨고 전쟁으로라도 통일하려 한 것이 6·25 전쟁이었다. 처음에는 북에서 통일할 뻔했고 다음에는 남에서 할 뻔했다. 그러나 외세 개입으로 결국 어느 쪽으로도 통일되지 않고 분단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한-일 협정 뒤 남쪽에는 한-미-일 공조체제가 굳어졌고, 북쪽에는 중-소 분쟁, 소련의 와해 등으로 조-중-소 공조체제가 한때 무너졌다가,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응하여 조-중-러 공조체제가 성립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과 조-중-러 공조체제가 대립하는 한 한반도의 통일은 불가능하다.


대북 압박정책의 목적이 테러전쟁 확대책이냐, 냉전 분위기를 회복하여 남한에 더 많은 전투기 등을 팔기 위한 계책이냐,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책략이냐 등등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 어떻든 대북 압박정책은 한반도가 6·15 남북공동선언 뒤 평화정착 및 평화통일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한 미국 쪽 대응책략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미국은 휴전선 이북지역까지도 제 세력권에 넣는 한반도 통일을 획책할 것이며, 그것이 안 되면 분단상태를 지속시켜 그 이남만이라도 계속 제 세력권에 두려는 책략을 견지할 수 있다. 그러나 휴전선 이북지역까지 미국 세력권에 들어가는 통일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은, 그 이남지역까지 중국이나 러시아 세력권에 들어가는 통일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한 원인이 되어 중세시대에는 절대 강자이던 중국쪽에 예속되었고, 근대로 오면서 신흥 강자가 된 일본의 강제 지배를 받았으며, 현대로 들어서면서 남북으로 분단되어 남쪽은 미-일 세력권에, 북쪽은 중-소 세력권에 들고 말았다. 예속과 강제지배와 분단을 극복한 통일의 길은 어떤 것인가.

남북 모두 미-일과 중-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제3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통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21세기 동아시아의 평화를 담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전체 한반도의 제3의 위치됨을 막고 휴전선 이북까지 제 세력권에 넣으려 하거나, 그것이 안 되면 분단상태가 계속되게 하려는 책략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제국주의 및 냉전주의의 연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행하는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 때문에 6·15 공동선언으로 어렵사리 쌓은 남북간의 신뢰가 깨어져서는 안 된다. 통일문제가 외세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외세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의 대북 강압정책에 대한 남북 민족사회의 공동대응은, 20세기와 같이 외세에 휘둘려 통일문제의 자율적 해결에 또다시 실패할 것인지, 아니면 21세기에는 외세의 책동을 극복하고 통일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인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강만길/상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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